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오래전 '이날'] 12월12일 '007' 판권 전쟁

이재덕 기자 2016. 12. 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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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래전‘이날’]은 1956년부터 2006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06년12월12일 영화 007 시리즈 ‘판권 전쟁’

‘살인면허(00)’을 부여받은 영국 MI6의 7번째 특수요원 007 제임스본드. 10년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21번째 007 시리즈인 다니엘크레이그 주연의 ‘카지노 로얄’이 소개됐습니다.

신문기사는 이 영화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원작자 이안 플레밍이 쓴 첫 번째 007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카지노 로얄은 달라진 007을 화두로 삼는다. 연미복 차림에 매끈한 유머 감각을 선보였던 신사 첩보원은 이제 없다. 그도 그럴것이 007 이후의 첩보원 영화들은 하나같이 제임스 본드를 죽이거나 조롱했기 때문이다.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가 스파이로 활약했던 ‘트리플 엑스’(2002)는 007을 연상케하는 첩보원의 죽음으로 첫 장면을 시작했다. 코미디 오스틴 파워 시리즈는 007의 지나친 여성편력을 놀림감으로 삼았다. 영국의 본드보다 멋지고 날렵한 미국의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첨단 과학 기술과 강인한 육체를 바탕으로 ‘불가능한 임무(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한다.

놀림을 당하면서 시리즈를 끝내느냐, 확 변한 모습으로 돌아오느냐. 007은 후자를 택했다. 도입부부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거친 입자의 화면이 등장한다. 살인면허를 받기 위해 두 번의 살인을 수행하는 과정부터 본드는 과격하다. (…) 6대 제임스본드 다니엘크레이그의 눈빛은 선량하기보다는 냉정하고 잔혹하다”

이후 새 제임스본드의 007 영화는 변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007 영화가 1960년대에 제작됐던 사실 아시나요? 오손웰스, 우디앨런 등이 배역을 맡았습니다. 1966년12월10일자 경향신문은 당시 제작 중인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안 플레밍 원작의 007 가운데서도 이야기의 구성이나 재미로 보아 최고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카지노 로얄은 일련의 본드 영화가 세계적인 히트를 칠 때부터 누가 그 영화화 권리를 쥐고 있는지 커다란 의문을 던져주었다. 엉뚱하게도 이 영화화권을 쥐고 있던 프로듀서 찰스 펠드만이 판권을 자기의 책상서랍에 쳐넣어둔 채 꿈에도 영화화를 생각하지 않고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그토록 007이 세계를 휩쓸고 황금을 긁어모으고 있는 판에 이 사나이는 흙 속에 보석을 묻어두었던 것.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이 친구 자기가 가진 카지노 로얄이 007 시리즈 가운데서도 최고 걸작이란 것을 뒤늦게 알자 번쩍 눈을 떴다.(…) 카지노 로얄은 6명의 각색자와 6명의 감독이 저마다의 클럽을 짜고 또 저마다 수십명의 배우를 동원하나 ‘옴니버스’는 아닌 새로운 형식인데 늦바람 난 펠드만이란 친구는 좀처럼 영화의 형식이나 출연배우까지도 공표하지 않고 궁금증을 쌓아놓았다가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할 생각이라는 것”

1966년12월10일자 경향신문

당시 기사에는 이렇게 나왔지만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작가 이안 플레밍은 자신의 데뷔작 카지노 로얄을 너무 아껴서 EON프로덕션(‘007 매니아’인 영화 제작자 알버트 브로콜리와 프로듀서 해리 슐츠만이 설립한 영화제작사)에 영화화 판권을 넘길 때 이것만은 제외했죠. 그러나 이안 플레밍이 죽은 뒤 미국의 한 영화 제작자가 영화화 판권을 샀고 이게 다시 찰스 펠드만에게 넘어갔다는 겁니다.

당시 카지노 로얄은 우리가 아는 2006년 다니엘크레이그 주연의 카지노 로얄과는 전혀 다른 코미디 영화 입니다. 오스틴파워 같은 스타일의 007 영화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이후 영화는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EON프로덕션에 의해 2006년 정식 제작됐습니다

007 영화 판권 때문에 1983년에도 본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두 편의 007 영화인 ‘옥토퍼시’와 ‘네버세이네버어게인’이 같은 시기에 격돌한 겁니다. 옥토퍼시는 EON프로덕션이 만든 007 시리즈 영화였지만, 네버세이네버어게인은 ‘007 썬더볼(1965년)’를 리메이크한 외전이었습니다. 옥토퍼시 주연은 2대 제임스본드인 로저무어. 네버세이네버어게인의 주연은 1대 제임스본드인 숀코너리가 맡았습니다.

1983년1월14일자 경향신문

두 007의 싸움은 요즘 마블 세계관에 속해있지만 정작 판권은 소니에 있는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처럼 복잡합니다. 카지노 로얄을 제외한 007 시리즈의 판권을 EON프로덕션에 넘긴 원작자 이안 플레밍은 제작자 케빈 매클로리, 각본가 잭 휘팅엄과 함께 기존 소설과는 다른, 영화를 위한 오리지널 각본을 집필하게 됩니다. 후에는 이 각본이 ‘007 썬더볼’이라는 소설로 출간됐죠. 냉전이 곧 끝날 것으로 믿었던 이안 플레밍은 새로운 빌런(악당)인 ‘스펙터’를 만들었는데요. 이 스펙터가 처음 등장한 소설이 썬더볼입니다. 썬더볼의 영화화 판권은 매클로리가 갖게 됐습니다. EON과 007썬더볼을 만든 매클로리는 10여년 뒤 EON과는 다른, 또다른 본드 시리즈를 시작할 생각에 네버세이네버어게인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흥행에서는 옥토퍼시가 더 좋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두 007의 싸움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숀 코너리는 이번에 본드역에 복귀하면서 500만(약 40억원)의 출연료와 세계 흥행수입의 10% 배당을 받게 돼있어 약110억원의 거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촬영기간 3개월동안 숀 코너리가 출연하는 65일간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1억7400만원을 버는 셈. 007 네버세이네버어게인은 ‘스타워즈2’의 어빈 카슈너 감독 연출로 현재 런던 교외 EMI 스튜디오에서 한창 촬영중이다. (…) 한편 007시리즈의 판권을 갖고 있는 EON의 브로콜리가 13번째로 제작하는 007 옥토퍼시는 지난해 8월16일 존글렌 감독 연출, 로저 무어 주연으로 런던 근교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숀 코너리가 007을 떠났던 것은 71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끝내고 출연료 절충이 안 됐었기 때문이다. 그후 브로콜리는 로저 무어를 기용, 5편을 제작했으며 6편째를 만들고 있는 것. 코너리 측에서는 7년 전 따로 007 시리즈를 계획했었으니 브로콜리가 판권을 주장, 손을 못 대다가 10년 시효가 지나면서 제작에 착수했다. 선배 본드와 후배 본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영화는 촬영 전부터 치열한 선전전을 펴고 있다”(1983년1월14일자)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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