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룸살롱 소파, 中古가구업자들에게 애물단지된 까닭은?

권순완 기자 2016. 10.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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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구와는 다른 형태, 소파 앞뒤 깊이가 80cm 이상 등받이 낮아 거의 누운 자세.. 테이블도 넓고 무늬 들어가 中古가구업자에 애물단지로.. 한 번 중고제품으로 들어오면 부피 크고 안 팔려 천덕꾸러기, 폐기 비용도 만만치 않아

19일 오전 11시 경기 광명의 한 중고 가구 판매업체에 충남 공주의 호프집 사장 전도현(55)씨가 찾아왔다. 가게를 리모델링하려는데, 새 소파가 너무 비싸 중고품을 찾아온 것이었다. 가구점 사장과 같이 창고에 들어간 전씨는 "소파 깊이가 70㎝를 넘으면 가게 공간이 좁아진다"며 줄자로 소파 크기를 쟀다. 가구점 사장 변국희(여·47)씨는 "개업하려고 찾아오는 사장님들은 대부분 너무 깊지 않은 소파를 선호한다"며 "깊고 등받이 쿠션이 따로 있는 '룸살롱 소파'는 거의 안 나간다"고 말했다.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 주점의 폐업이 늘고 개업이 줄면서 유흥업소 소파나 테이블 등 '업소용 가구'가 중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황으로 손님이 줄고 불법 영업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부정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전국 유흥 주점 업소가 크게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흥 주점 수는 최근 6년 새 15%나 줄어들었다. 중고 가구상들은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 단란주점들이 폐업한다며 가구 견적 봐달라는 전화가 한 달에 십여 통씩 오지만, 이미 쌓아둔 업소 소파·테이블만 수백 개여서 더 구입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룸살롱에서 쓰는 소파와 테이블은 일반 레스토랑이나 다방에서 쓰는 것과는 형태가 확연히 다르다. 룸살롱 소파는 보통 깊이가 80㎝ 이상으로 깊고 등받이가 낮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거의 눕는 자세가 된다. 나이트클럽의 룸 소파는 룸살롱 소파보다 깊이가 얕고 등받이가 높다. 룸살롱 테이블 역시 폭이 100㎝ 이상으로 넓고 무늬가 들어가 있다. 중고 가구업체 '누리주방' 정용남 대표는 "룸살롱 테이블은 그나마 요즘 많이 생기는 '7080 라이브 노래 카페' 같은 데서 찾는 경우가 있지만, 소파는 룸살롱을 차릴 게 아니라면 거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가구업체 대표는 "룸살롱에서 가져온 2~3인용 고급 소파에 15만원을 매겨놓았는데 안 팔려서 10만원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팔리지 않는 유흥업소 중고 가구는 천덕꾸러기다. 부피를 많이 잡아먹고 오래 둔 천 소파에 곰팡이가 쉽게 슬기 때문이다. 중고 가구점은 대개 한 업소 가구 전부를 가져오기 때문에 담뱃불 자국이 있는 소파와 술 쏟은 소파까지 가지각색이다. 가구점 사장 변씨는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면 곰팡이가 슬어 2층 창고에 보관해야 하고 여러가지로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1~2년 정도 지나도 팔리지 않으면 폐기하는데, 5t 트럭 한 대당 100만원 정도가 든다.

이렇게 천대받다 보니 폐업한 룸살롱에 가구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 7년째 서울 역삼동에서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58)씨는 "강남구에서 영업허가 받은 룸살롱 200여 곳 중 실제 폐업했으나 나중에 허가를 또 받는 것이 번거로울까 봐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곳이 적어도 20%는 된다"며 "건물주가 보증금에서 가구 폐기 비용 수백만원을 뺀 뒤 돌려주지만, 그냥 버리자니 아까워 새 임차인이 나타나기 전까진 그대로 둔다"고 했다. 일부 철거업체들은 철거 비용을 받고 업소 가구를 폐기장이 아닌 중고 가구 업체로 가져가 "막걸리 값 10만원만 주고 사라"며 흥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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