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 급제동] 주민 85%, 서울시 계획안 반대.."박원순 시장 임기 뒤 추진할 수도"
[ 조수영 기자 ]
서울 최대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지구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최고 35층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압구정지구 핵심 단지인 구현대아파트 주민 85%가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개발 밑그림부터 양측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압구정 재건축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데만 2~3년이 더 걸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부채납·층고 제한 갈등 표면화
구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주민공람 마지막날인 28일 주민 반대의견을 담은 ‘주민 종합의견서’를 강남구청을 통해 서울시에 제출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아파트 소유자 2454명 가운데 84.88%인 2083명이 서울시 계획에 반대했다. 전체 소유자의 45%에 이르는 비(非)거주 소유자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비거주자 대부분도 비슷한 의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기부채납(공공기여)을 통해 마련하는 역사문화공원이다. 서울시는 압구정지구 안에서도 알짜 지역으로 꼽히는 구현대아파트의 굴곡부 한가운데에 2만5000㎡ 면적의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자리는 한강 조망을 위한 최고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주민 종합의견서’에서 “사료에 근거를 둔 것도 아니고 강변 요지 정중앙에 공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원을 동호대로변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현대아파트단지를 가로지르는 폭 25m 도로에 대해서도 “단지를 분할하고 주민 소통을 훼손할 수 있다”며 “소음, 주차난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채납 비율에 대한 반발도 크다. 서울시는 압구정지구의 평균 공공기여 비율은 15%로 결정하고 일부 지역이 종상향되는 구현대아파트 일부에는 16.5%를 적용하기로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제시된 안의 기부채납 24%보다 크게 줄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지만 여전히 과도하다는 게 입주자 측 주장이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조성할 때 이미 도로 등이 기부채납된 상태인 만큼 추가로 15% 공공기여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층고 제한에 대해서도 또다시 충돌했다. 지구단위계획이 최고 높이 35층으로 제한한 데 대해 “최고 높이를 45층으로 조정하면 층수 변화를 통해 마련되는 공간과 대형 녹지를 통해 한강변의 경관도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의견서’ 마련을 주도한 안중근 올바른재건축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런 조건으로는 재건축을 못한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건축, 도시환경, 설계 등의 분야별 전문가그룹을 꾸려 서울시와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 체제’ 넘길까
압구정지구 내 다양한 주민단체의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압구정동 지역에는 ‘재건축준비위원회’ ‘새로운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올바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등 재건축을 준비하는 다수의 주민단체가 활동 중이다. 지난 24일 올바른재건축추진준비위가 주민들을 상대로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연 데 이어 다음달 10일에는 새로운 재건축 추진준비위가 신탁 방식 재건축 설명회를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압구정지역 주민의 지구단위계획 반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람을 통해 제기된 주민의견은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람을 통해 취합된 주민들의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주제별로 분류해 해당 부서와 관계자들의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합리적인 지적이라고 판단되면 도시계획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5층 층고 제한은 서울2030플랜의 한강변관리기본계획에 따른 원칙인 만큼 재검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서울시 안팎의 평가다.
이에 따라 압구정 재건축은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1만가구가 넘는 매머드 단지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고 지금의 지구단위계획으로는 층수 제한, 공원 마련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하다”며 “압구정이 단기간 내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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