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의 인물탐구]역학자 마의천 "대권주자 올해 운명, 바로 여기에 있다"

원희복 선임기자 2016. 12. 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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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역학자 마의천. / 이상훈 선임기자

새해가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운세이다. 2010년 조사이기는 하지만 대학생을 상대로 ‘점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7.5%(남성 60.2%, 여성 72.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전국에 50만명의 역술인이 있고, 역술시장만 2조~3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더구나 점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기, 요즘과 같이 탄핵정국과 대통령 선거 등 불투명한 시국에서 더욱 인기를 끈다.

이 기사를 쓰기 전에 분명히 할 것이 있다. 기자는 신의 뜻을 전하는 점(卜)이나 사주 등우주의 질서를 풀이하는 명(命), 얼굴이나 손을 보고 판단하는 상(相) 등 어느 것도 믿지 않는다. 28년 전 기자가 결혼해 아들을 가졌을 때 유명한 역학자가 이름을 지어 주겠다고 했는데, 기자는 “내 아들 이름을 왜 당신이 짓느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적이 있다.

그 역학자가 마의천(본명 심세영)이다. 그때 마의천은 이름 하나 지어주고 십몇만 원을 받을 때였다. 마의천은 <육갑> <육갑경> <관상과 운명> <복 있는 관상은 어떤 얼굴인가> <웃는 얼굴 우는 얼굴> <관상과 운명> <찰색의 신비>

등 많은 책을 썼다. 마의천은 손님을 받는 영업보다 책을 쓰는 것에 치중한다. 그의 책은 10쇄 이상 찍은 것도 많고, 그가 쓴 책으로 공부한 많은 사람들은 역술가 행세를 하고 있다.

마의천은 ‘족집게’니 ‘백발백중’이니 하고 말하는 역술가들은 모두 ‘사기’라고 단언한다. 그는 “역학은 일종의 통계적 조언으로 70~80%만 맞아도 훌륭하다”고 말한다. 그는 유명 정치·경제인을 단골손님으로 둔 유명한 역술가였지만, 요즘 손님은 물론, 일반 사람도 잘 만나지 않는다.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마 도사를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받곤 한다. 그를 통해 올해 국운과 몇몇 대권주자의 운세를 보려고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올해 국운은 “나라가 뒤집어지지만 곧 운이 좋아질 것”이라며 “올해는 우리나라 국운의 마지막 과도기”라고 말했다. 그는 “곧 좋은 지도자가 나타나 나라를 평안하게 할 것”이라며 “몇 년 후 우리의 국운은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마의천의 주된 분야는 관상이다. 그는 얼굴과 사주를 본 다음 멋지게 칠언절구 한시를 쓰고 시왈(詩曰)이라며 한시를 풀이하면서 운명을 조언한다. 손님 입장에서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요즘에는 손이 떨리고 눈도 침침해 붓글씨를 잘 쓰지 않는다. 그에게 올해 운세를 봐달라고 맡긴 대권주자는 문재인·반기문·이재명·안철수·박원순·유승민이다. 이 여섯 후보는 기자가 정파를 감안해 임의로 선정했고, 생년월일은 포털에 나온 자료를 사용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원내 제1당의 실질적 ‘리더’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다. 그는 1953년 계사년생(뱀띠)이다.

鶯黃枝上(앵황지상) 一聲聲(일성성)/ 日暖風和(일난풍화) 岸流晴(안류청)/ 枝此改無(지차개무) 廻避處(회피처)/ 森森頭角(삼삼두각) 直難成(직난성)

노란 꾀꼬리 나무에 앉아 꾀꼴꾀꼴 우는데/ 봄날 산들바람에 버들가지 하늘 거리네/ 이제는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곳에/ 한량 없는 용 모습을 무엇으로 그려볼꼬

“이 물형(物形)은 이른 봄 계곡에 눈이 녹지 않았는데 나온 눈꾀꼬리, 즉 설앵 모습이다. 이 관상은 새의 형상으로 군인, 특히 하늘과 가까이 하면 좋을 관상이다. 공군이 됐으면 4성 장군이 됐을 것이다. 관상으로 보면 이마 양쪽의 일각과 월각이 분명해 초년운이 순조로웠다. 눈썹과 눈, 전택궁(눈썹 아래)이 좋아 처(부인)복이 좋지만 눈꼬리에 약간 흠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올해는 인생의 절정에 이르지만 매우 불안하다.”

