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통고 정지, 처음엔 법원 조속결정 기대 안했죠"

허승 2016. 12.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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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100m앞 집회 끌어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가처분 소송끝 '집행정지' 받아내
"첫 소송땐 인용 안되면 어쩌나 고민
법원이 허락해주는 걸로 알면 안돼
낮만 되고 밤엔 안된다는 식 곤란"

[한겨레]

참여연대 공익법인센터 양홍석 변호사.

꼭 한달 전인 11월5일, 첫번째 대규모 도심집회를 예고한 ‘2차 촛불집회’ 때만 해도 경찰은 청와대 앞길은커녕 세종로 행진조차 금지했다. 수백만 촛불이 세종로 일대를 뒤덮고 청와대 코앞까지 행진하는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경찰의 지속적인 금지·제한 통고에 맞서 매주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끌어낸 데는 주최 쪽과 법조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가처분소송을 대리해온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양홍석 변호사는 “원래 잘 안 쓰는 방법이다. 지난달 4일 처음으로 가처분신청 할 때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다. 만약 법원에서 인용이 안 된다면 경찰의 금지통고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꼴이 돼버리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이후 경찰이 금지통고한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해 집회를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해보자”고 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가처분신청 과정은 숨가빴다. 10월29일 열린 1차 촛불집회는 신고 없이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규모가 커진 2차 촛불집회부터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정식으로’ 경찰에 집회와 행진을 신고했다. 당연히 금지통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집회 전날까지 경찰은 답이 없었다. 양 변호사는 “‘어라, 그냥 하라고 하려는 건가’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집회 하루 전인 금요일 오후 4시가 돼서야 주최 쪽에 전화로 금지통고를 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양 변호사는 “내가 연락받은 게 오후 4시30분쯤이다. 법원에 가처분소송을 하기로 결정난 게 5시쯤이다. 경찰한테서 금지통고서도 전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랴부랴 소장을 작성하니 6시였다”고 했다.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이 재판부에 배당하고, 배당받은 재판부가 기일을 잡아야 심리가 진행된다. 그런데 오후 6시는 이미 퇴근시간이다. 양 변호사는 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원에 충분한 사정을 설명하고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튿날 오전 11시 법원에서 연락이 왔다. 오후 2시로 기일이 잡혔다는 것이다. 양 변호사와 동료 변호사들은 또다시 부랴부랴 소송 준비를 해 법원으로 갔다. 양 변호사는 교통소통의 불편은 헌법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가 될 수 없으며, 경찰이 집회·행진을 금지하고 막을 때 더 폭력이 유발될 수 있음을 강조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의 금지통고가 부당함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양 변호사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기일을 잡아준 것부터 재판부가 전향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금지통고와 주최 쪽의 집행정치 가처분신청은 매주 반복됐다. 그때마다 법원은 주최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행진 경로는 한주 한주 청와대에 가까워졌다. 결국 지난 3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할 수 있었다. 양 변호사는 “지난 한달간 하루하루가 예측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분수대 앞 집회와 행진 신고는 경찰이 불과 몇 시간 전에 금지통고문을 가져다 줬다. 그날 재판이 예정돼 있었는데 사무실 다른 변호사들과 직원들까지 다 대기시키고 군사작전 하듯 가처분소송을 했다”고 돌이켰다.

양 변호사는 매번 법원에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경찰의 금지통고가 헌법에 반한다는 게 명백한데도 경찰이 금지통고를 내릴 때마다 법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양 변호사는 “촛불집회가 불법시위로 보이지 않도록 가급적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으려는 것이지 마치 법원이 허락해주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며 “언젠가 한번은 법원의 판단 없이 시민 스스로가 경찰의 부당한 차벽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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