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 기획 가습기 살균제 참사 기록 '엄마, 숨이 안 쉬어져'](13) 코스트코·다이소·GS마트도 PB 제품 팔았다

2016. 11. 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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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PB(자체개발) 제품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외에도 코스트코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 다이소 아성산업 ‘산도깨비 가습기퍼니셔’, GS마트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등이 있다.

지난 7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까르푸 ‘가습기세정제’를 추가로 찾아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습기 살균제 6개 제품에 KC(국가인증) 마크를 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형마트 PB 제품 가운데 코스트코에서 판매한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을 제조한 글로엔엠이 2010년 8월, GS마트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를 제조한 퓨엔코가 2007년 9월 각각 KC 마크를 획득했다.

코스트코 PB는 제품 표시에 제조원은 글로엔엠(현재 제너럴바이오), 판매원은 홈케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는 코스트코에서만 제품을 구입했다. 옥시 제품의 경우 제조원인 한빛화학은 ‘옥시싹싹’, ‘옥시크린’, ‘물먹는하마’ 등 생산품을 옥시에 전량 공급했다. 코스트코의 경우 제조원 글로엔엠은 ‘베지터블 홈’ 생산품을 코스트코에 공급했다. 판매원 홈케어 홈페이지(www.vegetablebaby.com)는 접속이 중단됐다. 코스트코 제품 원료(PHMG-염산염)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PHMG-인산염)와 같은 PHMG 성분을 사용했지만 “염산염은 역학조사를 안 했기 때문에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독성 전문가들은 PHMG 염산염과 인산염의 독성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효빈이 모녀가 2013년 집에서 가습기 살균제 1차 조사를 받고 있다(왼쪽 사진). 탁자 위에 있는 가습기 살균제는 코스트코 PB 제품이다. 오른쪽 사진은 2011년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효빈이./환경보건시민센터

첫돌을 중환자실에서 보낸 효빈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성부씨는 2009년 결혼했다. 남편은 DVD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영업장에 필요한 음료수를 대량 구입하기 위해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을 이용했다.

결혼한 해에 임신한 이씨는 10월쯤 환절기가 다가오면서 치워둔 가습기를 꺼냈다. 이씨는 결혼 전부터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 환절기나 겨울철에 코가 건조해서 가습기를 사용했다. 부부는 코스트코 양평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하기 위해 둘러보다 전시된 가습기 살균제를 보았다. “코스트코에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네” 하면서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을 집어들었다. 이씨는 그전에는 옥시에서 나온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알고 있던 옥시 제품은 용량이 550㎖인데, 코스트코 제품은 용량이 1000㎖였다.

2010년 3월 마지막 날, 뱃속에서 10개월 기다림 끝에 큰딸 효빈이가 3.05㎏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임신기간에 사용하던 가습기 살균제는 효빈이가 태어난 봄에 잠시 사용했다가 그해 10월 가습기를 다시 꺼내 쓰게 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넣고 사용한 지 4개월쯤 지난 2011년 2월 28일 밤 효빈이 몸에서 열이 났다. 부부는 자정 넘어 서울역 뒤 소화아동병원 응급실로 갔다. 체온을 재니 39.4도였다. 의사는 ‘열감기’라며 해열제 처방과 함께 물로 몸을 닦아주면 열이 내려갈 거라고 했다. 2시간 동안 부부는 딸아이 열을 내리기 위해 연신 몸을 닦아줬다. 체온이 37.8도로 내려가 새벽녘에 퇴원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도 이틀 동안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이고 몸을 닦아주면 조금 체온이 떨어지다가 다시 38.3도로 올라갔다. 동네병원에 가니 목감기 같다며 감기약을 처방했다. 약을 먹어도 다음날까지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잠잘 때만 사용했던 가습기는 병원 입원 전까지 아기를 위해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가습기 살균제를 넣고 밤낮으로 틀어줬다. 동네병원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겠다며 여기서 검사할지, 큰 병원 가서 검사할지를 물었다. 이씨는 소견서를 받아 효빈이를 업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데려갔다.

