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저어새 등 'DMZ 자연' 우표

2016. 11. 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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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긴 부리와 붉은 눈, 그리고 금색 띠를 두른 목을 가진 저어새의 자태는 황홀함 그 자체다. 번식기에 들어서면 저어새의 기품은 더욱 빛난다. 금빛 꽃술로 장식한 머리와 황금색으로 아이라인을 그린 눈을 보고 있자면 저어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어새의 진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은 한국 사람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어새는 여름철새다. 우리나라 서해 5도 주변에서 봄부터 가을까지(보통 4월에서 10월까지) 지낸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는 1급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다. 2011년 국제 동시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 1848마리밖에 없다. 이들 중 90%가 한반도에서 번식을 한다고 한다.

저어새라는 이름도 우리와 친숙하다. ‘저어’의 어원은 ‘젓다’이다. 저어새가 사냥할 때 물속에 넣은 긴 부리를 약간 벌리고 머리를 이리저리 젓는다. 부리 속으로 물고기나 새우 등 먹이가 들어오면 잽싸게 부리를 닫아 사냥한다. 사냥 모습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영어 이름은 ‘Black-face of spoonbill’이다. ‘검은 얼굴과 넓적한 부리를 가진 새’라는 뜻이다. 넓적한 부리(bill)는 마치 주걱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스푼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전쟁의 상흔을 지우고 야생동물의 피난처로 새롭게 태어난 DMZ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한 ‘DMZ의 자연’ 시리즈 우표. /우정사업본부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는 서해 5도와 서해안의 무인도(비도, 석도, 유도, 요도), 남동유수지,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등이다. 이 때문에 우리와 친숙한 텃새가 아니지만 저어새를 ‘한국의 새’로 분류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저어새의 종주국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종주국을 주장하기에 앞서 저어새 보호와 객체를 늘리는 책임도 따른다.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체수가 적어도 1만 마리 이상 돼야 한다고 한다.

객체를 늘리기 위해 국내는 물론 국제 환경단체가 나서 ‘저어새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저어새 역시 자연을 교란시키는 개발의 피해를 받고 있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저어새의 먹이가 사라지고 있다. 저어새의 주요 터전은 갯벌이다. 새만금 매립으로 저어새의 보금자리가 사라졌다. 이처럼 서해의 번식지가 하나둘 사라지면 전 세계의 저어새는 심각한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서해 연안 갯벌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 연안 및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평가받는다. 특히 국내 최대인 인천 연안 갯벌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천연 정화장이다. 국토해양부 자료(2013년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갯벌은 2487.2㎢이다. 위성자료 분석에 의한 전자해도 측정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2003년(2550.2㎢)에 비해 63㎢가 줄었다. 이는 여의도(2.9㎢)의 22배에 해당하는 갯벌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전체 갯벌 면적의 약 83.8%가 분포하고 있는 서해안에 갯벌 매립이 가장 활발하다. 사라진 갯벌 면적의 54.6%인 33.2㎢가 인천·강화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송도매립공사, 인천만과 강화에 조력발전소 건립을 하고 있는 중이다. ‘더위 속 유해균 확산으로 떼죽음’, ‘더위 꺾여도 폐사 여전’, ‘남동유수지 터전 잃을라’, ‘알은 쓸려가고 새끼는 굶어죽어’ ‘새만금 매립공사로 절멸위기 처해’…. 천연기념물(제205호) 저어새에 관한 최근의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저어새의 개체 증식은 무엇보다 번식환경이 얼마나 안정적이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서해 갯벌과 DMZ를 주목하는 이유다.

우정사업본부는 11월 22일 비무장지대(DMZ)의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기 위해 ‘DMZ 자연’ 시리즈 우편을 발행했다. 그 중 하나가 저어새다. 저어새 종주국으로서 책임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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