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위해 와인 삼겹찜, 친구 위해 산낙지 파스타.. 연말 분위기 좀 내볼까

이수연 기자 2016. 12. 2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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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오빠들의 Party.. 사랑해, 고마워.. 요리로 말한다
정년퇴임 후 부엌으로.. "흰 와이셔츠에 보타이 매고 요리해요"
집밥 하는 새신랑 "소갈비찜·가리비구이.. 럭셔리 한식 준비"
산속 작업장 파티 "있는 재료 100배 활용, 내가 만든 그릇에 담아"

"연말엔 레스토랑 예약도 힘들고 도로도 밀려서 집에서 간단히 샐러드랑 파스타 만들어서 홈파티 하려고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아내와 프랑스 가정식 쿠킹박스 사다가 레스토랑에서 먹는 듯한 분위기 좀 내보려고요."

생각만 해도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오빠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에게 애정을 표하는 방법으로 '요리'를 택했다.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이탈리아 레스토랑 '르지우'를 운영하는 정호균 셰프는 "요리에 자신 없는 남자라면 맛집에서 공수한 치킨·족발에 나만의 재료 1~2가지를 추가해 '리폼'을 하고, 집 근처 수퍼에서 치즈·햄 같은 간단 재료를 사와 파티 테이블을 꾸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요리 좀 한다는 오빠들은 샐러드부터 파스타, 스테이크까지 코스 요리를 풍성하게 차리거나 뷔페식을 선보인다. 20~30대 요즐남(요리를 즐기는 남자)부터 쌍둥이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요리하는 애처가 남편, 부부 '케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60대 왕오빠에게 연말 파티에 어울리는 메뉴, 그리고 연말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들었다.

아내에게 바치는 와인삼겹찜

"아내가 '음식 장애' 수준일 정도로 요리를 못해서!" SBS 교양PD 출신 왕오빠 강부길(61)씨는 '생존'을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사는 PD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정년퇴임 뒤엔 부엌이 작업실이 됐다. 요리 잘하는 오빠들이 사람 좋아하듯 집은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부부 동반 파티를 자주 열어요. 보통 2~3팀이 포트럭으로 각자 만들고 싶은 요리의 밑재료를 준비해오죠. 남자들에게도 재료를 다듬거나 볶는 등 한 가지씩 역할을 줍니다. 아내들이 무척 즐거워하죠." 강씨에겐 요리 철칙이 있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보타이를 매는 것! "요리하는 사람이 허드레옷을 입으면 안 돼요. 요리사 비주얼에 음식이 기다려지기도 하거든요(웃음)." 지난 9일에도 여의도 강씨 집에서는 부부 동반 파티가 열렸다. 강씨는 빨간 체크무늬 보타이로 목에 힘을 줬다. 조태경(38)씨 부부도 요리에 참여했다. 두 사람이 협업해 차린 음식은 '새송이버섯 소고기말이' '치즈케이크' '와인 삼겹찜' '리코타치즈샐러드' '카레찜닭'. 이야기꽃이 맛있게 피어났다.

광고 대행사 '이노션'에 다니는 신경섭(34)씨는 '집밥 하는 새신랑'이다. 자취할 때부터 요리에 관심은 있었지만 주방이 작아 엄두를 못 냈다. 지난 7월 결혼과 동시에 '내 집'과 '내 요리' 먹어줄 아내가 생기면서 시간 날 때마다 밥상을 차린다. 11일엔 결혼 후 처음으로 둘만의 홈파티를 열었다. 총각 땐 레지던스에서 친구들과 소주 파티를 했다면 이번엔 '럭셔리 한식'으로 식탁이 부러질 만큼 차렸다. 메인 요리는 '소갈비찜'과 '치즈버터가리비구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만든 '복분자주', '단호박 식혜'를 곁들였다. '참치 블루베리 카나페'와 '딸기 요거트 카나페' 핑거푸드는 덤. "처음엔 굴요리를 계획했는데 저렴한 가격의 가리비를 보고 메뉴를 '급'변경했죠. 먼저 깨끗이 씻어서 마늘과 올리브 오일로 향을 낸 뒤 팬에 구워요. 그 위에 화이트와인을 살짝 뿌리고 버터와 치즈, 마늘을 올려 한 번 더 구워주면 돼요."

