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누르니 '비강남'에 투기수요 몰려..집단대출 조건 좋은 단지도 '북적'

이진혁 기자 2016. 10. 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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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강남권 등 투기가 우려되는 특정지역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대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투기 대책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가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강남 주택시장을 규제하려 하자, 다른 지역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DB

주택시장은 규제를 앞두고 거래가 줄면서 한산해졌지만, 사실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에 투자하는 데는 별 큰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2, 3순위쯤 되는 유망단지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대우건설과 SK건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그라시움’은 지난 18일부터 정당계약(지정된 기간 안에 이뤄지는 계약)이 시작됐는데, 사흘 만에 일반분양분 2010가구가 모두 계약을 마쳤다. 이 단지는 앞서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3만6017명이 몰려 올해 서울 최다 청약 신청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마포구 신수1구역을 재건축한 ‘신촌숲 아이파크’는 전용 59㎡가 6억5000만원대 수준에 분양됐는데, 평균 74.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A의 경우 48가구 모집에 9508명이 몰려 198.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실 이 단지의 경우 입지가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주변 신촌삼익아파트 전용 84㎡가 6억원을 밑도는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도 비싸 인근 부동산 중개업계는 청약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청약 결과는 정반대였다.

코오롱글로벌이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공급한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는 1순위 청약에 13만명이 몰렸다. 올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평균 청약률도 296.88대 1을 기록하며 부산 부동산 시장 열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고덕 그라시움’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강남권 주택시장 과열을 언급하며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는데도, 다른 지역에서 과열 단지들이 나타나는 것은 이른바 강남을 누르니 다른 지역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라고 보고 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1인당 보증한도를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로 줄인 데 이어 시중은행까지 집단대출을 꺼리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청약을 통한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는데 큰 걸림돌은 없다. 수도권은 6개월 또는 1년 안에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고, 지방은 이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분양(대출) 조건이 좋은 아파트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고덕그라시움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2338만원에 이르렀지만, 중도금 대출이 무이자였다. 신촌숲아이파크와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도 마찬가지였다.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정부 규제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단지로 투자자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이승도 나라컨설팅공인중개 대표는 “지난해부터 주택시장은 되는 곳은 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는데, 특정 지역만 지나치게 과열되다 보니 정부가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전매제한 규제나 청약제도 등을 손보지 않으면 투기 수요가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제2의 강남, 제3의 강남이 나타나면서 과열 지역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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