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신년 증시의 사주팔자는 '귀인을 만날 상'

2016. 12.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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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10년 답답한 시장 끝나가는 국면
환율, 금리 등 투자자에겐 골디락스 환경
정치논리 아니라 시장의 기본만 지켜봐야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

스마트폰 시대에도 신년운수를 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흔한 말로 운칠기삼인 세상사라 운이 중요함은 말할 것이 없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나라 (무당을 포함한) 역술인의 숫자가 5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교에 정식 학과도 있다. 주자학이 통치이념이던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공식적으로는 무당이나 점쟁이를 멀리했다. 공자의 가르침은 매우 실질적인 인간의 도리를 다루는 것이어서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철저히 배제했다. 공자는 말년에 주역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점치는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미래가 궁금하지 않은 인간은 없을 것이다. 우리네 민간 운세 베스트셀러는 토정 이지함 선생의 토정비결이다. 토정비결의 유래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지만 아무튼 정조 이후 민간에 널리 유포되면서 고단한 삶에 위로가 되는 신년운수를 많이들 보았다. 더구나 신년처럼 급변하는 정국에서는 역술산업(?)이 모처럼 호황일 게다.

토정비결은 사주팔자로 운수를 풀이한다. 사주란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말하고 팔자란 사주의 십이간지 명칭이다. 사주로 모든 사람의 운수를 풀이하니 사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그런데 자산운용의 운(運)자가 운수(運數)의 운자와 같다. 운용도 운이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펀드매니저, 즉 운용역은 이름에 걸맞게(?) 운을 잘 굴려야 한다. 주식시장만큼 변화무쌍한 곳이 없으니 펀드매니저가 거의 점쟁이 노릇을 한다고 해도 화낼 것 없다. 어차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같다. 다만 펀드매니저가 사주단지로 모시는 사주팔자가 환율, 유가, 금리, 이익이라는 것이 다를 따름이다. 신년 시장 운세를 점치기 위해서는 일단 이 네 가지 팔자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이 서야 한다.

우선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60~1170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에 원화가 좀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의 무역흑자 규모와 미국의 차기 트럼프 정부 무역정책을 보면 원화 약세가 용인되기 어렵다. 오히려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둘째, 금리는 올라갈 일밖에 없다. 경제 상황에 따라 다소 늦어질 수는 있지만 채권의 30년 상승 시장은 끝났다. 당연히 채권과 부동산 시장은 매우 부정적인 영역으로 진입한다. 셋째, 유가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보여주듯 산유국들이 더 이상 싼 유가를 버티기 힘들어 간신히 합의에 성공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고유가는 힘들다.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 셰일가스나 심해 원유 개발이 흑자로 돌아선다. 즉 경쟁품이 항상 대기 중이라는 의미다. 50~60달러 선에서 안정될 확률이 높다. 넷째, 내년 기업 이익은 일단 10% 정도 증가 예상이 다수설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는 달리 개별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은 살아있다는 얘기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보호무역 역풍보다는 반사적 이익이 더 크다.

결론적으로 적당히 경쟁적인 환율, 높지도 낮지도 않은 금리, 산유국이 망하지 않을 정도의 유가, 저성장이 무색할 정도의 기업이익 증가율은 주식투자자에게는 골디락스 환경이다. 반면 주식과 경쟁 자산인 채권과 부동산은 ‘대상투’를 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가 이제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감세와 인프라 투자정책은 시행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경기 회복에 속도를 더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정부의 북핵 강경론자들의 등장은 무관심으로 일관한 오바마 정부보다는 오히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지난 40년을 보면 주식시장은 대충 10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경험했다. 이제 10년의 답답한 시장이 끝나가는 국면이다. 신년 증시의 사주팔자는 귀인(?)을 만날 상이다. 정치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시장의 기본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한 새해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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