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스타트업 베끼기 논란

2016. 11. 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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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새로 출시한 서비스 카피캣 논란… 카카오 O2O 사업방향 선회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업체인 네이버 및 카카오와 스타트업의 사이에서 베끼기 논쟁이 일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측이 새로 출시한 서비스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나 애플리케이션 포맷, 사용자 환경(UI)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 출시한 서비스 가운데 제기된 카피캣(copycat·모조품) 논란은 특허 등 법적인 다툼으로 비화된 사례까지는 없다. 다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대기업이 교묘하게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갑’과 스타트업이라는 ‘을’의 권력구도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 측은 대기업이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카피캣으로 볼 수 없다거나 스타트업이 경쟁을 하려하지 않고 보호만 받으려고 하는 억지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는 네이버의 '스노우'와 시어스랩의 '롤리캠' 서비스 화면/각사 홈페이지

네이버의 스노우, 표절 시비 휘말려

스타트업인 시어스랩은 지난 7월 네이버의 동영상 셀카 애플리케이션 스노우가 자사의 셀카 앱 롤리캠의 포맷과 스티커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스노우는 네이버가 지난해 출시해 최근 전 세계 월사용자(MAU)가 4100만명 이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셀카 앱이다. 스노우는 인공지능기술인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사용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얼굴의 눈이나 코, 입 등의 특정 부위에 스티커를 붙이는 기능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시어스랩은 자사가 개발한 롤리캡이 이미 얼굴 자동인식과 얼굴의 특정 부위에 스티커를 입혀 꾸미는 방식을 먼저 시도했다며 스노우가 자사의 앱을 베꼈다고 지적했다. 출시일은 롤리캠이 2015년 5월로 네이버 스노우보다 네 달 앞선다. 시어스랩 측은 스노우 측이 롤리캠에 사용된 스티커 중 일부를 비슷하게 베꼈다고도 주장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측은 “얼굴을 인식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은 롤리캠이 처음 시도한 기술이 아니고 이미 다른 앱에서 선보여졌고, 공개된 포맷으로 베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 페이스북이 인수해 유명해진 MSQRD 앱이나 스냅챗, 카메라360, 카카오치즈 등도 이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는 또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라는 스타트업이 출시한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와 네이버의 ‘네이버 페이’의 간편송금 아이디어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선보인 송금방식은 이전에도 옐로페이나 알리페이, 스퀘어 캐시 등 여러 사업자들이 이미 선보인 방식으로, 네이버페이가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방식을 베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가지고 있는 특허도 네이버 페이의 송금방식과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이 스타트업 측의 카피캣 논란을 받아들여 서비스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네이버의 ‘참여번역Q’라는 번역 서비스가 플리토의 번역 앱을 베꼈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특히 플리토는 네이버의 파트너사였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지난 7월 네이버의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려 “상생 약속에 크게 어긋난다는 판단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달 중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중단 이유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 거치기로 한 관련 업계에 대한 서비스영향평가 등의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파트너사의 아이디어와 비슷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카카오도 베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는 권혁철 부산대 교수가 20년 이상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 프로그램을 대형 포털이 베껴서 서비스하는 것도 모자라 운영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중소 프로그램 개발사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권 교수는 붙여 쓰든 띄어 쓰든 상관없는 ‘단어의 일관된 띄어쓰기’ 특정 조사의 사용에 따른 ‘맞춤법 유형’ 등의 기술을 예로 들며 포털이 자신의 맞춤법 프로그램을 베낀 근거로 제시했다. 권 교수의 SNS 글로 다수의 네티즌이 카카오 측의 부도덕성을 지적했다.

‘카카오 파킹’ 주차 공유 앱도 의심 받아

논란이 일자 카카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다음의 맞춤법 검사기는 자체 개발한 것으로, 권 교수의 프로그램을 베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권 교수가 오랫동안 맞춤법 검사기 개발에 매진해 프로그램 발전에 기여해 왔고, 향후 지속적인 검색기 업그레이드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여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결정에 이어 네이버도 맞춤법 검사기의 API 공개 철회 검토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는 서비스 준비 중인 주차 공유 앱에 대해서도 베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카카오는 건물 지하의 주차장 정보를 공유해 원하는 곳에 주차하고 결제까지 자동으로 하는 서비스인 ‘카카오 파킹’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파킹클라우드라는 스타트업의 주차장 예약 앱인 ‘아이파킹’을 베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카카오의 경우 파킹클라우드와 파킹스퀘어를 인수 후보로 두고 여러 차례 협상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두 스타트업은 카카오 측에 자사의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러나 결국 카카오 측이 파킹스퀘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파킹클라우드가 고안한 자동결제 시스템이 카카오의 주차 공유 앱에서도 서비스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파킹클라우드 측은 “주차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은 파킹클라우드는 갖고 있지 않은 기술로, 카카오가 우리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킹클라우드는 지난 9월 카카오 판교 오피스 앞에서 카카오 직원들을 대상으로 음료와 홍보전단을 나눠주는 ‘항의성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 측은 “아직 서비스가 정식으로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다”면서도 “주차비 자동결제 기능은 이미 국내외 여러 업체들이 쓰고 있는 보편화된 기술”이라고 해명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중요시하지 않는 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디어의 경우 스타트업을 인수해 사용해야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아직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도 IT 대기업에서 유사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투자가 끊기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큰 업체가 유사 서비스를 론칭할 경우 몸집이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투자자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며 “리모택시가 카카오택시 진출 이후 1년 만에 폐업하고, 카카오가 가사도우미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하자 홈클이라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포맷이나 아이디어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스타트업의 억지 논리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스타트업이 카피캣 논란에 미리 대비해 이를 감안해서 IT업체들과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카카오는 10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온·오프라인 연계사업(O2O)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카피캣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주차 공유 앱 출시는 진행하지만, 같은 비판을 받았던 가사도우미 앱은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양한 O2O사업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은 상황인 데다, 그들이 이미 사업을 하는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으로 카카오가 성공을 거두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간 진행해온 O2O사업으로의 진출이 수익으로 연결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O2O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카카오가 마련한 플랫폼에 스타트업이 들어와 사업을 하는 구도로 가면 카피캣 논란 등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정민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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