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화이트(Flat white)를 정의하는 4가지 속성에 대하여

2016. 10.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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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혹은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져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플랫 화이트(Flat white)’가 요즘 국내 커피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커피시장을 뜨겁게 달군 나이트로 커피(Nitro Coffee)와 콜드 브루(Cold Brew)의 열풍을, 플랫 화이트가 이어가면서 ‘한 번 쯤은 먹어줘야 하는 핫메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플랫은 ‘평편하다’, 화이트는 ‘하얀빛 우유’를 각각 의미한다. 에스프레소에 스팀으로 데운 우유를 섞어 만드는 방식은 카푸치노나 카페 라테를 꼭 닮았다. 이름을 따라 모양을 떠올려보면, 컵 위로 불룩하게 거품이 쌓인 카푸치노가 아니라 윗면이 평편한 카페 라테가 그려진다.

우유거품이 평편하기는 카페 라테도 비슷한 데, 플랫 화이트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두 메뉴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는 미국, 영국, 호주, 대만 등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진짜 플랫 화이트이냐”를 두고 진행된 글로벌 인터넷 투표에는 수 천 명이 몰리기도 했다.

플랫 화이트를 카페 라테나 마키아토, 카푸치노와 구분 짓는 데는 대체로 네 가지의 키워드가 꼽힌다. 다시 말해 ‘플랫 화이트의 4대 특징’이다.

첫째, ‘벨베티(Velvety)’이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섞인 질감이 벨벳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농밀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곱게 우유 거품을 내고(Foaming), 데우는(Steaming) 바리스타의 능숙한 기술이 필요하다. 섭씨 100도를 훌쩍 넘으면서, 더욱이 강렬하게 분출되는 스팀으로 미세하게 우유에 공기를 주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찬 우유가 섭씨 37도를 넘기 전에 공기주입을 완료해야 하고, 그 이상의 온도부터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면서 섭씨 65도~70도까지 우유를 데워야 한다. 우유가 섭씨 37도를 넘어선 상태에서 공기가 주입되면 거품이 거칠어지고, 섭씨 70도 이상이 되도록 우유를 데우면 유지방과 유단백질의 변성으로 인해 우유 비린내 등 불쾌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벨베티한 우유거품은 라떼 아트를 하기에 좋아 흔히 에스프레소 윗면에 모양을 만들긴 하지만,  플랫 화이트에 반드시 라떼 아트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의 플랫 화이트이다. 스타벅스의 플랫 화이트는 윗면만 보면 카페 마키아토처럼 작은 동그란 모양만 있다. 

둘째, ‘마이크로폼(Microfoam)’이다. 우유거품이 벨베티한 느낌을 갖기 위해선 우유가 섭씨 37도가 되기 전에 섬세하게 공기를 주입함으로써 미세한 마이크로폼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유와 우유를 담는 피처를 냉장고에 보관해 섭씨 4도 안팎이 되도록 낮게 유지해도, 뜨거운 스팀으로 공기를 주입할 때 우유가 섭씨 37도가 되는 데에는 5~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우유거품이 마이크로폼을 이루지 못하면 에스프레소와 잘 섞이지 않고 위로 뜨면서 카푸치노처럼 컵 위로 불룩 솟아오르게 된다. 이렇게 해선 윗면이 평편한 플랫 화이트라고 할 수 없다. 플랫 화이트의 거품은 매우 미세하기 만들어 액체 위로 뜨지 않고,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섞여 이루게 되는 용액 속에 고르게 퍼져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커피와 우유가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룬다. 동시에 두 가지의 맛이 느껴져야 한다. 우유거품, 우유용액인 듯한 느낌, 에스프레소의 정체성 등이 각각 따로 감지된다면 마치 홍시주스처럼 입에 감기는 듯한 플랫 화이트의 매력적인 질감을 감상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작지만 강함(Small but Strong)’이다. 플랫 화이트를 담아 손님에게 제공하는 잔의 크기가 카푸치노나 카페라테에 비해 작아 ‘스몰’이지만, 우유가 섞이는 양이 적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의 맛이 상대적으로 세기 때문에 ‘스트롱’이다. 카푸치노와 카페라테의 제조법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어느 한 기준이 옳다 그르다고 할 수 없게 된 실정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원조국인 이탈리아가 정한 규정이 있어, 이런 혼선이 있을 때는 하나의 기준이 되곤 한다. 이탈리아국립에스프레소연구소(NIIE)는 2007년 정통 카푸치노에 대해 “우유 100ml를 가지고 25ml가량 거품을 낸 거품우유 125ml를 에스프레소(25ml)에 부어 용량 150ml잔에 담아낸다. 이 때 잔의 재질은 도자기이면 더욱 좋다”고 규정했다.

카페라테는 이탈리아 정통의 경우에는 우유를 거품내지 않고 데워 붓는 것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카푸치노보다 거품이 적은 만큼 액체상태의 우유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다 부드러운 에스프레소의 맛을 내는 음료인 것으로 통용된다.

플랫 화이트는 카푸치노와 카페라테와 사용하는 에스프레소의 양(25ml)는 같다. 반면 잔의 용량이 120ml 정도여서 섞이는 우유의 양이 적다. 따라서 자연스레 에스프레소의 맛이 더 부각된다.

카푸치노와 카페라테를 8온즈(237ml) 쯤에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 많은데, 이 경우 플랫 화이트는 통상 5.5온즈(163ml) 짜리 잔에 담아낸다. 플랫 화이트를 처음 만든 곳을 두고 뉴질랜드와 호주가 경합을 벌이는데, 그 시기에 대해선 1980년대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플랫 화이트는 점점 더 에스프레소의 향미를 강하게 풍기면서도 우유의 맛 또한 끈적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농밀한 쪽으로 진화한다. 이에 따라 플랫 화이트에는 에스프레소보다 향미가 더 농축된 리스트레토 더블 샷을 넣는 것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마지막 키워드는 ‘도자기 잔(Ceramic cup)’이다. 카푸치노는 도자기 잔, 카페라테는 유리잔, 플랫화이트는 도자기 잔에 담아내는 것이 관습으로 굳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리잔에 마이크로폼 우유를 먼저 담고 그 위에 리스트레토 더블 샷을 부어 플랫 화이트라고 제공하기도 한다. 진한 갈색의 커피가 마치 연기처럼 우유 사이를 퍼지나가는 모습이 멋들어지긴 하지만, 이는 플랫 화이트가 아니라 라테 마키아토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플랫 화이트를 호주에서는 세라믹 머그잔(200ml)에, 뉴질랜드에서는 튤립모양의 컵(165ml)에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한편 플랫 화이트의 기원과 관련해 뉴질랜드 웰링턴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바리스타가 카푸치노를 만들려고 했는데 우유거품이 풍성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손님에게 내놓지 못했다. 버리기가 아까워 자신이 마셨더니 에스프레소의 맛이 강하게 드러나고 질감도 매력적이었다. 그가 이 맛을 재현해 손님들에게 주었더니 반응이 더욱 좋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실패한 카푸치노에서 플랫 화이트가 탄생했다는 스토리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카페음료에서는 플랫 화이트를 두고 하는 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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