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변제 약속한 토지, 팔아버리면 배임죄?

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2016. 11. 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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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최현석의 머니&크라임]

[머니투데이 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 [[the L][최현석의 머니&크라임]]

차용금 3억원을 갚지 못할 경우 어머니 소유 부동산의 상속지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후, 피고인이 실제로 유증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음에도 이를 누나와 매형에게 매도해 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피해자에게 토지로 대물변제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제3자에게 판매하고 등기해버린 사안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으므로 그 임무를 위배한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로 기소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도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기존의 태도를 변경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참고로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판결하면서도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물변제 예약에서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해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 △ 대물변제 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 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그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라는 점 △ 따라서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해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해 보호돼야 할 법익이고 △ 등기협력의무 등 거래상대방 재산보전에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위반해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원칙이며 △ 다수의견은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금전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나 이러한 논리는 형법상 범죄의 성립 여부를 차원이 다른 민사문제에 연결시키는 것이기에 옳지 않다는 점을 들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실 피해자에게 대물변제를 약속해 놓고 고의적으로 제3자에게 등기를 이전해 버려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범죄가 성립되고 처벌을 받는다고 해야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법리만으로 따져본다면 오히려 다수 의견에 수긍이 가는 점이 많습니다.

우선 기존의 판례는 동산을 인도할 의무에 대해서는 ‘자기의 사무’라고 보아 이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부동산의 목적물 이행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가 동산과 부동산 사이에서 달라지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동산을 대물변제하기로 예약했다 하더라도 채무자는 언제든지 채무를 변제해 부동산 이전등기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를 배임죄로 처벌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결국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인해 현재는 채권담보를 위해 대물변제 예약한 이후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로 문제삼을 수는 없고 단지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등기이전의무 위반이 무조건 민사문제만으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부동산을 판매하겠다며 계약금에 이어 중도금까지 받고 제3자에게 등기를 이전하면 형법상 배임죄의 죄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부동산을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받은 경우에는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되지 않는 한 반드시 소유권을 이전해 주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이 의무를 위반해 제3자에게 등기를 이전하면 배임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Who is]
법무법인 해운대의 최현석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해운대에서 수출입, 조세, 횡령을 비롯한 각종 경제범죄 사건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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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변호사(법무법인 해운대)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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