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에서 자녀양육을 위한 전제조건과 '내 자식'으로 보기 위한 노력

2017. 1. 9. 09: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육아전문 사이트인 넷맘스(Netmums)가 1000명의 이혼한 부모와 8~18세에 속하는 자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혼한 부모의 75% 이상이 그들의 자녀가 이혼 후 닥친 상황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은 자녀가 이혼으로 받은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즉, 이혼한 부모들은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실제보다 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결과도 자녀 중 오직 18%만이 주어진 상황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①

일부 아이의 경우 부모의 이혼 후에 음주, 자해 등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가 이혼했을 경우 20명 중 1명의 자녀가 음주를 시작했으며 9명 중 1명은 자해를 했다. 또 100명 중 6명의 아이가 자살을 고려해 봤다고 응답했으며 이중 2명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33%의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응답했고, 약 8%의 자녀가 부모의 이혼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는다고 응답했다.

넷맘스의 설립자인 쇼반 프리가드(Siobhan Freegard)는 부모들이 자녀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기 위해 그들의 자녀와 더 많이 대화 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혼은 하나의 작은 단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자녀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① 자녀양육을 위한 전제조건

사실 재혼가정은 이런 자녀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아이들을 지도할 '재혼가정에 적합한 교육 지침으로는 정답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재혼가정에 그만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릇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다고 하지만 재혼가정은 이미 확립된 조건 속에서 그것을 해체하여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에선 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소망 하면서 앞날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가 가능하다면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찾아 나서서 나름대로 규범을 세워 보고자 하는 것이다.

▷ 가족공간을 다시 나누고 재배치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복합가족으로서 재혼가정이 새로운 환경에 터전을 만들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것이 좋다. 회사로 본다면 재창업하는 식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이 재혼 가정 자녀들의 갈등과 스트레스 해소에 접근하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가장 첫 번째 단계는 공간이나 물건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적 토대를 새롭게 나누는 것이다. 그것은 방부터 시작해서 가구, 책상, 침대, 수납장까지 공간과 물건을 다시 나누고 재배치하는 것을 의미 한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유미숙 교수는 “재혼 가정은 새로 태어나는 가정이다. 재혼 가정 부부 중 한쪽이 살고 있던 집에 들어와 사는 형태보다 제3의 집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새 집에서 새로 생긴 형제자매들끼리 공간과 물건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②

한 가족이 이사하여, 현재 살고 있는 기존 어느 한 가족에 합친다면 기존의 가족방식이 기준이 되어 새로 이사 온 가족들이 자신들의 방식을 모두 포기하면서 기존가정의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기존에 있던 자신의 물건에 새로운 가족이 손대는 것을 싫어하여 다툼이 벌어지는 등 초기부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형편이 가능하다면 재혼가족의 출발은 제3의 장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은 필수다.

재혼 가정 부모가 자녀 양육에 합의를 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은 필수다.

자녀 간의 문화적·교육적 차이를 알고 부모가 중심이 돼 교육방식과 생활규칙에서 합의된 규칙을 만들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온 자녀들이 수월하게 새로운 가정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이때 자녀들이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갈등이나 혼란이 있을 경우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또 토론된 내용들은 가족이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규칙에 포함되어야 한다. 방법은 대화다.

>새엄마: 민수야, 수건을 썼으면 걸어 놔야지.

>민수: 우리 엄마 집에서는 수건을 쓰고 바닥에 두면 엄마가 치워요.

>새엄마: (화가 난 듯이) 네가 게으른 게 다 네 엄마 때문이구나.

이 보다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새엄마: (차분하게) 그렇구나. 여기서는 자기가 직접 걸어야 한단다.③

인터넷상의 가족 홈페이지나 가족대화록노트, 가족회의 등을 활용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면 혼란과 갈등을 천천히 해소 시켜 나갈 수 있다.

가족규칙의 내용에는 방 청소나 식탁 차리기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이들의 생일부터 공휴일까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모든 기회가 다 가족의 새로운 규칙에 포함 될 수 있고 또 가족 간의 회의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④

[사진제공=pixabay]
▷ 가능하면 자녀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지마라.

청소년들에게 가령, 가장 고민이 있다면 누구와 먼저 상담 하겠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여지없이 돌아오는 공통적인 답은 '가까운 친구'이다.

