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욕세럼·악마 크림.. 화장품, 독하게 불려야 산다

최보윤 기자 2016. 12.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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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칭 뒤바뀌는 화장품·미용 주사]
돼지코팩·붕대 BB·링거 팩.. 제품 이미지 세게 각인돼야 인기
반대로 신데렐라·백옥 주사 등 미용 주사는 순한 이름으로
마케팅 용어라 과장된 표현도

'마귀할멈, 마녀공장 vs 신데렐라, 백옥….' 갈수록 독해지거나 아니면 순해지거나. 요즘 유행하는 화장품 브랜드와 미용 주사 얘기다. 화장품 하면 순한 성분을 떠올리고, 주사의 경우 한 번만으로도 효과를 볼 것 같이 '센' 이미지였던 것의 정반대로 가고 있다.

화장품에서 대표적인 것이 악마 크림, 마녀공장, 마귀할멈 등이다. 또 이솔의 호랑이 앰플, 미팩토리의 3단 돼지코팩, 토소웅 누에고치 몬스터팩 등 화장품과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강한' 이름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라미화장품이 올 초 출시한 마귀할멈 빨강앰플(에센스), 마귀할멈 붕대 비비(BB 크림) 등은 SNS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뷰티 전문 매장, 편의점 등에서 앞다퉈 입점을 요청할 정도다. 라미화장품 김경선 마케팅부장은 "올 들어서 '쎈 언니' '걸크러쉬(여자도 반하는 멋진 여자)' 같은 용어들이 유행하면서 나쁜 여자이지만 개성 있고 나만의 비법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 같은 이름들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직관적으로 쉽게 각인되는 제품이 인기다. 헬스&뷰티 스토어 왓슨스 김소라 대리는 "SNS상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남심저격' '폭풍대쉬' '아련폭발' 같은 단어들이 붙어야 잘 팔린다"고 말했다. 뷰티 전문가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는 "예전 같으면 '리쥬브네이팅' '리제너레이팅'(재생) 같이 영어를 앞세워 '고가(高價) 이미지'를 내세우거나 원료와 성분을 강조해 신뢰감을 주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최근엔 이미지로 금방 인식할 수 있는 제품이 화제"라고 말했다. 링거 모양이 그려진 팩을 생산하는 '메디힐'의 경우 올해 매출 목표가 4000억원이다.

사용하면 즉각적으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며 '독한' 애칭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욕세럼(serum·영양 성분을 농축한 액상형 화장품)' '통증세럼'. 각질을 제거하는 필링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들이다. 각종 게시판엔 '바르면 욕 나오게 아프고 지옥을 경험하며 원치 않아도 저절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게 된다'는 식으로 사용 후기가 적혀 있다. 명동 CU클린업피부과 김지영 원장은 "글리콜산 같은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많은데, 보습·미백·안티에이징 효과가 있긴 하다"면서 "상처 재생이 늦어지는 만성피로 증상을 겪고 있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AnG클리닉 안지현 원장은 "의료용 필링제보다 화장품은 산성도가 낮지만 매일 바르면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성분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용 주사는 '마늘 주사' '감초 주사'처럼 이름만 들어도 제품의 성분이 연상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기있는 주사는 맞기만 하면 공주가 될 것 같은 '신데렐라 주사', 바로 뽀얘질 것 같은 '백옥 주사' 같은 애칭으로 불린다. 최근엔 아기 피부처럼 만들어준다는 '아기 주사' '연어주사'도 인기를 끌고 있다. AnG클리닉 안지현 원장은 "신데렐라 주사의 정식 명칭은 '치옥트산' 주사인데, 이런 애칭은 주로 제약업체 마케팅팀이 이름 붙인다"면서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있어야 병원에서도 주사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반 주사는 간 기능 개선, 신데렐라 주사는 항산화제·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있는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고,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과장된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남 우태하 피부과 임성빈 원장은 "어떤 약을 섞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지만 비타민 같은 영양제 링거에 몇 가지 성분을 조금 섞은 수준"이라며 "마케팅 용어일 뿐 이름 같은 미용적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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