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긴급수혈에 기댄 '질' 나쁜 깜짝 성적표

윤진섭 기자 2016. 10. 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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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것처럼 국내 총생산, GDP 성장률이 분기별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성장의 고착화라는 지적,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3분기에 0.7% 성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나마 괜찮은 성적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면에선 이렇게 성장하는 게 과연 옳은 방향이냐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건설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경제부 윤진섭기자 나와 있습니다.

윤기자,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성적이란 평이지만, 내용을 보면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의 단면이 엿보인다는 지적인데요.

<기자>
시장이 예상했던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5%에서 0.6% 정도였습니다.

수출 부진에 현대차 파업,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등 악재 탓인데요.

하지만 예상을 깨고 최종 0.7%로 집계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내용만 보면 이런식의 성장이 과연 옳은 방향이냐 라는 지적입니다.

당장 걱정스럽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건설, 부동산 의존도가 지나칩니다.

3분기에만 건설투자가 2분기에 견줘서 3.9% 늘었습니다.

건설투자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과 거래량 증가에 따른 GDP 증가를 의미합니다.

물론 아파트를 짓거나 도로를 놓는 것도 반영돼 있습니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10.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 경우 1993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하게 되는 것인데요.

이렇게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건설투자가 기여하는 비중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3분기에만 건설투자 기여도는 0.6% 포인트로 집계됐는데, 여러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정부가 추경으로 재정을 투입한 부분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추경 등 정부 소비 증가율은 2분기 0.1%에서 3분기에 1.4%로 크게 높아지면서 정부 지출의 성장기여도도 2분기 마이너스 0.3% 포인트에서 3분기엔 0.2% 포인트로 반등했습니다.

건설투자와 정부 재정지출이 없었다면 성장률은 사실상 마이너스였다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좀 더 생각해 보면, 부동산경기가 지금처럼 활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다른 한쪽에는 가계부채 증가와 맞닿아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우리 경제에서 건설 의존도가 이처럼 높다는 것은 양날의 칼입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건설 투자가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5%로 1993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건설 덕에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2% 중후반까지 나올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건설 경기에 기댄 성장, 여러가지 부작용이 큽니다.

당장 건설투자가 급증하면서 주택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올 하반기에 공급될 주택만 19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는 2003년 이후 최대입니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도 맞닿아 있는데, 정부가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는데도 부동산 경기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해도,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운신의 폭이 좁은 이유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성장의 질을 결정하는 소비나 투자가 부진하다면서요.

<기자>
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초라했고, 수출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로 2분기 1.0% 증가한 것과 대비해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러면서 GDP 기여도도 2분기 0.5%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폭염으로 전기를 많이 쓰고, 해외 여행객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지만, 개발 소비세 인하가 끝나면서 소비자들 지갑을 닫은 게 큽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는 설비투자, 이 역시도 암울합니다.

2분기에 2.8% 성장했던 것이 3분기에 마이너스 0.1%로 역주행을 했습니다.

시중에 돈은 많은데, 기업들이 투자에 머뭇거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출도 반도체, 화학제품 중심으로 0.8% 늘었지만, 2분기 1.1%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습니다.

<앵커>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갤럭시 파동과 현대차 파업 등 굵직한 사안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파가 이번 성장률에 반영됐다고 봐야 하는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조업 증가율은 마이너스 1.0%로 뒷걸음질쳤습니다.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유는 다양한데, 수출 부진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현대차 파업 등 악재가 더해졌습니다.

한은 무역지수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수출물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2.6% 줄면서 다섯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의 파업 영향으로 수송 장비가 13.0% 급감했고 갤럭시노트7 사태의 타격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는 4.1% 줄었습니다.

<앵커>
지난달 한국은행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았습니다.

4분기 성장률도 낙관할 수 없을 듯 싶은데, 수정된 성장률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요?

<기자>
어렵다 어렵다고 하지만, 수치만 따지면 가능하다는 게 한국은행 설명입니다.

한국은행측은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제자리걸음, 즉 0%만 유지해도,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는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0.3% 이상이면 정부의 올 성장률 목표 2.8%로 무난할 것이란 게 한은 설명입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데는 정부가 하반기에 추경 11조원을 포함해 38조원이나 되는 돈을 시중에 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금리 인상,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내수침체 여파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지금 한국 경제가 딱 그런 듯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경제부 윤진섭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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