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 프란체스코 성인 친필 기도문, 한지 이용해 복원(종합2보)

2016. 12. 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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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도서병리학연구소, 신현세 장인 한지 이용 '카르툴라' 되살려
한지, 伊서 문화재 복원 용도 '적합' 인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1182∼1226년)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이탈리아의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가 우리 전통 종이인 한지를 이용해 복원됐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도서 복원 전문 기관인 도서병리학연구소(ICPAL)는 최근 한지를 이용해 성 프란체스코의 '카르툴라' 복원 작업을 완료, 이를 15일 로마 시내 ICPAL 본부에서 선보였다.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이 소장하고 있는 카르툴라는 평생 빈자들과 함께하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체스코 성인이 선종 2년 전인 1224년, 그리스도에게 영감을 받고 지은 '하느님 찬미가'와 '레오 수사를 위한 축복 기도문'을 직접 적어 넣은 양피지로 가톨릭 역사와 이탈리아 중세사에서 차지하는 가치가 높다.

2001년부터 '카르툴라' 복원에 착수한 ICPAL은 경남 의령군에 있는 신현세 전통한지공방에서 제작한 전통 한지를 이용해 카르툴라 밑 부분의 손상 부위를 보강, 원형을 되살렸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도서병리학연구소(ICPAL)가 15일 로마에서 한지를 이용해 복원된 성 프란체스코가 직접 쓴 기도문 '카르툴라'를 공개했다. 2016.12.15

ICPAL은 카르툴라를 비롯해 이탈리아 주요 문화재 5점의 복원에 한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채색 신약 성서본 중 하나인 6세기 비잔틴 시대 문화재인 로사노 복음서, 16∼17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사르데냐 섬 가문들의 문장 모음집 등의 각 페이지와 책등을 연결하는 부분 보강 작업에 한지가 쓰였다.

우리 전통 종이 한지가 수 세기 전 서구의 유물의 복원에 사용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한지 세계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일본 전통 종이 화지는 50년 전 피렌체 대홍수 때 손상된 문화재 복구에 대거 쓰인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 널리 활용됐다.

반면, 한지는 결합성이 좋아 보강 작업이 용이하고, 성질이 중성을 띄어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일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아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한지가 세계적인 문화재 복원에 쓰인 알려진 사례는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년) 재단의 주도로 이뤄진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복원 문화재도 비교적 현대 작품에 국한돼 있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5일 이탈리아 로마의 도서병리학연구소에서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한지의 적합성을 인정하는 인증 행사가 열렸다. 2016.12.15

ICPAL은 이와 함께 카르툴라 복원에 쓰인 한지 제작자 신현세 장인의 한지가 문화재 복원 용도로 적합함을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이날 이용준 주이탈리아 대사에게 인증서를 전달했다.

인증받은 한지는 '의령 신현세 전통한지 1'과 '의령 신현세 전통한지 2' 두 종류다. ICRCPAL은 성분, 산성도 검사를 비롯한 생물학적 검사, 물리화학적, 기술적 검사 등을 거쳐 문화재 복원 재료로서의 한지의 적합성에 합격점을 내렸다.

한지가 해외 공인기관에서 문화재 복원 용도로 인증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고문서 복원 관련 기관으로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을 통틀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꼽히는 ICRCPAL의 인증을 받는 동시에 문화재 복원에 있어 한지를 써도 좋다는 인식이 전 세계 문화재 복원 업계에 퍼지는 셈이기 때문에 한지의 세계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준 대사는 "한국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한지가 전 세계 문화재 복원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기관 중 하나인 ICPAL의 공인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한지가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보다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 1년 간 ICPAL에서 사용할 한지를 한국 대사관에서 무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한지가 문화재 복원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이탈리아 도서병리학연구소(ICPAL)에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사진은 마리아 세바스티아니 ICPAL 소장과 이용준 주이탈리아 대사. 2016.12.15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ICPAL 소장은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한국 측의 헌신적인 지원과 협력이 없었다면 이번 문화재 복원과 인증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도처에 문화재 복원 대상이 널려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지 사용을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인증서 전달식에서는 신현세 장인을 비롯해 외교부 문화외교국 배병수 심의관, 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경남 의령에서 50년 넘게 한지 제작에 전념해온 신현세 장인은 "이탈리아의 의미있는 문화재 복원에 내가 만든 한지가 쓰여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지난 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바티칸과 이탈리아 북부 티에네 등지에서 현지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지 활용법을 소개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한지에 대한 이탈리아 전문가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뜨거워 깜짝 놀랐다"며 "이번 한지 인증을 영세한 국내 한지 산업을 되돌아보고,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경남 의령의 한지 제작자 신현세장인이 15일 이탈리아 로마 도서병리학연구소(ICPAL)에서 공개된 '카르툴라'를 배경으로 서 있다. ICPAL은 신 장인이 제작한 한지를 이용해 성 프란체스코의 자필 기도문인 '카르툴라'를 복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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