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한을 이제야 풉니다"..54년 만에 상봉한 '형제'
경찰, '헤어진 가족 찾기' 프로그램 운영…한달 만에 동생 찾아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생사를 몰라 애가 탔는데, 경찰의 도움으로 이제야 동생을 만났네요."
지난달 13일 추모(58)씨는 54년 전 헤어진 동생을 찾으려고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경찰이 '헤어진 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추씨는 동생 김모(56)씨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경찰서 방문 전 동생과 헤어질 당시 함께 다녔던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 동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거절당했다.
관할 주민센터에서도 동생의 행방을 물었지만, 주소가 옮겨져 찾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추씨는 4살이던 1962년 동생과 헤어졌다. 11남매가 한 집에 모여 살던 추씨 가족 형편이 어려웠다.
추씨 부모님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추씨와 동생 김씨 그리고 누나를 인근 보육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몸이 허약해 보육원에서 지낼 수 없었던 추씨와 추씨 누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동생은 보육원에 있다가 옆 동네로 입양을 갔다.
추씨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동생이 옆 동네 부유했던 한 가정으로 입양되던 날 자전거를 타고 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동생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도 먼발치에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 추씨는 어쩔 수 없이 피붙이를 떠나 보내야 했던 일이 평생 마음에 밟혀 동생을 찾아 나서게 됐다.
동생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입양된 후로 동생이 양아버지를 따라 성을 바꿨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추씨의 사연을 접한 경찰은 추씨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추씨가 어렵게 알아낸 동생의 바뀐 이름을 착각한 탓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한 달여 만에 경찰은 울산에 있는 동생을 찾아냈다.
경찰의 도움으로 15일 상봉한 이들 형제는 서로 얼굴을 부여잡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형과 만나 김씨는 "어렸을 적 입양된 사실을 알고 지냈다"며 "하지만 이제껏 키워준 양아버지에게 미안해 가족을 찾지 않고 있었는데 친형을 만난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추씨도 "여러 차례 동생을 찾으려 했지만, 매번 실패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며 "54년 만에 피붙이를 찾아준 경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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