노스트라다무스도 그렇지만 예언은 비유와 은유가 많이 동원된다. 솔직히 ‘이렇게 해석할 수도,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마의천의 칠언절구 시도 그런 느낌이다. 물론 보충설명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지만, 정치현안에 무관심한(그는 신문이나 방송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 그의 말을 단정적으로 옮길 수는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여당에서 분리된 개혁보수신당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944년 계미년생(양띠)이다.

千尺絲綸(천척사륜) 直下垂(직하수)/ 一波재動(일파재동) 萬波水(만파수)/ 夜靜水寒(야정수한) 漁不食(어불식)/ 萬船空載(만선공재) 明月歸(명월귀)

천 길 깊은 물에 낚시를 첨벙 던지니/ 물결이 금세 천만 물결을 이룬다/ 밤은 깊고 물은 찬데 오늘도 고기는 입질을 않는다/ 빈 배에 밝은 달만 싣고 가누나

“이 물형은 늙은 구렁이가 담장을 넘어가는 매우 희귀한 형상이다. 이마가 둥근 옥골로,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매우 순탄한 과정을 거쳐 남의 이목을 끌었다. 친화력이 있어 인기도 높고, 처복도 있으나 자녀복은 약간 흠이 있다. 올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로 평탄한 길 가운데 움푹한 함정이 있어 깜짝 놀라 잠을 깰 운명이다.”

반 총장에 대한 운세평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다. 외부에 있다가 새누리당 이곳저곳에서 영입 제안을 받아 인기 상승국면의 반 총장을 잘 표현했다. 그런데 ‘고기는 입질을 않고 빈 배만 싣고 간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과거 정치권의 킹메이커(김윤환 의원)의 아호 허주(虛舟)를 떠올리게 한다.

마의천은 “지금은 턱의 운세에 있는데, 법령선(코에서 입으로 흐르는 선)이 좋아 말년운은 좋다”고 말했다. 70대 중반인 반 총장에게 앞으로 더 있을 말년운이 좋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정치판에 끼지 않는 것이 편한 말년’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1964년 갑진년생(용띠)이다. 이 시장은 탄핵정국에서 가장 선명하고 앞선 발언으로 인기가 치솟았다.

返本還圓(반본환원) 已鼻空(이비공)/ 爭也直下(쟁야직하) 若盲聾(약맹롱)/ 庵中不見(암중불견) 庵前物(암전물)/ 水自茫茫(수자망망) 花自紅(화자홍)

다시 돌아올 것을 공연히 떠났구나/ 차라리 눈 멀고 귀 멀었던들/ 집앞 좋은 경치 왜 몰랐던고/ 물은 절로 흘러가고 꽃은 절로 피네

“이재명은 매가 가지에 앉아 꿩을 엿보는 상으로 매우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다. 변화에 능하고 일처리를 잘한다. 눈썹의 각은 있으나 눈썹털이 역으로 나 있어 부모덕이 부족하나 의지가 강해 자수성가한다. 금년 운세는 날쌘 매가 두 마리 꿩을 잡으려 하는 상이다. 호사다마(좋은 일에 방해도 많은 해)의 한 해가 예상된다.”

마의천의 이재명에 대한 한시를 보면 변화가 없는 허무함을 노래한 것 같기도 한다. 그러나 ‘꽃은 절로 피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 시장은 대권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것만 해도 큰 변화와 이득을 남긴 것 아닐까. 이 시장은 이 탄핵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자다. 날쌘 매가 두 마리 꿩을 잡으려 했는데 그 결과가 궁금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962년생 임인년생(범띠)이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상으로 인해 여론조사에서 뒤로 밀렸지만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에서 가장 앞선 대권후보로 꼽힌다.