친구는 어떤 면에서 부모보다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 해주는데 있어서는 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수도 있다. 그런데 어른들의 일방적인 재혼으로 인한 환경변화로 자녀들이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의 이혼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환경까지 갑자기 변한다면, 그들은 극도로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대체로 어른들은 극한 상황이 노출된 어두운 기억 (특히 이혼)의 환경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글자 그대로 "다 정리하고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 입장에선 집. 학교, 학원 정든 친구를 잃는다는 것은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으로 부모가 떠나고 새 부모가 들어오는 것 보다 더 큰 충격으로 생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녀들에게 익숙해진 환경적 요소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이들이 오히려 이혼으로 혼란해진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환경을 옮겨야 한다면, 이혼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신 다음, 그리고 옮겨야 할 이유를 자녀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에 함께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때도 환경을 옮기는 것에 대해 아이의 느낌이 어떤지를 충분히 대화 속의 주제로 끌어 들이고, 이 과정에서 아이의 새로운 요구가 있다면, 그리고 그 요구를 반영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반영해주어야 한다.

이사 등으로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들이, 대신 모험이나 기대감, 흥미진진한 일이 될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만일 조속한 재혼이 예견된 상태라면 이사 등 환경적 변화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미리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혼으로 이사 간 후 재혼으로 또 다른 동네나 도시로 이사를 간다면 정말 혼란스러워 질수 있기 때문이다.⑤

② 새자녀(=계자녀)를 '내 자식’으로 보기 위한 노력

상대방이 데려온 자녀들을 진정 자기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계자·계녀를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린 예일대 비교문학박사 출신 작가인 웬즈데이 마틴은 그렇다고 계자·계녀를 사랑할 수 없는 계부모가 ‘괴물’인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마틴은 신데렐라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350개나 있다는 것을 인용하며 계자·계녀 문제로 질투심, 분노, 죄의식,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라고 지적한다. 이 말은 착한 계모’가 되는 것은 좋지만 기대와 현실의 괴리 때문에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는 말라는 이야기다.⑥

▷ 친자녀와 계자녀를 똑같은 ‘내 자식’으로 볼 수 있느냐.

재혼가족에게 자녀문제는 큰 숙제 중의 하나다. 부부 모두 자녀를 데려왔건 한쪽만 데려왔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같다. 결국 그것은 친자녀와 계자녀를 똑같은 ‘내 자식’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탤런트 K씨는 자신의 세 아들과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아들들이 사춘기를 겪을 당시 재혼해 쉽게 새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부자들끼리 은밀히 통화도 하고, 가깝게 지낸다고 전했다.

K씨는 자신 또한 두 딸의 엄마로 인정받기 위해 처음에는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며 “계모지만 아이들에게 할 말은 다 하면서 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딸들 자랑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⑦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방모 씨는 1년 반 전에 이혼하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초혼인 아내는 방 씨의 과거를 다 이해하고 결혼을 했지만 두 아이를 기르는 게 적잖이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생모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도 잘 키워야 하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방 씨는 그런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막상 자녀를 대하는 방식에 이르게 되면 아내와 심하게 충돌할 때가 적지 않다. 이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큰 위기도 벌써 몇 차례 있었다.⑧

“나는 아이들이 생모와 헤어진 상처도 있고 해서 좀 자유롭게 두고 싶은데 아내는 자신의 입장 때문인지 아이들을 너무 엄하게 대하는 것 같아요. 서로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은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방 씨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처럼 자녀와의 갈등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것이 재혼의 현장이다.

“무엇보다 생모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키워야 한다.”는 계자녀에 대한 새 부모의 마음은 분명 고맙고 아름다운 마음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이런 생각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좋은 아저씨·아줌마’가 되겠다는 마음이다. 김태한 안산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 엄마·새 아빠라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역할에 몰입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새 자녀에게 친부모의 자리를 없애려고 하면 반발이 일어난다.
“친엄마가 있는데 갑자기 가족이라고 들어온 아줌마가 ‘엄마’라고 부르기를 강요한다 한들 마음으로 부를 수 있겠어요? 아이는 반항하거나 스트레스를 표출하고, 새 부모는 초조해하는 상황만 발생합니다.”⑨

자녀들의 부모가 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써 그들의 삶을 돌봐주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 혹은 '친한 친구'처럼 시작하면 된다. 이때도 너무 빨리 '친한 친구'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신 모든 아이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꾸준한 돌봄과 ‘친한 친구’로써 함께 하다보면 어느덧 신뢰가 구축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이 걸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⑩

▷ 사랑과 신뢰를 전제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두 가족이 합칠 때 재혼가족에서 자녀의 연령에 따른 반응은 세 가지 양육 유형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⑪

‘원래의 부모’(primary pareent) 유형은 7세미만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부모들의 경우 전통적인 핵가족과 유사한 형태로 재혼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때에 재혼 부모는 원래의 부모인 것처럼 기능하게 된다.

