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 이환의가 쓰는 농부 이반의 초록일기] 〈14〉 시간·비용 줄이는 농사비법 따로 있다

주춘렬 2016. 12. 3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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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란 게 뭐든지 일정 면적 이상이 되면 손보다 파종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법이다.

씨앗을 손으로 심으면 거리와 깊이, 씨앗 수와 흙을 덮는 두께가 심을 때마다 달라져 싹이 트는 정도가 제각각이다.

파종기를 사용하면 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뿐 아니라 시간도 몇 배가 빠르다.

그중 교체형 파종기는 롤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당근, 참깨처럼 작은 씨앗부터 보리, 콩 등 큰 씨앗까지 바꿔가며 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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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베기 전 녹비 작물 씨 뿌려놓으면 퇴비 없이도 땅심 높여

#파종기와 만나면 농사가 쉬워진다

농사란 게 뭐든지 일정 면적 이상이 되면 손보다 파종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법이다. 씨앗을 손으로 심으면 거리와 깊이, 씨앗 수와 흙을 덮는 두께가 심을 때마다 달라져 싹이 트는 정도가 제각각이다. 파종기를 사용하면 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뿐 아니라 시간도 몇 배가 빠르다. 그중 교체형 파종기는 롤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당근, 참깨처럼 작은 씨앗부터 보리, 콩 등 큰 씨앗까지 바꿔가며 심을 수 있다. 어떤 것은 이랑을 싼 비닐을 뚫고 심는 것도 나와 있다. 크기와 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와 있으니 종묘상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기종을 추천받거나 선택한다. 보통 30만원대 안팎이면 전업 농가나 텃밭 재배 모두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쇠똥으로 직접 만든 퇴비 더미. 한창 발효 중이라 김이 올라온다.
#거름은 되도록이면 직접 확보한다

농사의 첫 단계는 뭐니 뭐니 해도 양질의 유기질 거름을 마련하는 것. 그러나 포대 퇴비와 같이 상품화된 거름은 뿌리기는 쉽지만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크다. 농업 수익률 자체가 낮은데 거름까지 모두 돈을 주고 사서 쓰면 정작 남는 게 별로 없다. 따라서 할 수 있는 한 자급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가족의 인분 활용은 물론 가축을 키워 거름을 만들면 제일 좋지만 차선책은 가까운 곳에서 구해 쓰는 것이다. 충남 홍성처럼 축산농가가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거름을 구하기가 쉬운 편이다. 이들 축산농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로 이웃 일반 농가와 공생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축산농가는 넘쳐나는 거름을 주고, 일반 농가로부터는 볏짚이나 노동력을 제공받는다. 큰 틀에서 보면 밥과 똥이 순환하는 구조로, 글쓴이도 오랜 기간 인근 젖소 사육 농가와 남는 것을 주고 아쉬운 것을 채웠다.

만약 거름을 구하고 뿌리는 일이 힘겹다면 작물을 거둔 논밭에 자운영이나 헤어리베치 따위의 녹비작물로 대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은 공중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콩과 식물이라 스스로 거름을 만들어낸다. 벼를 베기 전에 씨앗을 뿌려 놓으면 이듬해 퇴비 내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땅심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 이른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꾸러미에 넣어 보낼 수도 있다. 신록이 푸르른 5월쯤에는 논 전체가 붉거나 보랏빛으로 물든 풍경을 한동안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농부의 또 다른 멋이다.

트랙터 로더를 이용해 오디를 수확하고 있다. 높은 곳의 열매를 딸 때 유용하다.
#풀과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농부가 되려면

예로부터 농부의 됨됨이를 가늠할 때 풀을 잡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눴다 한다. 그중 상농은 풀이 나기 전에 논밭을 매고, 풀이 나면 매는 것은 중농이며 하농은 풀을 보고도 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다수 새내기 귀농인들은 어디에 해당될까? 농가마다 차이가 나겠지만 내가 가늠하기로는 아마도 중농과 하농 사이가 아닐까 한다. 귀농 초에는 거의 예외 없이 풀을 잡을 마음은 있으되 시간과 일손이 달려 하농에 가까워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환경 농업을 지향하거나 제초제를 사용할 수 없는 조건의 농가라면 작물의 한살이에 따라 다음의 방법을 눈여겨보자.

