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능 국어 12번 출제 오류 논란.. 복수 정답 해야 VS 답은 하나뿐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2016. 11. 21. 18: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이 또 불거졌다. 한국사영역 14번 문항에 이어 국어영역 12번 문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오후 4시 현재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2017 수능 이의제기 게시판’ 국어 영역에 올라온 글 230개 중 무려 186개(약 81%)가 이에 관련된 문제 제기로 도배된 상황이다. 특히 수험생뿐 아니라 해당 문항엔 유명 학원 강사, 대학교수 등도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가원과 학계의 국어음운론 권위자들은 문제에 오류가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문항, 국어영역 12번은…

수능 국어영역 12번 문항은 국어의 음운 변동에 대한 사례 중 적절한 문항을 찾는 문제다<;아래 문단 내용 참조>;. 해당 문항 보기엔 ‘국어의 음운 변동은 교체·탈락·첨가·축약으로 구분된다’는 개념을 먼저 제시하고, 보기 (가)엔 ‘음절의 끝소리 규칙’, 보기 (나)엔 ‘탈락’에 대해 설명했다. 평가원은 해당 문제의 정답을 ⑤번으로 제시했다.

12. <;보기>;의 (가), (나)를 중심으로 음운 변동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3점]

<;보기>;

국어의 음운 변동은 교체, 탈락, 첨가, 축약으로 구분된다.

(가) 이 중에는 음절의 종성과 관련된 음운 변동이 있다. 음절의 종성에 마찰음, 파찰음이 오거나 파열음 중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올 경우, 모두 파열음의 예사소리로 교체된다. 이는 종성에서 발음될 수 있는 자음의 종류가 제한됨을 알려 준다.

(나) 또한 음절의 종성에 자음군이 올 경우, 한 자음이 탈락한다. 이는 종성에서 하나의 자음만이 발음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① ‘꽂힌[꼬친]’에는 (가)에 해당하는 음운 변동이 있다.

② ‘몫이[목씨]’에는 (나)에 해당하는 음운 변동이 있다.

③ ‘비옷[비옫]’에는 (나)에 해당하는 음운 변동이 있다.

④ ‘않고[안코]’에는 (가), (나) 모두에 해당하는 음운 변동이 있다.

⑤ ‘읊고[읍꼬]’에는 (가), (나) 모두에 해당하는 음운 변동이 있다.

◇음절 끝소리 규칙으로 설명 가능… 국립국어원 답변도 문제

하지만 수능 종료 후 해당 문항을 복수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빗발쳤다. 선택지 ①번도 정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①·⑤번 복수 정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음절 끝소리에서 일어나는 교체→축약→구개음화가 차례대로 진행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꽂힌’이 음운 변동 과정을 통해 꼳힌→꼬틴→꼬친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한 유명 국어영역 강사 A씨는 “선택지에 제시된 보기 (가)를 보면, ‘음절의 종성에 마찰음, 파찰음이 오거나 파열음 중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올 경우, 모두 파열음의 예사소리로 교체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꽂힌’의 ‘ㅈ’은 파찰음이기 때문에 당연히 ‘ㄷ’으로 교체돼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축약과 구개음화가 잇따라 일어난다. 바뀐 ‘ㄷ’과 ‘ㅎ’은 만날 경우 ‘ㅌ’으로 바뀐다. 자음 축약이다. ‘ㅌ’은 모음 ‘l’를 만나면 ‘ㅊ’으로 바뀌는 구개음화가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꼬친’으로 발음한다는 것도 타당한 논리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문제를 보면 ‘보기 (가)와 (나)를 중심으로 이해하라’고 했다. 문제 발문을 그대로 따른다면, 수험생이 보기 (가)에 제시된 개념을 ‘꽂힌’의 사례에 적용할 경우 ①번을 정답으로 택해도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의 과거 답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6월 한 질문자가 ‘꽂히다’의 표준발음법 적용에 대해 물었는데, 국립국어원은 이 경우에 축약이 아닌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능을 치른 문과 수험생 김모군은 “주변 수험생들은 국어 문법 공부를 할 때 공신력 있고 답변도 빠른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이전 답변에 대한 실수를 인정했다. ‘표준발음법 12항에 따라 축약이 맞는다’는 의견으로 정정했다. 또 다른 유명 국어 영역 강사 B씨는 “만약 수능 이전에 실수를 인정하고 정정이 이뤄졌다면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립국어원의 설명을 믿은 일부 수험생은 이를 근거로 문제를 풀었을 텐데, 수능 이후에 부랴부랴 바꿔봐야 무슨 소용인가”라고 했다.

한 국립대 국어교육학과 C 교수는 “표준발음법은 단지 ‘규정’일뿐, ‘현상’이나 ‘규칙’이 아니다. 이번 사례처럼 다른 방법으로 음운 변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유명 학원 강사 D씨는 “‘ㅎ’의 음운적 성격은 학계에서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평가원이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출제했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표준발음법, 교과서에 명확하게 서술… ①번, 답으로 보기 어려워

평가원은 고교 문법 교과서와 국립국어원이 제정한 표준발음법 12항을 근거로 ①번을 오답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고교 문법 교과서 ‘음운의 축약’엔 “자음 ‘ㄱ, ㄷ, ㅂ, ㅈ’이 ‘ㅎ’과 만나 거센소리 ‘ㅋ, ㅌ, ㅍ, ㅊ’으로 각각 발음되는 현상을 ‘자음 축약’이라 한다”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 표준발음법 12항엔 “받침 ‘ㄱ(ㄺ), ㄷ, ㅂ(ㄼ), ㅈ(ㄵ)’이 뒤 음절 첫소리 ‘ㅎ’과 결합하는 경우에는 두 음을 합쳐서 각각 ‘ㅋ, ㅌ, ㅍ, ㅊ’으로 발음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어음운론 권위자들도 평가원과 같은 입장이다. 한 지방 국립대 국어교육학과 E 교수는 “자음 ‘ㅈ’이 뒤 음절 첫소리 ‘ㅎ’을 만나 ‘ㅊ’으로 바뀐다는 건, 자음 축약의 아주 대표적인 예다. 표준발음법과 고교 문법 교과서에도 이미 해당 내용이 서술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한 수도권 소재 대학 국어국문학과 E씨는 교수도 “‘ㅈ’과 ‘ㅎ’이 결합하면 ‘ㅊ’으로 축약된다는 내용은 표준발음법이나 교과서엔 나와있지만, ‘ㄷ’으로 바뀐다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국어국문학과 F 교수도 “‘꽂힌’은 축약이지, 대치라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사례는 표준발음법에 규정돼 있다. 학교 문법은 어문 규정의 상위에 있지도 않다. 그리고 ‘ㅎ’의 음운적 성격에 대한 논쟁이 있다손 치더라도, 고교 교과 과정을 공부한 수험생이 교과서에 기재된 내용이 아닌 다른 견해를 맞는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선택지 ⑤번이 더 명확한 답이다”고 했다.

평가원은 22일부터 각 영역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심의 결과는 28일 오후 5시에 발표된다. 평가원 관계자는 “국어영역 12번 문항에 대한 많은 이의제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1차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2차 ‘이의심사위원회’를 잇따라 개최해, 이의 제기에 대한 최종 심의를 확정할 계획이다. 해당 위원회는 심사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해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인사를 절반 이상 위원으로 참여시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