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만 모여 머리 맞댔으나..현실화하는 국정공백
[한겨레] 유일호 부총리, 경제현안점검회의 개최
“경제 부처 장관들만 모여 솔직 토크”
조선업 구조조정·부동산 대책 겉돌아
‘최순실 사태’로 국정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을 불러모아 부동산 대책 등 경제 현안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한국 경제가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이어가는데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가까워지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 대응은 겉돌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유일호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현안점검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 인사들이 참여했다. 기재부의 이찬우 차관보와 이호승 경제정책국장만 배석자로 참여했고 나머지 부처의 실무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호승 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장관들만의 ‘솔직 토크’를 목적으로 이 회의는 마련됐다. 앞으로도 배석자 없이 경제현안점검회의는 진행된다”고 말했다.
장관급만 모여 경제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 모양새이나 별다른 결과물은 내놓지 않았다. 회의 뒤 기재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날 회의에선 크게 네가지 안건이 논의됐다.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조선 밀집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향’, ‘한진해운 관련 동향’이다. 논의 결과는 그간 각 부처가 각각 발표해온 내용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머물렀다.
한 예로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신규 자금 공급을 하지 않으며, 나머지 조선사들도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경남 등 지역 경제 피해를 지원하는 방안도 ‘경영 및 고용안정,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각 부처가 지원수단을 패키지화한다’라는 원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한 부동산 과열에 대해서도 “최근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필요성을 공유했다”는 선에 그쳤다.
한발 진전된 것은 구체적인 대책 발표 시점을 확정한 것뿐이다.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오는 31일 예정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 ‘부동산 추가 대책’은 다음달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부총리를 포함해 5명의 장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한 일이 ‘부처 간 인식 공유’와 ‘대책 발표 시점 조율’에 머문 셈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기재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구조조정이나 부동산 대책 등은 모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터라 속성상 속도를 내기 어려운 사안들”이라며 “하물며 최근 사건(최순실 사태)으로 국정 리더십이 크게 약화한 상황에서 힘 있는 정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기재부 간부는 “정치·사회·문화적 충격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을 가져올 것 같아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표될 현안 대응 정책들도 알맹이가 빠지거나 효과가 의심스러운 방안들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부동산 추가 대책은 그간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이 ‘구두 개입’ 방식으로 언급했던 대응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호인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 관료들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집값 급등세, 수도권과 일부 지방 대도시의 청약 광풍과 분양권 투기 등으로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일부에선 부동산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추가 대책의 틀을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 충돌을 해소할 내용은 아예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부채비율이 7000%가 넘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첫번째 난제인 출자전환 규모도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 출자전환은 기존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향후 대우조선의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 수준을 좌우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출자전환 규모를 놓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 이견이 존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우려 탓에 정부가 (이견 해소에) 직접 개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 뒤 보도자료에선 오히려 ‘대우조선의 민영화’ 계획이 언급됐다. 이는 국책은행이 조만간 대우조선 지분을 민간에 팔겠다는 뜻이 아니라, 조선업 세계 업황의 회복 시기로 점쳐지는 2018년까지 대우조선의 생존과 정상화를 지원할 뜻을 원칙적인 수준에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8년께 업황이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고, 수주절벽에 시달리는 대우조선이 그 전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서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향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김경락 최종훈 이정훈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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