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현장답사] 동영상 광고 '스킵' 버튼 만든 광고플랫폼 회사 인크로스

연지연 기자 2016. 10. 3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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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률 1047.5:1, 청약증거금 2조원.”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었다지만 3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인크로스만큼은 예외였다. 일부 기업들이 상장 철회를 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어떤 회사이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토록 높았던 것일까. 지난 21일 서울 낙성대 근처의 디지털·동영상 광고 플랫폼업체 인크로스 본사를 찾았다.

이재원 인크로스 대표는 “주관사에서 공모시장이 안 좋다고 하고, 투자자 설명회(IR)를 할 때 대놓고 공모가가 비싸다는 사람도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만큼 걱정도 된다”면서도 “열심히 돈 벌어서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소개를 할 땐 이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투자자 설명회 기간 2주 동안 직접 회사 소개를 하고 다녀서인지, 막힘없이 달변이었다. 그는 “네이버 등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볼 때 ‘스킵(SKIP)’ 버튼이 있는 광고, 많이 보셨죠?”라며 회사 소개를 시작했다.

◆ “성장하는 동영상 광고시장, 다윈서비스로 회사 성장 전망”

인크로스의 대표적인 사업모델은 ‘다윈’이라는 동영상 플랫폼 사업이다. 이 시장에서 인크로스는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윈은 3초나 5초 후 광고를 스킵하는 버튼을 만들어놓은 동영상 광고를 여러 매체에 집행한다. 다윈은 한 쪽으로는 광고주와 광고대행사가 집행하는 광고를 모아오고, 다른 한 쪽으로는 여러 매체에 이를 올리는 일종의 중개업자다.

다윈은 회사 직원이 내놓은 사업 아이디어를 여러 번의 내부 회의를 거쳐 발전시켜 만든 비지니스 모델이다. 그 과정에서 ‘스킵(SKIP)’ 버튼도 만들어졌다. 이 대표는 “광고를 끝까지 본 경우에만 광고주에게 과금을 하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선 광고 내용에 진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싼 가격에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윈은 2013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첫 해부터 매체와 광고주 양쪽에서 반응이 괜찮았고, 2015년부터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동영상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서비스 성장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상장을 통해 인크로스가 담당하는 매체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매체와 광고주를 연결할 때 일종의 보증금을 인크로스가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여기에 쓸 계획이다.

또 중국 진출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유통사업을 ‘강남구’에서 하다가 ‘서초구’로 넓힌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며 “한국 광고주나 광고대행사가 중국 매체에 광고를 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진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기업 직장인에서 벤처창업인이 되기까지

이번 상장은 그에게 두번째다. 그는 SK텔레콤 개발자로 일하다가 200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텔코웨어(078000)의 창업에 합류했다. 텔코웨어는 통신망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였다. 시대적으론 벤처붐이 불 때였고, 그에게 있어선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인에서 벤처인으로 변신한 때였다.

SK텔레콤을 떠날 때 그는 안정적인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간다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막연히 잠깐 벤처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도전의식이 있었을 뿐, 그게 이렇게 내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이 대표는 텔코웨어의 상장업무를 했다. 그는 “직원 대부분이 개발자인 회사였는데 내가 가장 입담이 좋아 기획전략팀에서 상장 업무를 맡았다”며 “전략경영 같은 실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데 투자 받으려면 회사 아이템과 기술을 설명해야 하니까 개발자 출신이 그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금 마음가짐이 2004년 처음 기업상장을 경험하던 때와는 다르다는 말도 했다. 그는 “텔코웨어에서 기업상장을 추진할 땐 공모가에 연연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사실 그렇지도 않다. 신비감은 덜해지고 부담감은 커졌다”고 덧붙였다.

공모가가 높은만큼 앞으로 계속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구가해야 투자자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기업설명회를 할 때 할머니, 할아버지 투자자들을 봤는데, ‘아 정말 내가 경영을 잘해야 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2007년 인크로스 설립 당시 회사는 메시징서비스를 준비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인 시대였다.

이 대표는 “익스플로어 같은 브라우저를 만들어 밤 사이에 일괄 다운로드가 되고 낮동안에 인터넷 접속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서비스였다”며 “잡지나 고지서를 다운로드 하려고 준비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빛도 보지 못하고 잘 안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동시에 이를 통해 인크로스의 현재 주력사업인 광고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메시징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해 모바일광고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광고사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바로 이 당시였다. 직원이 28명이었는데, 월급 줄 돈도 없던 때가 있었다. 그는 “화장실이 딱 하나,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이 공용 화장실을 썼다. 그 땐 ‘화장실이 분리되는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위기를 투자자들과 함께 넘겼다. 창업자지만 지분이 8%대로 낮아진 이유다.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던 스톤브릿지캐피탈이 투자를 해줬고, NHN엔터테인먼트도 뒤이어 2대 주주로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투자자 설명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장내 매도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대주주들이 상장 과정에서 얘기하기로는 장내 매도를 하진 않을 것이고, 회사를 더 성장시켜 인크로스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매각하는 쪽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8%의 지분이 결코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8%의 지분가치를 더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투자자와 함께 성장을 향유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더 많은 성장을 거둘 수 있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인크로스의 주당 공모가는 4만3000원이다.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확정됐다.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 예측에서는 49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서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1047.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크로스의 자본금은 13억원이다. 주요 주주로는 스톤브릿지디지털애드사모펀드와 NHN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사모펀드는 전체 지분의 48.2%, NHN엔터테인먼트는 1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투자 위험요소로는 최근 온라인 광고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대부분 장악해 과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인크로스의 미디어랩 수수료율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해 인크로스의 매출액은 265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약 137억700만원, 영업이익은 39억원66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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