노르웨이 메탈실리콘 제조회사 '엘켐' 한국지사를 운영 중인 이필준(41)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애처가다. 세 아이 아빠인 그는 2주에 한 번 가족 파티를 연다. 지난 8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쿠킹 스튜디오 '퀴킨오슬로'에서 조촐한 가족 파티를 했다. 아내 최주미(38)씨가 좋아하는 '명란 파스타'와 가지·토마토·아스파라거스·돼지고기·새우를 오븐에 구워낸 '고기&해산물, 채소 플래터' 등을 선보였다. 특히 이날은 두 살 쌍둥이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였다. "온종일 육아에 지쳐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는데 이런 자리 마련해주니 고맙죠."

이씨는 '그릇 좋아하는 오빠'이기도 하다. 로열코펜하겐 그릇은 가족과 특별한 손님이 오는 파티에만 사용한다. 노르웨이에서만 판다는 '브라운(염소) 치즈'도 와인과 곁들여낸다. "캐러멜과 비슷한 맛이라 여성들이 좋아해요. 출장 때마다 꼭 사오는 아이템이죠."

파티엔 그릇, 냅킨도 예술

술로 흥청거리는 망년회를 친구들과 우아한 파티로 대신하는 오빠들도 있다. 최근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칠하다' 개인전을 끝낸 옻칠 공예가 허명욱(51)씨가 그 주인공. 지난 5일 용인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남자들만의 파티가 열렸다. 대표 파티 메뉴는 '제철 샐러드' '산낙지 파스타' '등갈비·목살 바비큐'. 요리 순서도 재료도 '마음대로'다. 가을엔 무화과로 샐러드를 하고, 겨울엔 홍합탕을 하는 식이다. "산속이라 재료 수급이 쉽지 않아요. 있는 재료 가지고 최선을 다해 만들죠." 허씨의 요리는 투박한 듯 보이지만 섬세하고 깊이 있다. 최현석 셰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의 '쇼잉'이 더해져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산낙지 파스타를 만들 땐 도마 위에서 '탕탕이'를 하고 고기를 구울 땐 와인을 부어 연기쇼를 보여줍니다(웃음)." 허씨가 만든 요리가 작품이 되는 이유는 담음새도 한몫한다. "보기에도 예쁜 음식이 맛있어 보이잖아요. 파티 요리는 제가 직접 만든 그릇에 담아요. 자주 쓰는 식재료와 완성된 음식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디자인으로 40여번 옻칠을 거듭해 이상적인 색상을 완성하죠." 여럿이 함께 나눠 먹기 편하게 만든 기다란 샐러드 그릇, 커트러리와 그릇을 돋보이게 해 줄 테이블 매트도 직접 만들었다. 접시 위 둘둘 말린 패브릭 냅킨에는 드라이 플라워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선물 받은 꽃을 말려놨다가 스타일링 도구로 활용한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바이어 표재찬(27)씨 역시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남자다. 러시아·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표씨는 매달 지인을 초대해 홈파티를 연다. 서양식 이해도가 풍부하고, 감자탕부터 탕수육·짬뽕까지 한식·중식에도 재주가 있다. 표씨의 집은 파티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다양한 주류도 갖춰 흡사 레스토랑 같다. "와인만 100병 넘게 보관하고 10가지 맥주, 양주, 고량주까지 기호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어요." 파티 인기 요리로 '삼겹살 오븐 구이'를 자주 한다. 통삼겹에 '타임' '파슬리' '페르시안 블루솔트' '파프리카 파우더' '올리브 오일'로 간을 하고, 오븐에 40분~1시간 구우면 기름이 빠지면서 담백해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린다. 시간이 없어도 작품 같은 파티 요리를 만들어낸다. "바쁠 땐 근처 푸드마켓에서 전복·연어·메로 등을 구입해 프랑스산 버터로 굽고 치즈와 프로슈토로 간단하지만 근사한 파티상을 완성합니다."

