2017년에는 이것을 배워봅시다

아이즈 ize 글 황선우, 윤이나, 주호민, 안수연, 정소연, 김숙현, 손기은, 최민영 | 디자인 고세민 2017. 1. 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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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황선우, 윤이나, 주호민, 안수연, 정소연, 김숙현, 손기은, 최민영 | 디자인 고세민

[새해란 이런저런 다짐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2017년에도 어김없이 무엇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덟 명의 필자들이 이 기회에 배우면 좋을 무언가를 추천했다. 끌리는 게 있다면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따윈 고민하지 말고 일단, 지르자. 새해에는 뭐든 할 수 있다.]

실용으로만 채워진 삶을 숨 쉬게 하는, 꽃꽂이
1년쯤 꽃 수업을 들었다. 부케도 쥐고, 오아시스에 꽂고, 크리스마스엔 리스도 엮었다. 종일 사람과 숫자와 활자에 시달리다 퇴근해서 플라워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신세계였다. 맥주를 마실 때 그제야 목말랐음을 느끼듯이 다양한 색과 형태와 질감의 꽃을 다듬고 만지면서 낮의 세계가 얼마나 건조하고 삭막했는지 깨달았고, 또 잊어버릴 수 있었다. 얼마 전 3천 원 짜리 양귀비를 다섯 송이 샀다. 꽃집 옆에 있는 시장에서는 같은 돈으로 시금치 한 근과 딸기 한 팩, 오징어를 두 마리 살 수 있으니까 꽤 사치를 부린 셈이다. 꽃은 아무래도 2017년 한국의 시대정신인 ‘가성비’와는 거리가 먼 취미 같지만, 실용으로만 채워진 삶에는 숨 쉴 틈이 없다. 쓸모없지만 예쁜 무언가에 내 삶의 공간을 내어주는 일, 꽃을 가까이 두는 생활은 그런 것이다. 
글. 황선우([W Korea] 피처 디렉터)

아이처럼, 다시 영어 배우기
나름 호주도 1년 다녀왔겠다, 영어는 이제 괜찮은 줄 알았다. 영어 쓰며 놀고 일하고 연애했던 시절이 까마득해져가고 있긴 했어도, 내가 낸데! 어쩌다 보니 여름 전에 영어 시험을 봐야 할 상황에 놓여 수업을 듣기 위해 레벨테스트를 본 날, 내 근본 없던 자신감이 와장창 무너졌다. 대충 뉘앙스로만 영어를 써왔음을 뼈저리게 깨닫고 나서야, 알파벳을 배운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걸음마부터 떼어볼 결심이 섰다. 등록 자체를 거부당한 시험용 영어 대신, 얼떨결에 등록한 학원의 1레벨부터 시작한 지 겨우 한 달. 내 생각보다 훨씬 영어를 못했음을 깨닫는 매일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아이처럼 배운다는 게 즐겁다. 언제 아카데미 수준의 영어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배우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중얼거리면서. “어쨌거나 즐겁게들 하고 있지.”
글. 윤이나(칼럼니스트)

조금만 잘 불어도 찬사를 받는, 리코더
악기 하나쯤은 연주해봐야 하는데, 하시는 분들게 리코더를 추천드립니다. 빽빽거리는 ‘초딩’ 악기라는 선입견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초딩’이 불어서 그렇습니다. 리코더는 사실 14세기부터 연주된 유서 깊은 목관 악기입니다. 운지법이 쉬워서 금방 익힐 수 있습니다. 모두들 불어보았기 때문에 몸이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매우 저렴합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연습용은 5천 원에서 만 원, 나무로 된 그럴듯한 것도 3만 원 정도입니다. 리코더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일본 연주가들인 쿠리코더 콰르텟의 곡들을 추천합니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도 꼭 불어보세요. 리코더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리코더의 가장 좋은 점은 아무도 멋진 연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잘 불면 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 밤에 불지는 마세요. 뱀 나오니까요.
글. 주호민(웹툰 작가)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타로
스스로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있을까. 타로를 처음 배울 땐 카드를 손에 쥐는 것만으로 마법사라도 된 것같이 설��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우선 타로를 펼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간 제약도 비용 제약도 없기에, 지칠 때까지 타로를 펼치다 보면 신기하게도 질문이 떨어질 때쯤 가장 조심스레 궁금해하는 것이 중요한 답을 줄 때가 있었다. 수많은 질문에 감추고 싶었던 나약한 자신을 마주보는 순간 또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또 다른 의외의 즐거움은 인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타로를 봐달라며 나를 찾는 친구들과 카드를 펼치다 보니 우리만 아는 비밀이 쌓여갔다. 우리끼리의 이야기는 물론 즐거웠지만 타인의 비밀을 감당해야 하는 무게와 인생사 고민의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다는 통찰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타로가 이런 것인 줄은 나도 몰랐다. 다양하고 예쁜 타로 카드의 그림을 보는 재미와 미래를 점쳐서 맞을 때의 환희도 물론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 도구로서도 타로 배우기를 추천하고 싶다.
글. 안수연(KT&G 상상마당 전략기획팀 대리)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학습지, 구몬 일어
외국어 학습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1:1 개인교습이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해 외국어 공부를 가볍게 시작해보고 싶다면, 학습지도 좋은 방법이다. 할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고, 양과 목표를 조절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여 부담이 적다. 선생님과 만나지 않고 학습지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장점이다. 나는 작년부터 일본어 학습지를 하고 있다. 나는 일본인 의뢰인들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판결문을 읽을 수 있고, 종종 ‘땜빵’ 통·번역자로 동원되지만, ‘의자’와 ‘책상’을 일본어로 쓸 수 없는 괴상한 수준의 JLPT 1급이었는데, 학습지가 이런 불균형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고노 방구미와 고란노…”를 완벽하게 읊을 수 있다면, 슈퍼마켓에서 장은 못 봐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자”는 일어로 말할 수 있다면 아마 당신도 나와 같은 처지일 터. 올해는 “다나카 씨는 고등학생 때 야구 선수였습니다” 같은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글. 정소연(변호사)

