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경제] 펄펄 끓는 재건축 시장..3대 변수는?

차병준 기자 2016. 10.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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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동산 시장을 짚어 봅니다. 요즘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뜨겁다 못해 '광풍'이라고까지 부를 정도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이라는 말을 애써 피해오던 정부도 이제는 이상 과열이다, 이런 인식을 갖고 대책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정작 가려운 데는 피하고 엉뚱한 데를 찾아, 말 그대로 헛다리 짚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고 정부 대책의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Q. 먼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해보죠. '미친 집값', '눈먼 질주', 이런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게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죠?
A.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재건축 아파트 분양시장입니다.

청약 경쟁률이 그대로 보여주니까요. 이달 초 분양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아크로리버뷰의 청약 경쟁률은 306대 1에 달했습니다. 28가구 모집에 8천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린 겁니다. 분양가가 3.3㎡당 4000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당첨만 되면 억대 전매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몰린 탓입니다.

6개월간의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면 분양권을 되팔 수 있는데, 웃돈으로 받는 수익이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합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의 가락시영 재건축아파트 '헬리오시티‘는 분양 당첨자 10명 중 4명이 분양받은 지 10달도 지나지 않아 5천만 원 이상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판 걸로 나타났습니다. 또 2014년에 분양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를 앞둔 지난 8월,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3억5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서 팔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로또 분양'이라는 말이 붙는 겁니다.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들을 이른바 '떴다방'들이 유포하면서 수익을 노린 단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Q. 청약 시장의 이런 열기가 다른 재건축 예정 아파트까지 번져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거죠?
A. 재건축 열풍의 중심지역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이렇게 강남 3구입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부동산정보업체(부동산114)가 조사한 이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값은 3.3㎡당 4,012만 원입니다. 처음으로 4000만 원대에 올라섰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치가 지난 2006년의 3,635만 원이었는데 이보다 377만 원이나 높습니다. 이렇게 평균가 4천만 원도 높다 싶은데, 3.3㎡당 시세가 7, 8천만 원에 달하는 아파트들도 있습니다. 강남 개포 주공 1단지의 3.3㎡당 시세가 8천만 원 가까이나 하고 개포 주공4단지, 반포 주공 1단지도 7천만 원을 훌쩍 넘어서 있습니다. 모두 주변의 재개발 아파트 청약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분양가가 뛰니까 이들 재개발 예정 아파트까지 바람이 번진 결과입니다.

Q. 부동산 광풍 그러면 우선 떠오르는 게 2006년 집값 폭등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A. 2006년에서 2007년까지 기간은 부동산 시장 폭등기였습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열풍이 일반아파트로 확산되면서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집값이 급등한 강남·서초·송파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지역 이렇게 7곳은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버블세븐'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열풍을 보면 그때와 비슷합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매값은 3.3㎡당 3,181만 원으로 당시 고점 2,886만 원을 넘어서 있습니다. 강남구(3,483만 원)는 전 고점의 98.3%, 송파구(2,405만 원)가 91.6% 수준으로 바짝 다가서 있습니다. 버블세븐이었던 다른 지역들은 당시 전 고점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못 미칩니다. 그래서 이제는 '버블세븐'이 아니라 서초, 강남, 송파, 이렇게 강남 3구만을 묶은 '버블쓰리’라는 신조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Q.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로 보면 그때와는 많이 다르죠?
A. 우선 집값 상승의 확산 정도가 많이 다릅니다. 2006년 당시에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까지 집값이 다 올랐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만 폭등하고 있습니다.

강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열기가 조금씩 번지는 움직임은 있지만, 이상 과열이다 이렇게까지 볼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집값 상승률로 비교해 볼까요. 2006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31.11% 상승했고, 1기 신도시는 35.44%, 전국은 24.80% 급등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10월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67%, 신도시는 2.49% 정도입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도 2.85% 수준으로 2006년에 크게 못 미칩니다. 게다가 일부 지방에선 청약 열기가 아니라 냉기까지 흐릅니다. 부산 지역 일부 아파트는 서울 강남 못지않게 청약 열기가 뜨거워서 청약 경쟁률이 400대, 500대1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미분양을 걱정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강남 재건축 시장만을 보면 정말 광풍 수준인데 전체 부동산시장을 놓고 보면 양극화가 심화돼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국지적 과열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이런 국지적 과열은 결국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는 것 아닌가요?
A. 이번 강남 부동산 열풍은 재건축 아파트 청약 열풍이 주도를 한 건데 그 물꼬를 정부가 터준 셈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지난 2월부터 주택담보 대출의 상환 능력을 까다롭게 따지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대출 심사를 강화했는데, 이때 신규 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인 집단대출에는 이 심사 강화를 빼줬습니다.

