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컨트롤타워 마비..정치시스템 개편 서둘러야"

김정남 2016. 10. 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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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쇼크' 경제 전문가 7인 긴급진단①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불안’ ‘집단분노’에 빠진 가운데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큰 악재와 맞닥뜨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거품 등 산적하고 시급한 해결 과제들이 정치 리스크에 표류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대선이 1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위기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리더십의 실종’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경제정책의 의사결정을 내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흔들리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이 ‘최순실 쇼크’로 응축돼 드러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내년 경제도 걱정이다. 성장 절벽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그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경제 컨트롤타워 마비 상태”

한국경제학회장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27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통령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돼있다 보니 (1987년 개헌 이후) 제대로 된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이대로 가면 10년 내에 틀림없이 (수십년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순실 사태에 대해서는 “이렇게 비관적인 상황으로는 남은 임기 1년을 갈 수가 없다”면서 “경제도 굉장히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학회장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의 한 축인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금 마비 상태에 있다. 유일호 부총리도 매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한다고 하지만 각 부처를 끌고 갈 수 있을까 우려가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가 허약한 상황에서 대단히 큰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금융학회장을 역임했던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지금 박대통령이 흔들리기 때문에 관료들도 갈피를 못잡을 것”이라면서 “웬만하면 새로운 경제정책은 하지 않는 식으로 리더십의 부재가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경제 악영향 가능성도 크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경제 아젠다를 끝까지 추진하는 능력이 줄어들고 그만큼 심리적 불안감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 한국경제학회장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치적 혼란이 있으면 그 이슈에 집착하게 되고, 경제 위기가 와도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 시스템 빨리 개편해야”

경제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 시스템의 개편이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경직된 정치적 의사결정 문제가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지 따져보고,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최순실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충격이 있어도 흡수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로는 정치 시스템의 컨트롤타워가 약화한다는 것이니 외부요인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선거 전까지 어떤 정치 시스템이 구축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6년 ‘불확실성을 경영하라’라는 책을 썼던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전체가 교란된다”면서 “우리 경제는 행정부가 단독으로 무엇을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됐다. 개헌이든 어떠한 방식으로 국회든 사법부든 더 독립성을 가지는 권력분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조장옥 교수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대통령이 흔들려도 나라가 잘 돌아가는 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몸이 가벼워야 한다. 몸이 무거우면 변화에 적응을 못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빨리 국회에 개헌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교수 역시 “개헌 등을 통해 정치 체제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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