水邊林野(수변임야) 跡便多(적편다)/ 芳草已避(방초이피) 見也?(견야마)/ 從是深山(종시심산) 更深處(갱심처)/ 遙天鼻孔(요천비공) ?長打(즘장타)

개울 옆 수풀가에 소 발자국 널렸거늘/ 풀숲을 뒤진들 무엇이 있으리/ 아무리 산이 깊고 깊은들/ 환히 드러나니 숨길 수 있으랴

“안철수는 가뭄에 나와 비를 기다리는 두꺼비 상이다. 원래 정치보다 요식업이나 물에 관한 직업을 가졌으면 거부가 될 상이다. 특히 금광이나 보석상을 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을 관상이다. 올해 운세는 농사로 말하면 이른 농사보다 만종, 즉 늦게 씨를 뿌려 성공을 거두는 운세이므로 인내와 지구력이 필요한 때이다. 60세까지 기다려라.”

안철수 전 대표의 올해 운세는 그래도 구체적이다. 그는 이미 많은 돈을 벌었다. 관심은 정치, 그것도 대권이다. 60세까지 기다리라는 의미는 ‘차기’를 준비하라는 의미일까. 지난 대선에서도 양보했는데…. 인내와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6년 병신년생(원숭이띠)이다.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좀처럼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路胸先跡(노흉선적) 入廛來(입전래)/ 阜土到回(부토도회) 笑萬是(소만시)/ 不容神仙(불용신선) 直秘訣(직비결)/ 直敎枯木(직교고목) 放花開(방화개)

맨 가슴 버선발로 흙먼지 덮어 쓰고/ 웃음 가득 띠며 마을 찾아 들어온다/ 이제 신선의 비결 따위 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연히 이루어질 것을

“박원순의 관상은 이마의 양끝 부분, 즉 산림 부위 한쪽이 약간 죽어 부모의 덕은 부족하나 관골과 코가 일품이다. 초지일관하고 외유내강하는 성품이다. 올해의 물형은 검은 거북이 어둠 속에서 햇볕을 향해 기어나오는 상으로 말년운이 좋다.”

한시를 보면 ‘때가 되면 자연히 이뤄진다’고 극찬한다. 그런데 2017년 올해가 바로 그때인가에 대해선 애매하다. 거북이 굴속에서 나오지만 기어코 먹이를 잡을 것인지는 말이 없다. 말년운이 좋다는 것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차기에는 된다’는 의미일까.

유승민 의원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탈당,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주도했다. 그는 보수세력에서도 개혁적 인물로 꼽히면서, 대권주자 인물난에 시달리는 보수세력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 의원은 1958년 무술년생(개띠)이다.

騎牛已得(기우이득) 到家山(도가산)/ 牛兮空兮(우혜공회) 人也閑(인야한)/ 紅日三間(홍일삼간) 留作夢(유작몽)/ 編昇空頓(편승공돈) 草堂間(초당간)

소 타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소는 벌써 없어지고 사람은 한가하다/ 중천에 해 뜨도록 늦잠 자고 눈을 떠보니/ 채찍고삐 부질없이 오양간에 걸려 있네

“유승민은 이마와 눈·코가 가지런하게 잘생긴 관상이고, 특히 눈이 흑다백소(黑多白小)해 총명하고, 임기응변에 뛰어나다. 37세 이후 주위에 사람이 모이고, 귀인을 만나는 운세다. 올해 운세는 상순, 즉 윗입술에 와 있으므로 양쪽 어려움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운세다. 가까이 보다 먼 곳의 귀인을 끌어안아야 하는 운세다.”

마의천이 유승민에 대해 쓴 한시를 보면 신당을 만들어 나가고, 나중에 보수세력을 결합했지만 소(대권)는 없어지고 한가하다? 이런 허무한 의미일까. 먼 곳의 귀인을 끌어안으라는 조언에 눈길이 간다.

마의천은 이상 6명의 대권주자에 대한 올해 운세를 봤다. 기자가 ‘이 6명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의천은 1945년 광주에서 13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공부를 잘해 의대를 지망했지만 색맹 때문에 포기하고 신춘문예에 도전하기도 했다. 19세에 출가해 공주 마곡사를 거처 오대산 월정사에서 마의천(麻衣天)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마의천은 스스로 “나는 역술가가 아니라 역학자”라고 말한다. 그는 역학과 술, 그리고 예술(글씨·그림), 이 3개가 자신의 인생 전부라고 말한다. 역학은 우주의 질서이며 사람이 사는 근본이고, 술은 인간 내면의 본질을 끄집어내는 도구이며, 예술은 인생 그 자체라는 것이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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