경운기나 트랙터가 있는 농가라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이따금 로터리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 풀을 잡을 수 있다. 이때는 논이고 밭이고 풀이 흙과 함께 부서질 정도로만 얕게 친다. 만약 깊이 갈이가 필요한 작물을 심을 때는 거름을 뿌리고 갈아엎은 뒤 로터리 작업을 한다. 논은 되도록 일찍 물을 채워 풀이 싹트도록 유도한 뒤에 로터리를 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논풀을 잘게 갈아 곤죽을 만드는 것은 우렁이보다 제초 효과가 떨어지는 오리논이나 손김을 매는 농가에게 적합하다. 로터리 횟수를 늘릴수록 효과가 커지나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서 정한다. 잡초가 보통인 논은 대략 두 번이면 되고 많은 논은 한두 번 더 기계를 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적절한 제초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풀을 잡는 대표 농기구는 호미였다. 호미는 유용한 제초 도구지만 쪼그려 앉아 허리를 구부려야 하고 효율이 높은 편도 아니다. 기실 고릿적 시절이나 지금이나 풀을 매는 방식에 변화가 없다. 그래서 여자보다 허리가 긴 남자에게 호미질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전통 호미 대신 서서 풀을 매는 기구인 선호미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이런 선호미들을 제대로 활용하면 피로도 덜하고 작업도 상당히 빠르다. 이랑용과 고랑용, 바퀴 부착형 등 몇 가지를 마련해 작물에 맞춰 쓰다 보면 전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비닐 멀칭을 뚫고 통풍구를 만드는 모습. 싹이 나올 위치에 칼집을 내주어야 한다.
#나기 전에 봉쇄하라 - 다양한 멀칭 기법

풀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작물만 남겨두고 이랑이나 고랑 전체를 무언가로 덮는 것이다. 잡초 발생을 막기 위해 볏짚이나 보릿짚 같은 부산물이나 사료 포대, 박스, 현수막, 낙엽 등 다양한 재료들이 동원되는 데 제일 많이 쓰이는 자재는 아무래도 비닐과 검은색 부직포다. 이 중 부직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재활용을 원한다면 자외선에 잘 삭지 않는 포장재를 쓰면 된다. 양이 좀 되면 포장재 회사에서 롤 형태로 절단해주니 작목반이나 이웃과 함께 공동 구매를 추진해봄 직하다.

생강을 예로 들어 먼저 고랑에 포장을 깔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흙을 뿌린 다음 이랑에 짚을 덮으면 가을까지 고랑에 난 풀을 뽑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방법으로 고추 고랑에는 보온 덮개를 덮는다. 낡은 보온 덮개를 절반으로 쪼개서 고랑 길이의 반만 덮은 뒤 풀이 올라오면 앞뒤로 이동을 반복한다. 어떤 농민들은 검정 비닐이나 부직포로 고추 고랑 전체를 덮기도 한다. 아예 밭 전체를 비닐로 싸매는 모양새다. 이때는 가장자리의 풀이 비닐을 밀고 올라오지 않도록 양끝을 고정핀으로 눌러준다.

#나만의 개성이 스며든 농기구를 만들자

시골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재미다. 농가마다 독특한 비법이 있어 나만의 연장이나 농기구를 만들어 쓰는데, 널리 알렸으면 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폐기된 냉장고의 콤프레서를 이용해 소형 공기압축기를 만들고 여분의 전동기에 연삭 숫돌을 달아 예취기 날을 가는 것은 이제 고전적 활용법에 속한다.

눈을 돌려 하우스 파이프와 자투리 패드, 활대용 강선과 전기 드릴만 있으면 몇 년을 써도 살이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튼튼한 갈퀴를 만들 수 있고, 추억의 발탈곡기는 벨트와 모터만 있으면 어느새 전동 탈곡기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손으로 돌리는 풍구도 모터와 스위치, 벨트만 달면 시판용 전동 풍구 못지않다. 요컨대 필요에 따라 손수 하나하나 만들어 쓰는 재미는 신제품의 편리함에 비길 바가 아니다. 예로부터 시골에서는 지게, 고무래, 삼태기, 씨오쟁이 따위 농가에 꼭 필요한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을 직접 만들어 썼다.

물론 지금도 시골에선 전통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등에 메는 분무기에 농약 대신 페인트를 넣어 가성비 최고의 뿜칠 기구로 활용하는가 하면 포장 위에 벼망사를 깔고 들깨를 털어 힘들고 지루한 선별 작업을 한 번에 끝내는 농가도 있다. 부러진 삽자루 역시 끝을 뾰족하게 깎아 멀칭 비닐을 뚫는 천공기로 바꿔 내기도 하고, 삽날을 달아 휴대성을 높인 물꼬 돌봄삽으로 개조하여 사용한다. 일일이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이렇듯 농민들은 발명의 대원칙인 아이디어를 더하고 빼고 나누어 곱하는 데 선수들이지만 아직은 농가만의 비법이 마을과 지역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게 한계다. 농적 공기관들 역시 엔진 달린 값비싼 농기계에만 관심이 가는지 정작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개별 농가의 노하우를 검증하고 보급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만약 농학자들에게 한 자루의 수수를 전통적인 타작(打作)법으로 알곡을 떨어내고, 다시 콤바인에 갓을 돌린 벼를 털 듯 떨어내라면 그 편리함과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웃의 특별한 노하우를 따라 해보고 당신들도 모르게 터져 나온 ‘거 참 희~안하네’란 한 농부의 감탄사를 그간 이 땅에서 어렵사리 농사를 이어온 모든 농투성이들과 제대로 한 번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이환의 홍성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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