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헛돈다]⑱ "주휴수당이 뭐예요?"..최저임금 안 줘도 처벌은 '솜방망이'

김종일 기자 2016. 12. 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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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280만명…내년에는 313만명, 노동자 6명 중 1명 꼴주휴수당 10명 중 6명 못 받아…솜방망이 처벌·미비한 교육으로 악순환 반복

2013년 겨울 A씨(24)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자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부천지청 근로감독관은 "주휴수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선 못 받는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근로기준법을 직접 인쇄해 해당 근로감독관을 만났다. 주휴수당과 사업장 규모 등은 상관없다는 점을 진술하고 나서야 A씨는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알바노조는 올해 초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의 편이 아니다"라며 이런 사례들을 공개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발표하면서 시급과 함께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을 고시해 이보다 적게 주는 사업장은 불법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주휴수당 지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올해 280만명에 육박한다. 전체 노동자의 14.6%에 달하는 수치다. 한은은 지난 8월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라는 제목의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 비율이 내년에는 더 크게 늘어 313만명(16.3%)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내년이면 대략 노동자 6명 중 1명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 정부 "주휴수당 제대로 챙기겠다" 의지 피력했지만…10명 중 6명은 못 받아

내년도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도 한 해 적용될 최저임금을 올해(6030원)보다 7.3%(440원) 인상된 시급 6470원으로 고시했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일당으로는 5만1760원,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급은 135만2230원(주휴수당 포함)이다. 최저임금은 사업장 종류나 업종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는 왜 '주휴수당 포함'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시급과 월급을 동시에 밝혔을까. 고용주들이 '주휴수당'을 빼고 임금을 계산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계산을 해보면 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월급은 최저임금 시급에 주 40시간과 평균 4.345주(365일÷12개월÷7일)을 곱해서 결정된다. 즉 월급(6470원×40×4.345)은 112만4486원이다. 정부가 밝힌 최저임금 월급 135만2230원과는 22만7744원이나 차이가 난다. 정부가 계산을 잘못한 걸까.

비밀은 주휴수당에 있다.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 월급에는 주휴수당 22만7744만원이 포함돼 있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3시간 이상,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유급휴가 하루가 발생한다. 노동자가 이 휴가를 쓰지 않으면 고용주는 수당으로 보상해야 한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생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주휴수당 제도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서비스 알바천국이 지난 4~11일 실시한 '주휴수당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응답자 774명)에 따르면, 알바생 중 실제로 주휴수당을 받아 본 비율은 37.9%에 그쳤다. 주휴수당 계산 방법이나 최대 3년의 주휴수당 소멸시효를 정확히 알고 있는 비율은 각각 18% 정도였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알바 포함)'라면 누구나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심지어 주휴수당에 대한 인지도는 고용주가 더 떨어졌다. 알바천국 조사 결과 알바생(82.6%) 중 주휴수당을 안다는 비율이 고용주(75%)에 비해 7.6%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안 지켜…60%가 노동법 위반

최저임금과 주휴수당만 문제일까. 고용노동부가 상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을 해보니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사업장 10곳 중 6곳이 노동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 피시(PC)방, 카페, 주점, 노래방, 당구장 등 4589곳을 점검한 결과, 2920곳(63.6%)에서 4930건의 법 위반을 적발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서비스 알바천국이 제공하고 있는 주휴수당 계산기 서비스. 전문가들은 민간 업체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노동권에 대한 제도권 교육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사진=알바천국

법 위반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면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48.3%)이 가장 많았고, 임금 미지급(26.7%)과 최저임금 위반(6.5%)이 뒤따랐다. 노동자 2976명의 임금 13억5809만원은 체불 상태였고, 424명은 최저임금 2억3364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후 고용부가 2016곳에 시정 조치를 명령해 사업주가 임금체불 8억7000만원, 최저임금 미만 금액 1억 5000만원이 노동자에게 지급됐다. 시정 조치를 따르지 않은 사업장 3곳을 사법처리하고, 270곳에 과태료 1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고용부의 조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알바권리지원센터가 최근 부산의 대학가 대표 상권인 부산대 앞 아르바이트생 18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3.2%가 올해 최저임금인 6030원 이하의 시급을 받고 있었다.

급여명세서와 근로계약서는 유명무실했다. 응답자의 73.3%가 급여명세서를 못 받고 있었고,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한 응답자는 30.5%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받게 돼 있는 주휴수당을 받는 비율은 21.9%에 그쳤다. 주휴수당 자체를 모르는 응답자도 31.3%로 나타났다.

◆ 최저임금법 어겨도 처벌은 1.7%뿐…'솜방망이' 징계에 악습 반복 악순환

주휴수당 및 최저임금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노동법 등에 대한 미비한 교육과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작년 전국 19~24세 성인남녀 3003명을 조사한 결과,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26명(17.5%)에 불과했다. 여기에 교육 경로가 중·고등학교였던 사람만 다시 추리면 그 수는 119명(3.9%)으로 줄어든다. 즉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사실상 전무한 것이다.

그래픽=김다희 디자이너

정부 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 속에 최저임금법의 강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최저임금 게시와 고지 등 주지 의무를 어길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올해 최저임금법을 어겨 적발된 사업장이 700곳이 넘지만 이중 사법처리나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은 곳은 1.7%에 불과하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저임금 법규 위반'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최저임금법을 어긴 사업장은 757건에 달하지만 처벌을 받은 건수는 사법처리(10건)와 과태료(3건)를 포함해 13건에 그쳤다.

고용부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 행태는 올해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작년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건수는 1502건에 달했지만, 사법처리와 과태료 처분을 한 건수는 22건(1.5%)에 그쳤다. 2007년(9건·0.2%), 2008년(8건·0.07%), 2009년(7건·0.04%), 2010년(13건·0.1%), 2011년(11건·0.07%), 2012년(12건·0.1%), 2013년(18건·0.3%), 2014년(18건·1.1%) 등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도 처벌 비율이 2%를 넘은 적이 없었다.

이처럼 최저임금법을 위반해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최저임금법을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이 대부분 '시정조치' 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시정조치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하는 조치를 뜻하는데, 사용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근로감독관은 추가로 별다른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

이는 해외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호주 법원은 유학생 등 12명에게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편의점 주인에게 최저임금 미지급액의 5배에 달하는 벌금 40만8000호주달러(3억6000만원)를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을 도입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50만유로(약 6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강력한 처벌을 명시했다. 영국은 최저임금법을 어길 시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고용주 명단을 공개하거나 15년 동안 고용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중앙은행으로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한은도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들고 있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최저임금 준수 유인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서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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