바로 입원해서 검사를 했다. 엑스레이 상에 기흉이 있어 옆구리 양쪽에 관을 삽입해 공기를 제거하는 처치를 하고 폐 CT를 촬영했다. 그런데 효빈이 검진을 마치자마자 상태가 위중해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주치의는 ‘간질성 폐질환’인 것 같은데,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첫돌도 지나지 않은 딸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졌고 조그만 몸에는 주사바늘 여러 개가 꽂혔다. 인공호흡기를 달기 위해 기관지 절개술도 했다. 아기가 깨어 있으면 엄마를 찾고 보채기도 하고 자가호흡이 힘들어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마취제를 써서 대부분 수면상태로 있었다. 첫돌 때에는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해서 병원 수녀한테서 세례를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50일 정도 치료를 받고 다행히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기관지를 절개해 숨을 쉬던 아기는 가정용 산소호흡기에 적응하기 위해 중환자실에서 쓰던 인공호흡기를 끊는 연습을 했다. 두 달 넘게 입원했다 퇴원했지만 다음날 다시 입원했다. 준비해둔 가정용 산소발생기로는 호흡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즈음 겨우 자가호흡이 됐다.

두 돌 무렵인 2012년 3월에는 절개한 기관지를 메우는 수술을 했다. 기관지를 절개하면서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위관영양(튜브급식)을 해야 했다. 재활의학과에서 먹는 훈련을 한 덕분에 2013년 여름이 돼서야 겨우 입으로 먹게 됐다. 그나마 입으로 먹는 것도 잘 먹지 않아 또래에 비해 성장발육이 늦은 편이다. 지금 효빈이는 유치원에 다닌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기를 하면 차이가 나지만 강단이 있어 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씩씩한 어린이로 자라고 있다. 이씨는 2014년 6월 건강한 둘째 딸 해진이를 출산했다. 아픈 딸만 키워본 엄마로서 건강한 둘째가 고마운 한편 큰딸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씨 부부는 큰딸 병간호하느라 자신들 몸은 챙길 여력도 없어 1차 피해조사 때 신고도 하지 않았다. 작년에 3차 피해조사 때 신고를 해서 현재 조사 중이다.

2009년 딸을 낳은 지 채 한 달도 안 돼 숨진 엄마 사진과 나흘 동안만 엄마 품에 있었던 그의 딸. 2013년 1차 조사 당시 찍은 사진이다/환경보건시민센터

2015년 8월 31일 서울강남경찰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2차에 걸쳐 한 형사고발 사건을 일부 기소, 일부 불기소 의견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코스트코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는 피해자 가운데 고발인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했다. 그래서 2015년 11월 26일 코스트코 제품 피해 두 가족이 3차 형사고발을 했다. 이성부씨는 고발인 대표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엄마 품에서 나흘밖에 못 보낸 아기

대전에 사는 곽씨는 휴대폰 판매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다. 2008년 가을, 서른 살이 되는 해 결혼을 했다. 곽씨의 아내 이씨는 임신을 했고, 임신 4개월 차에 가습기를 구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구입한 가습기 살균제 두 제품(옥시, 홈플러스 PB)을 썼다. 우연히 다이소 신탄진점에 들렀다 가습기 살균제가 눈에 띄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습기 살균제보다 용량도 크고 가격도 저렴했다. 다이소 PB 산도깨비 제품 2병을 구입해 가습기에 넣어 썼다. 가습기는 아내가 집에 있는 임신기간 동안 24시간 틀어놓았다.

