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동호인이 봉? 돈벌이에 혈안 된 협회

박준용 2016. 12. 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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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지난 12월 14일 대전 인터시티 호텔 세미나에서 대한테니스협회 곽용운 회장을 비롯해 각 시도 협회장들과 KTA 랭킹 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곽용운 회장이 지난 8월 엘리트와 생활체육 테니스 통합 회장에 선출된 이후 랭킹 대회장들과 갖는 첫 만남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기자는 벼룩시장배 대회장 대리인 자격과 취재차 간담회를 찾았다.
하지만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협회 생활체육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회장 자격으로 오셨으니 오늘은 조용히 좀 하시죠?"라며 입단속 시키려는 듯한 말을 했다.
왜 조용히 하라는 것일까? 협회는 무엇이 두려워 기자의 입을 막으려고 했던 것일까? 하지만 기자의 입을 막으려고 해도 대회장들의 입은 막을 수 없었다.
협회는 감독관 수당(7만5천원 이상)을 대회장들에게 떠넘기고 보다 나은 서비스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대회 개최비 인상을 대회장들에게 요구하자 "소통 없는 인상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며 대회장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관련기사: 협회의 일방적 통보, KTA동호인 랭킹대회 파열음?).
이에 곽 회장은 "현행 방식에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17개 시도 회장들과 심도 있게 의논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생활체육 관계자는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개최비 인상이다. 협회는 개최비를 CA~MA그룹은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GS그룹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다른 테니스 동호인 단체 카토의 개최비 경우 3그룹~1그룹은 40만원, A그룹과 MA그룹은 50만원이며 카타 B, C그룹은 20만원, A그룹 이상은 30만원이다.
또 카토는 대회 주최측의 예산을 고려해 소정의 금액을 감독관에게 지불하고 있다. 카타는 주최측의 부담을 줄이고 감독관 비용으로 생긴 부조리를 근절시키기 위해 감독관을 폐지하는 대신 카타 관계자가 유선 또는 현장에서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
협회의 향후 개최비 사용도 의문이다.
협회는 "개최비를 시스템 유지 보수, 직원 인건비, 대회 홍보비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건비다. 현재 협회 직원 인건비는 대한체육회에서 50% 보조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협회 자체 예산에서 지급하고 있다.
협회의 의무이자 임무인 직원 인건비를 동호인 호주머니 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여기에 협회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곽 회장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장이라면 대회장들을 이해시키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시도 협회장이 결정하면 따라야 하느냐?'는 한 대회장의 질문에 "시도 협회장님들은 협회 대의원이다.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안 된다"며 권위를 앞세워 간담회를 무색케 한 태도를 보였다.
또 곽 회장은 "신설 전국 동호인대회는 대한테니스협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못하게 되어 있다. 카토와 카타 대회도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토와 카타는 대한테니스협회와는 별개의 단체로 협회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 곽 회장의 이 발언은 협회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앞으로 신설 KTA 랭킹 대회도 열지 못하게 막겠다는 대회장 압박용으로 보인다.
최근 협회를 보면 우리나라 테니스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기보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몇 달 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한 국제대회 담당자에게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으니 대회 수익금을 협회에 귀속시키라"고 했다가 대회 관계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곽 회장은 회장 당선 후 출연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물론 협회장이 출연금을 내지 않는 것이 잘 못 됐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같이 테니스가 인기가 높은 나라에서는 협회장이 출연금을 내지 않고 동호인 등록제를 통해 발생한 등록비 등 여러 수익 사업을 통해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그 나라에서 테니스가 인기 종목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으로 취급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테니스 선수 수와 동호인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대기업 역시 테니스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우리나라가 협회장 출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쉬운 구조다.
무작정 선진국 시스템을 따르는 것보다 우리나라 테니스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데 현 집행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동호인 대회를 유치하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대회 관계자들은 후원 받기 위해 지차체 또는 기업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 다녀야 하며 심지어 사정해야 간신히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후원을 받는다 해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맨다. 이렇게 힘들게 대회를 유치하는 이유는 수익을 바라는 것보다 테니스 저변 확대와 활성화라는 큰 명제에 동의하고 동참하기 위해서다. 실제 동호인 대회 대부분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엘리트 대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동호인 대회의 경우 대회 관계자들 대부분은 생업이 따로 있어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테니스에 애정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협회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이들에게 칭찬을 해줘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협회는 재를 뿌리고 있는 꼴이다.
옛말에 '동냥은 못 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 했다. 대한테니스협회 현 집행부가 테니스 활성화를 위해 봉사하는 대회장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글=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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