어린 자녀들이 현재 함께 살지 않는 친부모와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계부모를 엄마나 아빠로 완전하게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재혼가족은 매우 조화롭게 이루어진다.

‘다른 부모’(the other parent) 유형은 자녀들의 원래 부모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또 다른 부모’(other parent)가 되는 경우인데, 자녀 연령이 9~15세 정도인 경우에 해당된다.

이 유형은 자녀들이 대부분 친부모와 지속적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시기의 자녀들은 새로운 계부모를 거절하거나 대항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재혼하여 1~2년 동안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수도 있다.

특히 자녀가 딸인 경우에 새어머니와 새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을 매우 힘겨워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혼 초기부터 계부모가 자녀를 매우 엄격하게 다루려 한다면 많은 문제에 봉착 할 수도 있다. 자녀들은 계부모가 좀 더 조화롭고 부드럽게 개입할 때 마음을 열고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오래된 친구유형’(an old friend)은 ‘나이가 좀 많은 친구처럼’ 지내는 유형으로 한결 수월한 유형이다. 친구 같은 계부모는 자녀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는 부모역할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격적 관계를 나눔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계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시간이 거듭할수록 변화된다. 한 계부모가 한 자녀와 이 세 가지 유형의 관계를 다 경험하게 될 수도 있으며, 각각의 자녀와 각각 다른 역할을 보여줄 수도 있다. 즉 유연성(flexibility)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재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많지만 이를 슬기롭게 피해 성공한 재혼가정도 적지 않다.

전처와 이혼한 가수 조모 씨는 방송출연을 통해 사춘기의 아들을 잘 포용해준 재혼한 아내 손모 씨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에 아내 손모 씨는 "현이는 사춘기를 별나게 했다. 하지 말아야 할 걸 다 한 것 같다. 중학교 올라갔을 때부터 하교 시간에 내가 학교 교문 앞에 항상 나가 있었다. 네가 나쁜 짓을 하느니 내가 번거롭더라도 절대 안 되겠다 싶어서 매일 마중 갔다. 지금은 오히려 믿음을 많이 준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⑫ 무엇보다 사랑과 신뢰가 전제됐기 때문이다.

의붓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2013년 8월 18일, 리씨 가족에게 뜻밖의 불행한 사고가 터지고 만다. 아들 마샤오가 오토바이를 타고 길목을 건널 때 그만 차에 치이고 말았다. 시안(西安)에서 임시공으로 일하던 리씨는 아내의 급한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병원 의사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그야말로 재난이었다. 5시 간여의 응급 수술을 받은 아들 마샤오는 오른쪽 머리뼈를 적출하면서 결국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⑬

장기 치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모든 걸 알아야 했다. 아내 장 씨는 아들 병수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178cm의 장신에, 몸무게도 80kg이 넘는 20대 초반의 아들을 한 번 뒤집는 일도 버거운 일이었다. 오직 남편만이 할 수 있었다. 그마저 딸 아이 학비도 벌어야하고 생계를 이어야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병원에서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가난을 탓하며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서야 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돌봐야하는 부담은 오롯이 의붓아버지 리 씨의 몫으로 남았다.

본격적으로 집안에서 아들을 돌보기 시작한 리 씨는 아들과 같이 자고, 식사도 함께 하면서 아들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켰다.

끊임없이 아들과 얘기를 하고, 음악을 듣고, 아들의 사지가 경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시간 마다 몸을 뒤집어 주었다. 다리 마사지도 빠지지 않는 일과가 되었다. 또한 아들이 사고가 나기 전 자주하던 교통 수신호도 해주었다. 아들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시도다.

이런 세심한 보살핌은 하늘도 저버리지 않았다. 사고 발생 300여 일이 지나자 기적이 찾아왔다. 아들의 정신이 차츰 정상을 찾게 된 것이다. 부축을 받아 앉거나 일어날 수도 있게 되었다.

요즘도 리 씨는 아들과 매일 아침 6시쯤 일어나 1시간 동안 마사지를 한다. 그런 다음 대소변을 받고 세수와 양치질을 시킨 뒤 아침밥을 먹인다. 의붓아버지 리원촨(李文全) 씨는 날씨가 좋을 때면 아들을 부축해 마당을 걷고 밤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1시간 동안의 마사지를 해준다. 아들의 회복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300여 일을 밤낮으로 식물인간 아들 곁을 지키며 정신을 되찾는 기적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는 어쩌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니 외면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의붓아버지 중의 한 명일 수도 있다.

[사진제공=pixabay]
사랑과 신뢰를 전제로 한 또 다른 재혼가족의 사랑이야기도 있다.

