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매니아 '맞춤정장' 양복점

김민규 2016. 11. 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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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겸 영화배우 최일화씨가 매니아에서 양복을 맞추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를 찾는 연예인들이 꼭 들른다는 그곳

연예인을 실제 보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브라운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비결은 옷발이다. 옷을 몸에 딱 붙게 입거나 체형을 살려 입을 경우 실제 키보다 훨씬 커 보인다. 이는 대부분 맞춤옷 때문이다. 맞춤옷의 경우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주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화면발을 중요시하는 연예인들에게는 맞춤옷을 필수다. 옷 좀 입는다는 연예인들의 대부분은 지정 맞춤 가게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신만의 의상실 때문에 센스있는 코디를 연출할 수 있다. 이런 의상실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지만 지역에서도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가게가 있다.

연극배우 겸 탤런트 이재욱씨가 양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에 위치한 맞춤 정장 매니아가 그곳이다. 4층 건물로 된 양복점은 겉에서 보면 평범한 양복집이다. 하지만 매장 안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연예인, 정치인들이 매장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찍은 사진부터 치수를 재는 사진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뽀빠이 이상룡씨가 양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고 있다.

장성필 맞춤 정장 매니아 대표는 “맞춤 양복을 찾는 이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양복 매니아 층은 오히려 맞춤 정장만 찾고 있다”며 “특히 개성을 찾거나 신체적인 특징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장점 때문에 20대부터 70대 까지 맞춤 정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탤런트 김덕현씨가 드라마에서 입을 양복을 고르고 있다.

KBS 2TV 사랑과 전쟁에서 ‘국민 불륜남’으로 알려진 탤런트 김덕현 씨는 “동료 연기자로부터 대구에 유명한 양복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지인을 통해 방문했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스타일의 맞춤 양복을 맞출 수 있었다”며 “양복을 입는 역할이 많아 수시로 방문해 맞춤 양복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소개로 영화 ‘신세계’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최일화 씨도 맞춤 양복을 입고 난 후 “원단은 물론 품질도 최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외 가수 김범룡, 스페이스 에이, 김수찬, 탤런트 이상용, 이재욱 등 옷 좀 입는다는 연예인은 다 거쳐 갔다. 하나같이 ‘백화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품질’이라고 극찬했다.

치수를 재고 난 후 원단별로 구비되어 있는 샘플을 선택해 원하는 양복을 맞출 수 있다.

맞춤 양복 28만 원의 혁명

맞춤 양복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가 기성복보다 훨씬 비싼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매니아에서는 오히려 반대다. 맞춤 양복이 28만 원이다. 웬만한 백화점 양복이 30~40만 원 대인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가격을 처음 접한 이들의 대부분이 ‘저가 원단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원단에 대해서만큼은 자신 있게 말한다.

매니아 건물 윗층에는 원단을 제단하는 것 부터 가봉, 완성까지 모든 작업이 한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두고 원단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양복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단만큼은 직접 확인하고 구매를 합니다. 유명 브랜드와 같은 원단을 사용하고도 절반 이하 가격으로 맞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수제 맞춤 양복 단점인 고가의 가격과 고품질 모두 만족하게 해 합리적인 가격에 권해드릴 수 있습니다.”

한 건물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으로 원하는 치수의 양복을 빠른 시간 내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봉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건물 자체가 1층 매장에서 치수를 잰 후 다음 공정은 2, 3층에서 재단을 시작으로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이다. 원단을 가공하는 것부터 모든 수작업이 한 건물에서 이뤄진다. 분야별로 작업하는 기술자들은 최소 30년 넘게 양복을 만져온 베테랑들이다. 1주일이면 가봉부터 완제품이 나온다. 외국 구매자를 위해 하루 만에 완성도 가능하다. 전국 어디에도 이만한 규모의 수제맞춤 집은 찾기 힘들다. 맞춤 양복이 전성기를 누릴 때 양복을 맞추던 장인들이 다 이곳에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니아에서 양복을 맞추고 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맞춤 양복이라는 간판을 걸고 광고를 하는 대부분이 치수만 잰 후 수도권에 있는 공장으로 주문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매장 없이 찾아다니면서 양복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품질과 가격은 말 그대로 천지 차이다. 다른 곳에서 만족할만한 옷을 찾지 못하고 마지막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장 대표는 “양복은 단순히 걸치는 것이 아니라 몸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제작 시 양복의 모든 공정을 알고 맞추는 게 관건이다”며 “전 공정을 다 섭렵한 기술자들이 분야별로 공정을 하므로 완벽한 양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년들의 전유물이 아닌 최신 유행부터 무대복, 세미 정장 클래식까지 모든 것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옷을 완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롯트 가수 김수찬이 매니아에서 무대복을 맞추고 난 후 엄지를 치켜세웠다.

변변한 광고 한번 없이 입소문으로 이어온 경영

양복 매니아들과 소개로만 알려진 이곳은 대구 토박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옷 좀 입는다는 이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40년 넘게 양복계통에서 손기술 있는 양복기술자로 시작해서 경북을 대표하는 맞춤 양복 집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다양한 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2013년 10월 대구에서 주최된 세계에너지총회에서도 매니아의 40년 ‘양복쟁이’의 고집과 섬세함이 세계가 나라의 구매자와 관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총회에 참석한 한 구매자는 “수제양복이 현지가격의 30%밖에 하지 않는다”며 6벌을 맞춰갔다. 출국 이틀 전에 6벌을 모두 맞춰갔다. 대기업 계열의 전국지점에도 납품 이야기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가수 김범룡씨가 매니아에서 무대복을 맞추고 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정통 양복기술을 가진 매장이 점점 사라져가지만 꾸준한 매니아층 때문에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양복의 명맥과 가격, 품질을 고수하는 진짜 양복쟁이로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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