2009년 3월 26일 곽씨의 아내는 10개월을 채워 자연분만으로 딸을 낳았다. 산모와 아이 모두 별 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아기가 집에 온 지 나흘 지나면서 황달과 폐렴 증상을 보여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아내는 출산 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열흘 후 동네 내과를 찾아가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의사는 엑스레이 상에 폐가 너무 하얗게 나왔다며 큰 병원을 가라고 했다. 소견서를 받아 대전을지대병원에 갔지만 잘 모르겠다며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검진 결과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중환자실로 옮겨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나흘 동안 여러 가지 악물을 썼지만 차도가 없었다. 호흡기내과 의사는 폐손상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폐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조직검사를 했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조직검사 수술을 하고 나서 상태가 악화됐다. 처음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대화가 가능했지만 조직검사 후 의식도 별로 없었고 말도 잘 못했다. 곽씨는 휴대폰 판매장 문을 닫고 병간호를 했으나 4월 19일 상태가 계속 악화돼 중환자실 입원 15일 만에 숨을 거뒀다. 아내는 당시 27세였다. 아기는 태어나 집에 있던 나흘 동안만 엄마 품에 있었고 그 후로 엄마와 아기는 영영 다시 볼 수 없었다. 폐손상의 원인은 아내가 숨을 거두는 날까지 병원에선 몰랐다. 사망진단서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원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딸을 낳은 지 채 한 달도 안 돼 숨진 엄마가 사용한 다이소 PB 가습기 살균제./환경보건시민센터
곽씨의 아내와 딸은 정부의 1차 피해조사를 받았다. 아내는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판정 통보를 받았다. 딸은 전화로 2단계 판정됐다는 연락이 왔지만 우편 통보는 받지 못했다. 1차 판정에서 태아 노출은 판정 보류라고 들었다. 산모가 임신 중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은 확실하지만 아기는 태어나서 얼마 동안 썼는지 경황이 없어 정확하게는 모른다. 출생 후 집에서 4~5일 있다가 중환자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집에 있던 기간 동안만 가습기 살균제를 쓴 것으로 기억한다. 2차 때 재신고해서 2단계(가능성 높음) 판정을 통보 받았다.

지금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이다. 겉보기엔 건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폐 CT를 찍으면 폐가 손상된 흔적이 검은 점으로 3~4개 보인다.

감염 우려 3개월간 병실을 격리

2000년 강원도 춘천 모대학교 미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은주씨(가명)는 작품에 몇 개월씩 매달리면서 그림이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우울증상을 겪어 국립춘천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입술이 마르고 숨이 막히고 건조하다며 가습기를 사용해 달라고 병원에 요구했다. 병원은 가습기를 병실에 비치해 틀어줬다. 3개월 후 퇴원했으나 그 후로도 두 차례 정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우울증 약은 매달 처방을 받아 복용했다. (당시 병원에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해 갔는데, 여기서도 사용하니까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 2013년 1차 정부 조사 때 병원 측에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문의했는데 정수기 물만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2001년 정신병원 퇴원 후에는 춘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우울증 약을 복용해야 해 가습기가 필요했다. GS마트 춘천점에서 애경 가습기메이트을 구입해 사용했다. 휴학한 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가습기를 틀어놓고 지냈다. 2003년 몸이 조금 괜찮아져 서울로 와 구청 비정규직으로 6개월간 일을 했지만 걷는 것도 숨차 하고 말하는 것도 힘들었고, 조금씩 하던 잔기침 횟수가 점점 늘어나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기침을 해 직장을 그만뒀다.

2004년 춘천 집으로 돌아와 복학했지만 그림 그리기 위해 사진 촬영하러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휴학을 반복하다 강원대학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했다. 진단 결과 간질성 폐질환이라고 했지만 원인을 몰랐다. 바이러스인지 감염성이 있는지 알 수 없어 3개월 정도 격리치료를 받았다. 병원은 희귀병이라고 여겨 감염을 우려해 보호자에게 간병도 하지 못하게 했다. 항생제 등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어 의료진들도 접근을 꺼렸다. 퇴원 후에도 간혹 숨이 막힌다고 해서 응급실에 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기도 했다. 강원대학병원에서는 포기상태에 들어갔다.

은주씨는 2005년부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부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던 제품이었다. 기침이 더 심해져 2007년 한림대성심병원에 입원했다. 원인을 몰라 개흉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폐섬유화가 이미 70% 이상 돼 손댈 수 없어 다시 닫았다. 개흉 수술을 한 뒤에는 집에서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었다. 폐이식밖에 치료방법이 없었다. 국내에서는 폐이식이 어렵고 유럽은 2억~3억원이 들어 중국에서 불법수술하는 방법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폐이식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 확률이 40%를 넘지 못한다고 했다. 치료비도 감당하기 어려워 폐이식은 포기했다.

2008년부터는 부모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GS마트 PB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를 사용했다. 2009년 9월 식사도 못하고 코피도 자주 흘려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수속을 마치고 정리하던 중 은주씨는 중환자실에서 30세로 숨을 거뒀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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