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세계가 들썩인 美 블프..이메일 할인쿠폰 마케팅 통했다

손재권 2016. 12. 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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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쇼핑 시즌 블랙프라이데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에 위치한 아웃렛 '그레이트몰(Greatmall)'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레이트몰 측도 추수감사절 당일(24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25일) 오후 10시까지 28시간 쉬지 않고 오픈하며 최대 쇼핑 시즌에 대비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매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그레이트몰에 왔다는 주부 김인영 씨(34)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사람이 많아 보여도 예년보다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문 열자마자 '도어버스터'라고 미친 듯 몰려가는 장면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한 해 매출의 최대 30%까지 일어나는 중요한 쇼핑 시즌. 이때 쇼핑하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불경기를 뜻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6년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 특징은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것과 오프라인 매장의 뚜렷한 매출 감소였다.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츠(Adobe Digital Insights)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및 블프, 사이버 먼데이까지 집계된 온라인 세일은 128억달러(전년 대비 15.2% 증가)에 도달했으며 블프 당일 매출도 33억4000만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5% 정도 떨어졌다.

블프 시즌엔 모두가 '대박 할인'을 내걸지만 모두 장사를 잘한 것은 아니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렸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의 1순위 쇼핑 센터가 됐다. 하지만 블프에 아마존, 월마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6 블랙프라이데이의 숨은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한국 리테일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승자 1 - 이메일 할인쿠폰
교훈 : 마케팅 메일이 스팸처럼 버려지지 않을 방법 고민을

이메일이 승자라고? 그렇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 특징 중 하나는 이메일 마케팅으로 인한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쇼핑족을 잡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검색 광고나 쇼핑 헬퍼(shopping helper) 같은 디지털 툴을 통한 트래픽 유입이나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눈길을 잡는 데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메일을 통해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다소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이 통했다. 이메일을 통한 마케팅은 사이버 먼데이 당일 매출의 19.9%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32.7% 늘어난 수치다.

이메일 마케팅은 전형적인 '윈윈'으로 꼽힌다.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소식을 꾸준히 업데이트받을 수 있는 데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쇼핑 시즌에는 특별히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유통 업체 입장에서도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의미 외에 이메일을 통해 소비자를 유입하면 상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낮으면서도 성공 확률 높은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올해 블프 시즌에 이메일 마케팅이 주목을 받음에 따라 앞으로 미국 리테일 매장에서 고객 이메일 수집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승자 2 - 美 유통할인매장 '타깃(Target)'
교훈 : 온·오프라인은 하나…15% 동시세일 인기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이 오프라인을 넘어선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이 같은 디지털 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타깃은 한동안 디지털에 대응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기점으로 승자의 반열에 오르려 하고 있다.

타깃은 올 들어 온라인 쇼핑과 배송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해 온·오프라인 매장의 격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소비자로 하여금 실제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격차가 크지 않게 만드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온라인이 싸고 오프라인은 조금이라도 더 비싸다'는 통념을 깨려 했다. 실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타깃은 '온·오프라인 15% 세일'을 통일했다. 온라인 타깃에 가도 15%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 가도 동일하게 1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해 집 주위의 타깃 매장에서 픽업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서 '사이버 먼데이'에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15%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으며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증가했고 전체 미국 온라인 세일 톱10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승자 3 - 'JC페니'의 부활
교훈 : 불문율 깨고 3시간 앞당겨 세일 시작

JC페니도 아마존의 이커머스 혁명에 큰 위기를 겪었다. 2년 전만 해도 파산 1순위 회사였고 CEO 등 경영진이 자주 바뀌었다. 그러나 올해는 영업이익 10억달러를 공언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살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회사를 일으켜세운 것. 이 같은 분위기는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이어졌다. JC페니는 올해 쇼핑 시즌을 추수감사절 오후 3시에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작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엔 블랙프라이데이 전날인 추수감사절(목요일)에는 매장을 열지 않았다. 한국으로 치면 추석 당일 오픈하는 것이 직원들을 혹사시킨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오후 6시 이전에 오픈하는 매장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 경쟁에 갈수록 오프닝 시간을 당겼고 목요일 오후 6시가 이제는 표준이 됐다.

JC페니는 불문율을 깨고 3시간이나 앞당겨 오후 3시에 블프 세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할인율도 평균 62.8%나 높였다. 20달러짜리 재킷과 부츠, 9달러짜리 스웨터를 공격적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대성공. JC페니의 플래그십 뉴욕 매장에는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600명이나 줄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JC페니 회장 겸 CEO 마빈 엘리슨은 "우리는 블랙프라이데이의 첫 번째 선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패자 - 블프의 악몽 '메이시스'
교훈 : 인터넷 사이트 먹통…디지털 퍼스트는 거져 얻는게 아니다

메이시스(Macy's)는 추수감사절의 히어로다. 뉴욕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하고 이는 전국에 생중계된다. 올해는 90년째 전통을 이어갔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어퍼웨스트사이드 77번가를 출발해 34번가 메이시스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총 16개 대형 풍선과 장식 차량 27대가 동원됐으며 치어리더 1100명, 광대 1000명 그리고 16팀의 밴드가 참여했다. 피카추, 헬로키티 등의 케릭터도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 메이시스는 악몽을 꿨다.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트래픽 폭주를 못 이기고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된 것. 메이시스 사이트에는 할인 정보와 결제 대신 "평소보다 트래픽이 많습니다(heavier traffic than normal)"라는 사인이 있었다. 쇼핑족들은 다른 사이트로 옮겨갔고 메이시스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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