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구조개혁 입장 제각각..'2인3각 경제팀' 스텝 꼬일라
박종오 2016. 11. 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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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사태’에서 촉발한 중립내각의 새 경제팀이 문패도 달기 전에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할 모양새다. 특히 김 내정자는 임 내정자가 주도한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한진해운 구조조정 등을 "조정과 협의를 위한 횡적 축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고 깎아내렸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 사회 정책은 사회부총리가 담당하고 총리는 총괄하는 역할 정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김 내정자 임명에 대비한 별도 스터디 등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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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누리과정 예산, 정부와 다른 견해"경제·사회정책 전부 맡겨줬으면.."노동개혁 양대지침도 비판적 태도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구조개혁은 우리 경제 필수과제"기존 정부 경제정책 고수 뜻 밝혀기재부 "국무총리는 총괄 역할만"
본지가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주요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30편을 분석한 결과, 김 총리 내정자의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은 현 정부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다. 김 총리 내정자는 이를 한 컬럼에서 ‘자장면값 우화’에 비유했다. 서울 사람(중앙정부)이 시골 동네 노인(지역 주민)이 먹을 자장면(복지사업)을 시켜놓고 ‘철가방’ 배달원(시·도 교육청)에게 돈 내라는 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장면을 시킨 중앙정부가 그 사업을 집행하는 시·도 교육청에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다.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가 부총리 내정 직후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누리과정 예산이 새 경제팀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내부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간판으로 내건 공공·교육·금융·노동 등 4대 구조개혁도 노선 수정이 불가피한 분야다. 김 내정자는 “정부가 4대 개혁을 외쳤지만 막상 이러한 개혁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설명이 잘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앞서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개혁 양대지침’도 “기업의 고용 관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이나 만들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근로자 스스로 구조조정 노력에 동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적인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업급여를 포함한 안전망 강화, 평생 교육체계 구축 등이 그 사례다.
반면 임 내정자는 개각 발표 후인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 구조개혁은)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근본적인 성장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했었다. 현 정부 경제 정책 기조를 흔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관가는 임 내정자 선호…적격성 논란 남아
그나마 둘이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은 신산업 육성,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시장 안정 필요성 등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각론에서는 견해차가 적지 않다. 특히 김 내정자는 임 내정자가 주도한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한진해운 구조조정 등을 “조정과 협의를 위한 횡적 축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에 금융 논리만 횡행한다”며 “한진해운 문제도 어설픈 금융 논리 속에 물류 문제의 전후방 효과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고 했다.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금융 계통 입김이 약화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국무총리 내정자 방침은 법이 규정한 권한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이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정책에 관하여 국무총리 명을 받아 관계기관을 총괄·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관가는 임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 사회 정책은 사회부총리가 담당하고 총리는 총괄하는 역할 정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김 내정자 임명에 대비한 별도 스터디 등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잃어버린 권력을 돌려받길 바라는 관료 입장에서는 기존 정책을 흔들기보다 유지하겠다는 임 내정자가 모시기 훨씬 편한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임 내정자는 이미 지난 4일 국책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5·6일 기재부 업무 보고를 받는 등 현안 파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경제 콘트롤타워를 맡기 전 최종 임명이 좌절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적격성 논란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수위 때부터 청와대에서 김병준과 수도 없는 회의를 했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에 없다”며 “아이디어도, 이론도 없기 때문”이라고 폄하했다. 임 내정자는 현 정부의 가계부채 폭증, 해운·조선업 부실 구조조정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국정 주도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여겨질 여지도 없지 않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이번 사태로 새 경제팀이 오히려 청와대, 국회 등 정치적 압력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책을 밀고 나갈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며 “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등은 여야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4대 개혁은 경제위기 책임을 근로자에게 덤터기 씌우는 등 내용이 잘못된 만큼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전부 맡겨줬으면 좋겠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팀이 뭉쳐서 돌파하겠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최순실씨 사태’에서 촉발한 중립내각의 새 경제팀이 문패도 달기 전에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할 모양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경제 정책 콘트롤타워는 나”라며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져있어서다.
◇김·임 내정자, 누리과정 등 경제현안 견해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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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주요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30편을 분석한 결과, 김 총리 내정자의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은 현 정부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다. 김 총리 내정자는 이를 한 컬럼에서 ‘자장면값 우화’에 비유했다. 서울 사람(중앙정부)이 시골 동네 노인(지역 주민)이 먹을 자장면(복지사업)을 시켜놓고 ‘철가방’ 배달원(시·도 교육청)에게 돈 내라는 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장면을 시킨 중앙정부가 그 사업을 집행하는 시·도 교육청에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다.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가 부총리 내정 직후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누리과정 예산이 새 경제팀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내부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간판으로 내건 공공·교육·금융·노동 등 4대 구조개혁도 노선 수정이 불가피한 분야다. 김 내정자는 “정부가 4대 개혁을 외쳤지만 막상 이러한 개혁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설명이 잘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앞서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개혁 양대지침’도 “기업의 고용 관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이나 만들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근로자 스스로 구조조정 노력에 동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적인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업급여를 포함한 안전망 강화, 평생 교육체계 구축 등이 그 사례다.
반면 임 내정자는 개각 발표 후인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 구조개혁은)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근본적인 성장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했었다. 현 정부 경제 정책 기조를 흔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관가는 임 내정자 선호…적격성 논란 남아
그나마 둘이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은 신산업 육성,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시장 안정 필요성 등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각론에서는 견해차가 적지 않다. 특히 김 내정자는 임 내정자가 주도한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한진해운 구조조정 등을 “조정과 협의를 위한 횡적 축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에 금융 논리만 횡행한다”며 “한진해운 문제도 어설픈 금융 논리 속에 물류 문제의 전후방 효과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고 했다.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금융 계통 입김이 약화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국무총리 내정자 방침은 법이 규정한 권한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이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정책에 관하여 국무총리 명을 받아 관계기관을 총괄·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관가는 임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 사회 정책은 사회부총리가 담당하고 총리는 총괄하는 역할 정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김 내정자 임명에 대비한 별도 스터디 등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잃어버린 권력을 돌려받길 바라는 관료 입장에서는 기존 정책을 흔들기보다 유지하겠다는 임 내정자가 모시기 훨씬 편한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임 내정자는 이미 지난 4일 국책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5·6일 기재부 업무 보고를 받는 등 현안 파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경제 콘트롤타워를 맡기 전 최종 임명이 좌절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적격성 논란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수위 때부터 청와대에서 김병준과 수도 없는 회의를 했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에 없다”며 “아이디어도, 이론도 없기 때문”이라고 폄하했다. 임 내정자는 현 정부의 가계부채 폭증, 해운·조선업 부실 구조조정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국정 주도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여겨질 여지도 없지 않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이번 사태로 새 경제팀이 오히려 청와대, 국회 등 정치적 압력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책을 밀고 나갈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며 “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등은 여야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4대 개혁은 경제위기 책임을 근로자에게 덤터기 씌우는 등 내용이 잘못된 만큼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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