기존 아파트를 사려면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졌는데 신규 아파트 분양 때는 그렇지 않으니까 신규분양, 그중에서도 그즈음에 분양을 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로 관심이 몰리게 된 겁니다. 청약 열기가 높아지고 여기에 저금리로 운용할 곳을 못 찾은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재건축 열풍으로 확산됐습니다. 정부가 나중에 집단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이미 투자심리에는 불이 붙은 다음이었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8·25 대책'도 그렇습니다. 공급 물량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오히려 부동산 열기를 부추긴 셈이 됐습니다. 대책 이후에 강남 재건축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졌습니다.

Q. 결국 헛다리 짚은 정책이 된 건데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보금자리론 규제도 그런 지적을 받죠?
A. 보금자리론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만든 정책금융 상품입니다.

10년~30년간 원리금을 나눠서 갚도록 설계한 장기 주택담보대출인데, 무주택자나 주택 취득 30년 이내인 1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시중은행보다 금리도 낮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출 요건을 강화했습니다. 대출 대상 주택가격을 9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낮추고 대출 한도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였습니다. 보금자리론을 믿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가 갑자기 대출길이 막히니까 집 사는 걸 포기하거나 아니면 2금융권으로 가야 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 투기를 잡자고 나선 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자금줄을 막는 대책을 내놓은 거여서 역시 헛다리 짚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Q. 부동산 시장 전망도 한번 살펴볼까요. 지금 불고 있는 강남 재건축발 부동산 광풍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A. 3가지 정도의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수준과 미국 금리 인상, 그리고 내년부터 쏟아질 아파트 입주물량입니다.

먼저 정부의 부동산 대책부터 볼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정부가 국지적 과열이라는 진단을 내렸으니까 강남 3구 지역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처방이 되겠죠. 그런데 정부의 고민은 시장의 온기를 유지하면서 과열을 잡을 수 있는, 연착륙 방안입니다. 수출과 다른 내수 부문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나마 버텨주는 건설·부동산 업종마저 무너지면 전체 경기 흐름이 끊길 위험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 거론되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안까지는 안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수도권과 충청권의 경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고 그 외 지역은 1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됩니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강화됩니다. 가장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을 수 있기는 한데 특정 지역에 국한된 과열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체를 냉각시킬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상 가능한 대책은 청약통장 재당첨 제한과 1순위 요건 강화, 전매제한 기간 강화 같은 조치들입니다. 청약시장의 과열부터 잡아야 이들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 주변 집값도 끌어올리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들썩이던 분양권 시장이 곧바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강남 재건축 거래도 끊겨 있습니다. 대책의 내용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요동을 칠 거 같습니다.

Q.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도 현실화되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죠?
A. 지금의 부동산 열풍이 근본적으로는 초저금리에서 비롯된 상황입니다.
금리가 낮으니까 은행 이자 대신 월세로 받겠다, 그러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니까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구하기도 힘든데 금리가 낮은 참에 돈 빌려서 집을 사보자. 그래서 구입 수요가 많아지니까 집값이 올라간 거죠. 여기에 저금리를 이용한 투기세력도 가세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초저금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연말쯤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돈 빌려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이자부담이 커지게 돼 매물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올라갈 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난 공급 물량이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하게 되는데 한꺼번에 늘어난 입주물량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거다, 이런 전망도 늘고 있죠?
A. 아파트 분양 물량은 지난해 50만 가구에 이어 올해도 그 이상이 될 전망입니다.

업체들은 계속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구 추계, 그리고 1인 가구가 느는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적정한 주택 수요량은 연간 23만 가구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이 적정 수준 두 배의 물량이 시장에 계속 풀리게 되는 겁니다.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이른바 입주 대란이 현실화되고 그래서 매물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런 3가지 변수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투명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 부동산 시장이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투기가 판을 치는 과열도 문제지만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차가워질 경우 이 가계부채 뇌관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예측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시장의 상황을 살펴서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선임기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정혜연      

차병준 기자cb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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