이국 요리, 간편 가정식도 OK!

세계 이색 요리로 파티상을 차리는 오빠들도 있다. 평소 비즈니스 파티를 즐기는 스타트업 투자 매니저 최웅(28)씨는 최근 송년회에서 '겨울 별장'처럼 TV에 모닥불 화면을 켜놓고 크리스마스 음료인 '에그녹'과 '마시멜로'를 먹으며 분위기를 냈다. 메인 요리는 레시피를 따라 직접 요리할 수 있게끔 재료를 꾸려놓은 '쿠킹박스'의 도움을 받았다. 평소 한식보단 외국 음식을 좋아하는 최씨는 "이색 식재료는 이태원이나 유명 수퍼마켓에서 구입 가능하고, 소량 판매가 어려워 재료가 남으면 썩기 일쑤라 쿠킹박스를 종종 이용한다"고 했다. 이번 파티엔 스페인식 가정식을 만들었다. "'알본디가스 엔 살사'는 스페인식 미트볼로 조리법이 생소해 쉽진 않았지만 요리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했어요. 보통의 미트볼과 달리 고기 완자 사이 견과류와 건포도가 씹히는 재미있는 식감에 다들 '이런 파티 요리는 처음'이라며 신기해했죠."

'기계'에 강한 오빠들은 버튼 하나로 요리하는 스마트한 조리 도구를 활용한다. 직장인 김민우(38)씨는 7살 아들 생일 겸 크리스마스 파티에 그릴을 활용해 '감자전'과 '한국식 쇠고기 찹스테이크'를 만들 작정이다. "그릴 하나면 저처럼 투박한 남자도 간단하면서도 멋스러운 파티 요리를 뚝딱 만들 수 있어요." 감자전은 얇게 채썬 감자에 소금·후추로 간을 한 뒤 테팔 '옵티그릴'로 버터를 두르고 바삭하게 구워내면 완성이다.

'김풍' 스타일의 간편 가정식으로 파티 요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김치호(31) CJ제일제당 홍보팀 대리는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요리에 눈을 떴다. 간편식으로 이색요리를 만드는 비법을 이때 터득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왕교자 그라탕'과 '스팸튀김 샐러드' '미트볼 스틱'을 준비했다. 스팸튀김은 안주 메뉴로 그만이다. 끓는 물에 스팸을 살짝 데쳐 건진 뒤 물기를 제거하고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 순으로 얇게 골고루 옷을 입힌다. 노릇하게 구워낸 스팸튀김을 샐러드에 올려낸 뒤 드레싱을 뿌린다. 짠맛을 덜어낸 스팸의 바삭한 식감이 샐러드와 어우러져 맛있다.

오빠 요리 10계명

1 욕심은 금물. 재료, 레시피가 단순한 요리부터 시작하자.

2 식재료가 관건. 좋은 고기를 사용하면 소금·후추만 뿌려도 맛있다.

3 재료 공부가 첫걸음. 어떤 맛을 내고, 특성이 있는지 체크한다.

4 양념을 무조건 많이 넣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것.

5 소금·간장은 마지막에 넣어 간을 맞춘다.

6 중간중간 주방을 치워가며 요리한다. 재료는 레시피 순서대로 정리할 것.

7 오븐을 활용하자. 고기, 생선 위에 버터만 발라 구워도 맛있다.

8 맛집에서 주문한 족발·치킨에 이색 재료·소스를 추가하면 ‘리폼의 제왕’.

9 접시의 반만 음식을 채운다. 무늬 없는 단색 접시가 음식을 돋보이게 한다.

10 식탁에 테이블 매트만 깔아도 팔할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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