최 모(42·대기업차장)씨는 5년 전 재혼했다. 교사였던 전처가 암으로 아들 둘(초등5년·3년)을 남겨둔 채 숨진 이후였다.

친지소개로 알게 된 상대 여자는 딸(7세) 하나를 둔 이혼녀 김모(37·전산엔지니어)씨. 서로 호감을 갖고 사귀던 이들은 재혼 전부터 애들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최씨의 아들들이 “새 엄마가 필요 없다” 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전처소생 아들이 두 명인 것이 부담이었다.

하지만 서로 헤어질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애들 문제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 뒤 서약서를 썼다. ‘애들을 우리 어른들과 똑같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이를 어길 때는 반성문을 쓰자’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솔직히 내가 낳지 않은 애들에게 친딸과 똑같은 감정이 생기겠는가. 하지만 처음에 서약한 내용을 항상 가슴에 담으면서 몇 년간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애들을 똑같이 대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재혼 직후 서로 어색해하던 애들도 새 아빠 새 엄마가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큰 애들이 학교를 다녀오면 부모가 직장에서 퇴근하기 전까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여동생도 잘 돌봐주고 있다.

이들 부부는 재산문제에 있어서도 모범적으로 대처했다. 재혼 전 서로 지니고 있던 재산에 대해서는 상호 합의 아래 각자 명의로 했기 때문이다. 계산적이라는 주위의 눈보다 자칫 경제적 문제 때문에 야기될 수 있는 갈등 요인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였다.⑭ 현재 이들 부부는 잉꼬부부로 이름나 있다.

재혼의 경우는 사실 감성적 사랑보다는 조건이나 서약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의지와 노력이 깃들여진다면 성공적 재혼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사랑이란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만나서 그 최초의 결합으로 인하여, 그 후로는 쭉 행복하게 사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족한 것이 많고 다투기 잘하는 두 사람이 그들 자신보다도 커다란 어떤 꿈과 목적에 사로 잡혀서 반복되는 실망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을 통하여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⑮

대나무는 씨앗을 심은 후 처음 4년 동안은 죽순이 하나 올라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그 4년 동안 모든 성장은 땅속에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동안 섬유질의 뿌리 구조가 형성되어 땅속으로 깊고 넓게 펴져 나간다. 그리고 5년째가 되면 대나무는 25미터 높이로 자라게 된다.⑯

이처럼 재혼가정도 처음의 서먹서먹함에 벗어나서 하나의 새로운 가족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대나무처럼 ‘4년 동안 모든 성장이 땅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런 후 자신들의 사랑에 보다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노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재혼가족도 새로운 보금자리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이환주 기자, 이혼한 부모, 자녀가 받는 악영향 과소평가해, fnnews.com, 2013-12-30

② 안인용 기자, 너무나 복잡한 가족의 탄생!, 한겨레21, 2006년 10월 24일

③ 재혼 가족이 그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파수대( JW.ORG ), 2013년 5월 4일

④ 안인용 기자, 위의 글

⑤ 짐모스크, 이혼 해피엔드, 권성혜 역, 미션월드라이브러리( 2005). p94-105 내용일부 필자 발췌정리

⑥ 김환영, 돌싱'을 위한 재혼의 정석, 중앙선데이(제213호), 2011.04.10

⑦ 윤은경 기자, 금보라 재혼 후 “아이들이 차례로 사춘기 겪어 힘 들었다”, 헬스코리아뉴스, 2009년 06월 11일

⑧ 김윤현 기자, 험난한 행복 찾기 '재혼', 한국 아이닷컴, 2007.05.11

⑨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재혼가정 안녕하십니까?, 2016-03-25, 내용일부 필자 요약정리

⑩ By Raising Children Network, Being a step-parent, raisingchildren.net.au, 2016. 02.01. 내용 참조정리

⑪ 한남대학교 샤론 가족 상담센터 소장 조 숙, [HWP]재혼가정에 대한 상담자의 역할방안 모색, 한국기독교심리상담학회 (kccan.or.kr), 내용일부 필자 요약정리

⑫ [아시아경제 온라인 이슈팀], 조관우, "이혼에도 불구하고 밝게 자란 아이들 고맙다", 2014.12.18

⑬ 오세균 기자, [중국話] 의붓아버지 지극 정성 300일…식물자식 깨어나, kbs.co.kr, 2015.03.15 기사내용 필자 요약정리

⑭ my.netian.com

⑮ D.H.스몰, 그리스도인의 결혼설계, 전용원 역, 기독교 문서선교회(1990), p.27

⑯ 장혜경&박경아, 당당하게 재혼 합시다, 조선일보사(2002), p.27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