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신도시' 10년만에 빛 볼까..아직은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부동산'후'] 인천 '제2의 분당' 검단신도시, 지금은?]
지난 27일 찾은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도로 곳곳에는 이미 '스마트시티'가 들어설 것이 확정돼 수혜가 예상된다는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두바이 측은 지난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대규모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검단스마트시티 개발사업은 두바이 측이 검단신도시 약 470만㎡ 부지에 쇼핑센터와 호텔, 금융센터, 전시장,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천시와 두바이 측은 지난해 3월 투자의향서(LOI) 체결에 이어 올해 1월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면서 협상을 이어 왔다. 토지매입 비용만 5조원이 넘는 사업으로 검단신도시는 물론 인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벌써부터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검단스마트시티 A구역과 맞대고 있는 서구 원당동 G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1월 2억1000만~2억4000만원에 거래되다 지난 8월 2억5500만~2억6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의 L아파트 84㎡ 역시 올 초 2억4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다 지난 9월 2억8000만원에 실거래돼 4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이 지역은 최근까지 개발 호재가 많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낮았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소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당동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원래 검단신도시는 인천이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베드타운'으로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저평가돼 있었다"며 "추석 전후를 해서 이 일대 아파트 매매가가 2000만~3000만원이나 올랐고 묻지도 않고 매매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인천 '제2의 분당'으로 출발했지만 백지화 '굴욕' 인천 검단신도시는 2006년 10월 인천 서구에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출발은 순조로운 듯 보였으나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대상 지역에 포함된 군부대 이전문제가 골칫거리로 작용했고 대규모 토지보상 작업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더디기만 했다.
2008년 말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인천검단신도시 청사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신도시 개발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회의론이 득세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무더기 미분양이 불가피하고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 부담도 사업 추진을 더욱 불투명하게 했다.
결국 7년여가 지난 2013년 인천검단신도시는 당초 계획했던 2지구 개발을 취소했다. 이로써 당초 계획했던 전체 면적 1812만㎡에서 2지구 694만㎡를 제외한 1118만㎡로 축소됐고 인구와 주택공급 가구수도 각각 23만명에서 17만7000명, 9만2000가구에서 7만800가구로 각각 줄어들게 됐다.
인천에 '제2의 분당'을 건설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크게 벗어나게 된 셈이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백지화된 첫 사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 두바이 스마트시티 유치로 '기사회생' 하지만 지난해 3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칼리파 알 아부스 두바이투자청 부사장 겸 스마트시티 CEO를 만나 인천 검단 기업도시 조성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전달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두바이가 검단신도시에 4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도시를 유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두바이가 직접 투자하고 건설하는 스마트시티는 2003년 400만㎡ 규모로 두바이에 처음 조성됐으며 여기에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IBM·캐논·CNN 등 3000여 개 첨단기업과 미디어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후 지난해 6월 인천시와 두바이 스마트시티사는 정부 차원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어 10월에는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해 미국·영국 설계회사와 컨설팅그룹 등 관계자들이 직접 검단신도시 일대를 실사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MOA는 사업에 대한 세부조항이나 이행사항 등을 구체화시켜 계약을 맺음으로써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국가 간의 합의로 사실상 정식 계약 수준인 셈이다.
사업설명회를 통해 밝힌 마스터플랜은 470만㎡부지에 △쇼핑센터와 5성급 호텔, 금융센터 등 랜드마크 구역(21만6136㎡) △전시장, 다용도 공연장 등 에듀테인먼트 구역(32만2597㎡) △학교시설 등 지식단지구역(34만4912㎡) △병원과 헬스케어 클러스터 등 미래기술 구역(47만1341㎡) △비지니스 호텔과 상업시설 등 상업구역(34만5643㎡) △주거단지(116만728㎡)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에 1500개의 국·내외 기업과 10만명의 근로자, 연간 3000만명의 방문객, 50개의 교육기관, 2만명의 학생, 20~30개의 글로벌파트너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 내에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한다는 계획도 있다.
◇토지계약 '난항'…사업 무산될 수도 하지만 출범식을 가졌다고 사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일 토지매매 기본협약서 체결식을 열려고 했지만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하며 체결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인천시와 두바이 측은 약 5조1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사업 착수와 함께 두바이 측이 납부해야 할 이행보증금 규모와 사업 실패 시 보증금 몰취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추진을 위해선 경제자유구역(FEZ) 지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장담할 수 없다. FEZ로 지정되면 외국 기업에 조성원가 등 토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 두바이 측에서는 지정 여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만 인천시의 FEZ는 총 132.91㎢ 규모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많게는 14배 면적이 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이 추가 지정을 요구한다면 형평성 문제로 정부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양측은 조만간 다시 협상을 진행해 최종 타결을 도모할 예정이지만 사업 실패의 경우 손해배상이나 기반시설 공사비 부담 주체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협상 타결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이미 무산된 영종 에잇시티나 송도관광단지, 송도 엑스포시티 등 기존 사례를 들면서 기대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인천에서 진행됐던 대규모 외국 자본 유치사업이 시간만 끌다 무산됐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스마트시티가 들어서는 서구 대곡동 한 주민은 "그동안 된다 안된다 소문만 무성하다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며 "스마트시티 역시 언론에 의해 계속 홍보가 되는데 막상 땅값 협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송학주 기자 hakj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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