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간식+경제 교육.. 학교협동조합 매점 일석이조

권경성 2016. 11. 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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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던 걸로 주세요."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학교 교내 매점. 매점이 환경이나 안전 같은 가치들을 수익보다 먼저 챙길 수 있는 것은 판매를 맡은 이들이 학부모인데다, 매점 운영방식이나 판매 상품, 잉여금 용도 등을 결정하는 주체가 국사봉중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어서다. 우일암 국사봉중 교장은 "매점 운영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면 건강보다 이익이 우선 목적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학생 학부모 교원 등이 조합원이 되는 학교협동조합이 운영을 직접 할 경우 먹거리 안전 등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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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국사봉中 운영

학생ㆍ학부모ㆍ교원ㆍ주민이 조합원

직접 운영하며 먹거리 안전 챙겨

북카페ㆍ각종 모임 공간 역할도

“일반과자 비치 요구도 많지만

착한 소비ㆍ경제 관념 학습의 장”

수익은 학생 복지ㆍ공익 위해 사용

3일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학교 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점 ‘그냥가게’에서 간식을 구매하고 있다. 판매원이 학부모들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늘 먹던 걸로 주세요.”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학교 교내 매점. 10분 간 휴식 시간이 끝날 무렵 들어온 남학생 둘 중 하나가 엄마뻘 되는 판매원한테 장난을 걸었다. 다른 한 학생은 “물 주세요, 프랑스산(産)으로” 하며 히죽 웃었다. 생수는 국산뿐이다. 와플 과자와 생수 한 병이 건네지자 수업 시작 종이 울렸다. “빨리 가.” 함께 판매대를 지키던 다른 마흔 살 가량 여성이 거들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자식마냥 대했다.

국사봉중 매점 ‘그냥가게’는 학생들 점심 시간인 낮 12시40분부터 50분 동안 가장 붐빈다.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아직 아이스크림을 찾는 아이들이 많다. 2학년 이하연(14)양은 “예전에는 (1층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곧장 교실로 올라가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동급생 10명 안팎과 어울려 있던 3학년 방지환(15)군은 “매점이 생긴 덕에 친구들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냥가게는 ‘생태 매점’이다. 판매되는 간식거리의 70%가 친환경 제품이다. 우리밀 초코웨하스, 자연드림 짱군, 얼음속에카카오한쪽 등 과자나 빵 거의 대부분은 한살림이나 자연드림, 두레생협 같은 유기농상품 유통업체들이 납품한다. 다만 아이스크림은 예외다.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제품군도 덜 다양하다. 하지만 성찰의 단초는 ‘건강에 좋은데 그냥 가게?’(매점 이름을 활용한 말장난 벽보) 같은 유혹의 언어 틈에서 엿볼 수 있다.

“‘일반 과자를 넣어 달라’는 아이들의 성화가 적잖아요. 밖에서 산 과자를 가방에 넣어 학교에 들여오는 아이들도 없지 않죠. 하지만 가치 있는 착한 소비 개념을 이해한 아이는 ‘친환경 우리 밀 과자 주세요’ 하기도 합니다.” 상근 매니저인 최영옥(48)씨의 이야기다. 그는 “일반 제품에 익숙해진 식습관은 넘기 힘든 장벽”이라면서도 “적은 염분 등 때문에 친환경 먹거리가 인기가 적지만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고 했다.

매점이 환경이나 안전 같은 가치들을 수익보다 먼저 챙길 수 있는 것은 판매를 맡은 이들이 학부모인데다, 매점 운영방식이나 판매 상품, 잉여금 용도 등을 결정하는 주체가 국사봉중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어서다. 우일암 국사봉중 교장은 “매점 운영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면 건강보다 이익이 우선 목적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학생 학부모 교원 등이 조합원이 되는 학교협동조합이 운영을 직접 할 경우 먹거리 안전 등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학교협동조합은 학교 문턱도 낮췄다. 아들이 국사봉중 1학년인 김임영(45) 학교협동조합 이사장은 “매니저(최영옥씨 딸도 1학년이다)와 운영진 1명 등 학부모 2명이 늘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 예전보다 학부모들이 학교 드나들기 편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점에서 판매를 돕다 보면 아이들이 다 보여요. 운영진한테 장난을 치기도 해요. 대화를 하고 싶은 거죠. 제 자식만 생각했던 엄마들이 아이들과도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에요.”

그냥가게는 학생들을 위한 문화공간 구실도 한다. 북 카페다. 안쪽 벽을 차지한 책장은 도서들로 빼곡하다. 매점으로 쓰이지 않을 때는 각종 모임에도 자리를 내준다는 게 협동조합의 계획이다. 대상은 학생뿐 아니다. 3일 현재 87명인 조합원 중에는 학생 40명, 학부모 38명, 교원 7명 외에 지역주민 2명도 포함돼 있다. 김 이사장은 “오전에 이용하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지역 사회에도 공간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냥가게는 올 3월 학기 시작에 문을 열었다. 그 전 달에는 교육부로부터 학교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운영 관련 결정은 매월 2회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김 이사장 등 학부모 7명이 운영진이다. 좀 더 굵직한 결정은 학부모 2명과 교원 2명, 지역주민 1명이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학교협동조합 이사회 회의(월 1회)에서 내려진다. 가게 봉사와 홍보, 학내 의견 수렴 등은 학생회 소속 사회적협동조합 동아리의 몫이다.

학교협동조합 설립은 서울형 혁신학교 중 하나인 국사봉중이 2011년부터 운영해 온 마을 연계형 교육 과정 ‘마을이 학교다’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국사봉중 교육혁신부장인 윤우현 교사는 “지금처럼 지역과 교육이 분리된 행정체계에서 학교협동조합 운영이 학교와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거라 판단했다”며 “조합 운영을 학교 교육 과정과 결합해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는 한편 마을과의 연대도 확대하는 게 첫 목표”라고 말했다.

교육적 의미도 크다. 조합이 안착하면 학생들도 이사회 및 분과위원회에 소속돼 조합 사업 관련 경영상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주변 문제를 공동체적 방식으로 풀어가는 사회적 경제를 학습할 기회가 학생들한테 주어지는 것이다. 김경주 서울시학교협동조합지원단 코디네이터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의성과 협업 능력이 길러진다”고 말했다. 3학년 김태란(15)양은 “스스로 가게를 관리하면서 경제 관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냥가게의 수익은 모두 학생 복지와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우일암 교장은 “김장을 해 지역 독거노인에게 나눠주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의 수련회 경비나 앨범비용을 보조하는 데 수익금이 쓰인다”며 “협동조합 운영을 다른 학교들도 시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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