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스토리] "골목 식당에 배달까지"..자존심 버리고 문턱 낮추는 특급호텔

이한라 기자 2016. 11. 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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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이드 백브리핑 시시각각

유통업계 숨은 이야기들을 똑소리나게 풀어드리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한라입니다.

럭셔리, 고급스러움의 상징 호텔.

화려한 외관과 품격있는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이죠.

비싸고 고급스러울수록 더 각광을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 일부 특급호텔이 그간의 높았던 문턱을 낮추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도로명이 적힌 입간판을 따라 들어가니 레스토랑이 등장합니다.

좁은 맛집 골목길을 연상케하는 이곳은 특급호텔의 레스토랑입니다.

원래 이곳은 40년 가까이 고급 일식당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소규모의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변신했습니다.

[민하니 / 서울 잠실동 : 제가 맛집 투어를 많이 하는데요. 한남동이나 신사동의 웬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 보통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편안한 느낌이 있어요. 호텔이지만,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편안한 느낌이어서 색다른 것 같아요.]

좌석을 30석 미만으로 줄이고 주방도 오픈 키친으로 꾸며 친숙한 느낌을 더했는데요.

실제 이 호텔 레스토랑은 리뉴얼 후 주말 예약률이 80%를 넘어섰고, 특히 20-30대 고객 비중이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캐주얼한 느낌의 독특한 바를 선보인 곳도 있습니다.

간판을 없애고 창고 느낌을 그대로 살려 호텔 분위기는 지우고 미국 뒷골목의  술집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곳도 있습니다.

휴대폰 어플을 통해 주문하면 주문과 동시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햄버거가 만들어지고 푸드트럭을 통해 곧바로 고객에게 배달됩니다.

[원세은 / 경기 덕정동 : 점심 시간이 별로 없는 편인데 호텔에서 버거를 주문해서 제 사무실에서 배달해 먹을 수 있어서 편리한 것 같아요. 패티도 두껍고 빵도 감자빵이라고 하더라고요. 더 고소한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호텔에서 햄버거를 배달한다? 일반적으로 호텔이 고소득층 고객을 겨냥하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특급 호텔들의 변신은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이 호텔은 최근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평일 점심에만 선보이는 2만원 미만의 도시락인데요.

오피스가 밀집돼 있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직장인들을 겨냥한 저가 메뉴를 선보인 겁니다.

[김정우 / 서울 이촌동 : 원래 이 정도 가격이면 다른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안나서요. 호텔에서 먹으니까 서비스도 더 좋은 것 같고요. 셰프님들이 직접 만드는 거라서 양도 나쁘지 않고 질도 좋은 것 같습니다.]

남대문과 강남 등지의 특급 호텔에도 이런 실속형 메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호텔 카페와 베이커리들도 이런 변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고 직장인들을 겨냥한 아침 메뉴를 선보인 것은 물론 비즈니스 공간도 확대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편의점을 입점시킨 호텔도 등장했습니다.

[양지은 / 콘래드호텔 식음료팀 지배인 : 특급호텔들의 단점이 고객들이 진입장벽을 높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현재 호텔을 찾는 고객층이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그 중 젊은 층이 특히 많은데, 실속이나 합리적인 가격들을 많이 신경을 쓰시기 때문에 진입장벽을 조금 더 낮추고 잠재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 입맛에 맞춰 레스토랑을 새단장하고, 편의점에 배달서비스까지 도입하고 있는 특급 호텔들.

그간의 격식을 벗어던지고 실속을 챙기고 나선 이유, 뭘까요? 이태원 경리단길, 연트럴파크, 망원동의 망리단길, 서울대입구의 샤로수길까지.

그야말로 요즘 핫하다는 서울의 맛집 로드입니다.

단순한 동네 맛집에서 이색적인 아이디어와 특유의 감성이 더해지며 새로운 미식 공간으로 떠올랐는데요.

기존에 호텔 레스토랑을 찾던 고객들의 수요가 잇따라 외부로 빠져나가는 계기도 됐습니다.

호텔들이 더이상 호텔이 아닌 로드 맛집들을 경쟁상대로 꼽는 이유입니다.

[김영옥 / 그랜드하얏트서울 마케팅커뮤니케이션즈 팀장 : 호텔이라고하면 넓은 공간 속에서 격식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치열해지는 호텔시장 환경속에서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친근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의 경기 침체도 한 몫을 했는데요.

실속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가의 호텔 레스토랑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게 된 거죠.

호텔들이 앞다퉈 맛집을 유치하고, 캐주얼한 느낌의 식음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정하봉 /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지배인 : 서울 시내에 현재 매우 다양한 형태의 호텔들이 많이 오픈하고 있습니다. 호텔 객실은 이제 더이상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식음료 업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호텔들이 식음료를 중심으로 관련 행사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호텔 시장의 치열해진 경쟁 탓일 겁니다.

최근 2-3년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정부의 정책과 시장 수요에 힘입어 국내 호텔 수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영 신통치가 않은데요.

한때 80%를 웃돌던 객실 이용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요.

특급호텔들의 실적도 줄줄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거죠.

특히 비즈니스호텔들의 성장은 중저가 콘셉트의 호텔 시장 경쟁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특급호텔들의 최근의 변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이런 변화를 두고 한 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변정우 /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 사업적 수익이 예년과 달리 녹록하지 않을 것 같아요. 대기업의 경우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호텔사업만 하는 일부 사업자들은 (리뉴얼 등으로 인한) 예산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자칫 잘못하면 호텔이 근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본질을 흐리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가 호텔사업들이 도시 발전에 적응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도 있다고 보입니다.]

도도했던 콧대를 꺾고 실속,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운 특급 호텔들의 변신이 과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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