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정치' 척결·'고장난 경제' 정상화.. 투 트랙 개선책 절실
■최순실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촉발된 국정마비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비선·측근 정치 방식과 고장난 경제의 정상화라는 투 트랙 접근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비선 정치가 안으로 곪아가고 있는데도 이를 경고하거나 문제시했던 각료나 청와대 참모진은 거의 없었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후속 인사 쇄신이 표류하는데도 청와대와 정권 수뇌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대처하기는커녕 여전히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당장 비선 정치 청산해야=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사태로 국가의 정상적 운영시스템이 붕괴 직전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비선 실세의 권력 암투와 낙하산 인사 청산을 미뤄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공식이 아닌 비선, 실력이 아닌 낙하산 인사가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며 "임기말을 앞두고 낙하산 인사가 줄을 섰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에는 현 정부 '비선 실세'로 거론돼온 정윤회 씨가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과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로 촉발된 문건 파문이 정국을 흔들었다. 이 문건 파문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발전했다.
공공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26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최근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에서 일했던 인턴의 2013년 하반기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과 관련해 최 의원의 채용 압력 사실을 재확인했다. 박 전 이사장은 채용 압력 문제와 관련해, "집권 여당 원내총무를 지내고 있는 최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도 26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장관직을 그만둔 뒤로 차은택씨(창조경제추진단장)가 문체부에서 전권을 휘두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고 말했다. 비선 정치와 권력 암투가 전개되면서 공무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이는 "겉은 멀쩡하지만 안이 곪아들어가는" 국정 난맥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여야 개헌파 양쪽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와 이로인한 비선 정치의 폐해가 드러났기 때문에 개헌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5년 단임제 이후에 6명 대통령이 재임 중 친인척이 구속됐고 5명은 출당 당했는데, 현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될지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니 패자는 불복선언하고 상대방이 망해야 5년 뒤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는 식으로 사사건건 국정 발목을 잡아 왔다"며 "개헌으로 국회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고 정치권이 극한대립에서 벗어나면 민생을 위한 정책 구조가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정책도 난맥상= 경제가 역주행하고 있는 것도 세계 경기 침체 탓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의 폐해가 경제를 위기 국면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확장적 경제 정책인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밀어붙였다. 주력산업인 조선과 해운 등이 심각해져가는데도 이를 수술하는 대신 부동산 띄우기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쓴 것은 이 정부 최대 실책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빚내서 집을 사고 부동산으로 경기를 살리면서 경기 착시 현상이 나타났고,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수출이 급락한 상황에서 건설 경기 활황으로 내수를 지탱하고 있는데 최근 이 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3분기까지 시행된 내수활성화 정책이 마무리되고 28일로 한달을 맞는 부패방지법 후유증까지 겹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분기에 -0.4%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약화된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의 총대를 멜 컨트롤타워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전직 경제장관은 지난 4월 언론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내각 역할을 보면 현재 내각의 존재는 보이지 않고 청와대가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 고 말하기도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8일 국회에서"지금 경제가 위기고 민생이 지옥이다. 그런데 경제사령탑은 오간데 없고 위기 타개책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비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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