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과열 지역 위주 '급한 불 끄기'.. 재건축·청약광풍 부산 빠져 '불씨'
[경향신문] ㆍ서울 25개구, 경기 과천·성남 등 37곳 ‘조정지역’ 지정해 규제하기로
ㆍ분양가상한제 제외, 강남 재건축 폭등 못 잡아…전국 투기 차단 역부족
ㆍ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등 서민 주거안정 대책 없어 ‘반쪽짜리’ 비판도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은 과열이 발생한 곳을 선별해 필요한 규제를 적용, 관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이번 대책을 내놨다고 했다. 그러나 규제 대상이 일부 지역에 한정돼 전국적인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하긴 했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재건축 조합원의 입주권 거래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부산은 분양권 전매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이곳에 투기 수요가 쏠릴 수도 있다.
이번 대책은 신규 분양 시장의 과열을 잡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서울 25개구와 경기 과천·성남, 세종, 부산 등 37개 지자체를 조정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한해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을 강화하고 청약 1순위 자격 및 재당첨을 제한했다. 국토교통부는 “일부 지역의 청약시장에서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 국한된 대책으로는 전국적인 투기 열풍을 잡는 데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에서 “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비싼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보다 당장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미봉책”이라며 “주택 가격이 유지·상승 기조를 보이는 상태에서 풍선효과 등 부작용만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에서 분양권 거래가 사실상 금지되는 등 대부분 조정지역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이 강화됐지만 부산은 제외됐다. 주택법상 지방의 민간택지는 분양권 전매 제한 대상이 아니지만 부산이 경남권 투기 수요의 집결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79.5 대 1에서 올해 106.8 대 1로 급등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산은 구도심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고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시중자금이 돈 되는 곳을 찾는 상황이어서 부산에 가수요가 쏠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는 3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에 적용된다. 기존 단지의 분양권 거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분양권의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이 더 오르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분양권인 ‘입주권’ 거래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자금이 입주권으로 쏠리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계속되는 저금리로 인한 부동자금이 분양권 외에 새로운 대안을 찾아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권 전매가 위축되면서 조합원 입주권에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가격 폭등을 잡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재건축 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 환수 재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필요하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기존 주택이 거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다주택 양도세 중과 등의 대책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세입자 등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은 없어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후분양제, 임대소득 과세 등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을 시급히 시행하고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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