아드레날린으로 가득한, 스윙댄스
처음 스윙을 추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신세계였다. 그 열기, 그 아드레날린! 사람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었다. 얼굴엔 하나같이 함박꽃이 피었다. 나도 저렇게 추고 싶다,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1년쯤, 중급 과정까지 재수강을 거듭했다. 여느 사교춤과 달리 예쁘거나 우아하기보다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올드재즈풍의 음악들도 딱 취향이었다. 그렇게 뛰고도 몸에 에너지가 차올랐다. 낯가리는 성격에도 어느새 반갑게 춤을 청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년쯤 쉬다 근래에 다시 강습에 가기 시작했는데, 핵심이자 기본인 ‘스윙아웃’ 동작이 여전히 엉성해 고민이다. 예쁜 스위블은 고사하고 좀 더 정확한 트리플을 밟으며 좀 더 안정적인 스윙아웃을 하고 싶다. 리더가 거는 익살스러운 동작에 좋은 맞장구로 화답하고 싶다.
글. 김숙현(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정답 없는 수행, 요리

지난 8개월간 ‘르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요리를 배우며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재료와 계량이 빼곡히 적힌 레시피가 제공되지만, 내로라하는 호텔 주방을 호령하던 선생님(셰프)도 정확히 정해진 것 없이 매 순간 빠른 판단으로 요리를 완성해나간다는 점이다. 학기 초반, 학생들은 비싼 수업료를 뽑아낸다는 마음으로 종종 이런 질문을 했다. “이 요리는 오븐을 몇 도로 맞추나요? 몇 분 익히나요?” 이 질문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이젠 다들 안다. 재료의 상태, 그날의 온도, 도구 사용의 숙련 정도, 휘젓는 팔의 각도, 냄비 외벽의 각도…. 수십 가지 변수에 따라, 매 초마다, 나는 정답이 없는 판단과 선택과 실행을 해내야 한다. 취미 생활의 즐거움? 그보단 매번 예측하지 못한 상대를 만나 복싱이나 유도를 하는 듯한 기분이 더 많이 든다. 이 훈련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수없이 많은 반복을 통해 완성된 확신, ‘필’이 통했다는 쾌감, 최대한 다양한 변수를 헤아리고 난 후의 홀가분함. 이런 경험으로 나를 살찌우기 위해 주말마다 요리를 배운다. 물론 살도 진짜 찐다.
글. 손기은([GQ KOREA] 피처 에디터)

도시 어른의 도 닦는 법, 발레

발레를 시작한 지 만 2년째다. 처음엔 엄두가 안 났다. 코끼리 체형인데다 레오타드가 두둑 터질 것 같은 위기의 체중인데 발레라니. 하지만 ‘스포츠냐 예술이냐’ 헷갈리는 발레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허리둘레가 2인치 감소했다. 기본 ‘풀업’ 자세만 연습해도 코어가 발달하면서 배가 들어가고 등이 펴진다. 기초체력이 개선되면서 업무 집중력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좋은 건 마음의 여유다. 무릎을 1mm 더 귀 옆으로 붙이면서 한계를 넘어설 때의 성취감, 내 몸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데 하물며 세상일은 어떠하리의 자세 등을 얻을 수 있다. 소림사 승려들이 무술로 도 닦는 것처럼, 도시의 어른들은 발레로 도를 닦는 것이다. 그만큼 인내가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 콩닥콩닥 발레 수업시간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 최민영([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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