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엔 '거품' 만드는 '숫자'들이 있다

송학주 기자 2016. 10.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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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울리는 부동산 '거품'] <下> 경기침체 속 집값만 오르는데 집 사야할까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편집자주]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을 비롯해 수도권의 웬만한 분양시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당첨만 되면 억대의 웃돈(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로또’로 불린다. 부동산 ‘열풍’을 넘어 ‘광풍’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거품’ 우려도 자연스레 제기된다. 그런데 이 현상은 정부와 일부 건설사, 분양업체들이 조장한 측면이 크다. 늘 그렇듯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고 그 대가는 경제력이 떨어지는 실수요자들이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주택시장에 거품은 없는지, 그렇다면 과연 그 거품은 누가 만들었는지 진단해본다.

[[실수요자 울리는 부동산 '거품']<下> 경기침체 속 집값만 오르는데 집 사야할까]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을 필두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대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 자료가 연일 나온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지금 집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현혹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보다는 초저금리를 이용한 투기 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가격 '거품'이 생길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제도, 통계가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6일 KB국민은행 주간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21% 올라 집값 급등기였던 2009년 9월 조사 때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 인증 공식 부동산시세 조사기관인 한국감정원도 같은 기간 0.22% 올랐다고 발표했다.

올봄 이사철만 해도 0.02~0.03%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KB시세는 2만5000여단지를 표본으로 삼아 중개업자 입력 자료에 의존하는 탓에 집주인이 부르는 값(호가)이 시세에 반영된다. 감정원 시세 역시 전문평가사가 직접 시세를 조사해 실거래가를 우선 반영한다지만 사실상 중개업자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의 매맷값이지만 조사한 기관에 따라 오름세와 내림세가 제각각이다. 같은 단지에서도 동과 향, 층, 리모델링 유무 등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개별 가구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게다가 미분양 통계에 대한 신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업체 자율에 맡기다보니 지자체에 보고하는 수치는 물론, 미분양물에 대한 선착순 분양에서 수요자들에게 알리는 정보 역시 거짓이 일상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일반 수요자들이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전무한 실정이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건설사 직원 명의로 계약한 물량, 공사대금을 미분양아파트로 지급한 물량, 분양을 전제로 전세로 우선 공급한 '애프터리빙' 등 미분양 통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현황 신고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원천 통계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분양제에 수요자만 '봉'=우리나라는 신규주택 공급을 짓기도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에 의존하고 있어 신규주택의 공급 및 거래량을 파악하기 위한 주택 분양·미분양통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분양가구수, 초기분양률, 미분양주택수 등 통계는 있지만 부정확할 뿐 아니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선분양제는 이자뿐 아니라 입주 시점에 집값 하락 등 위험부담을 소비자가 거의 떠안는 구조다. 건설사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밀어내기' 분양을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금 주택 과잉공급과 가계부채의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후분양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도성장기에 주택공급을 빨리하기 위해 (선분양제도를) 만들었지만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은 아니었다"며 "나름 역할은 있었지만 지금은 아직 짓지 않은 주택을 파는 데 따른 문제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경제정책이 집값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집값만 오르는 것은 전형적인 거품경제의 모습이어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지난 8·25가계부채대책 발표로 실수요자도 가격 상승을 우려해 무리하게 주택 구매에 뛰어들 우려가 크다"며 "거품과 그 부작용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투기 가수요를 없애 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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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주 기자 hakj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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