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도 입을 것도 안 팔려..'절벽' 끝에 선 경기

박병률 기자 2016. 10. 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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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소비, 5년7개월 만에 최대 감소…생산·투자도 동반 ‘마이너스’
ㆍ구조조정·수출 부진 등 악재…‘최순실 사태’로 정책도 마비

가전제품도, 음식도, 옷도 안 팔린다. 전방위 불황으로 소비가 5년7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생산과 투자도 줄어들었다. 생산과 소비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조선·해운업 등의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수출부진이 계속될 경우 경제심리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 정책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한국경제가 갈수록 침체 속으로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8% 감소했다.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광공업은 0.3%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파업사태가 종료되면서 자동차 생산이 5.7% 늘어났지만 주력상품인 반도체 생산이 6.2% 줄어들면서 광공업 생산증가의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은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도소매업이 1.8% 줄어들었고 한진해운 물류사태로 운수도 3.1%나 급감했다.

민간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지난달보다 4.5% 감소했다. 이는 2011년 2월(-5.5%)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1%), 가전제품 등 내구재(-6.1%), 의복 등 준내구재(-0.6%) 등 전 분야에서 판매가 감소했다. 정부는 소비위축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가 중단된 데다 지난 8월 폭염으로 인해 늘어났던 에어컨 등 가전제품 판매가 9월 들어 다시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 요인을 제외해도 소비 감소폭은 2.1%에 이른다. 가계부채 증가 속에 소비성향이 역대 최대로 떨어지는 등 소비축소 기조가 본격화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투자도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2.1% 감소했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2.6%)와 기타 운송장비 등 운송장비(-0.9%) 투자가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도 전달보다 4.7% 감소했다. 사무실·점포, 주택 등 건축은 3.7%, 기계설치, 발전·통신 등 토목은 6.8%씩 전달보다 줄었다. 건설기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5개월 만이다.

정부는 투자의 경우 지난 8월 대규모 반도체설비를 도입한 기저효과로 9월 지표가 감소한 것이며 건설투자도 높은 수준의 건설기성액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호조세는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 한데다 조만간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식으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위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특이 요인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조정을 받은 것”이라며 “‘코리아 세일페스타’ 등 정책효과와 현대차 파업종료 등으로 인해 10월 지표는 9월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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