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보따리 가득한 보석 같은 고장 - 충남 서천<2>

이진욱 2016. 10. 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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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와 속이 꽉 찬 꽃게처럼 알 찬 여행지를 한가득 품은 고장이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지쳐가는 심신을 달래기 위해 이 가을 서천의 곳곳을 찾는다면 오래도록 남을 풍성한 추억거리를 품에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천 여행은 지친 심신을 치유해 줄 추억 거리를 한가득 품고 돌아올 수 있다. 한산모시관, 문헌서원, 판교마을(왼쪽부터) ⓒ MK스타일 / 월간 여행스케치

이튿날 첫 여정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판교면 종판로의 판교마을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마을 골목의 여기저기를 느리게 걷다보면 아련한 옛 추억에 젖고 만다. 배꼽시계 알람이 울리면 이 마을 내에 위치한 ‘동생춘’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힘이 넘치는 사장님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면발을 뽑는다. 그렇게 내놓은 짬뽕을 입에 가져가면 마음속에 정해둔 나만의 짬뽕 서열이 바뀔 수도. 포만감을 느낀 후에는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문헌서원으로 내달리자. 중세지정사의 최고봉이자 조선 성리학의 근간을 이룬 이색 선생의 충절을 선선한 가을 내음과 함께 느낄 수 있다. 문헌서원에서 10분 거리인 한산모시관으로 가면 천오백년 역사와 예술성을 지켜 온 한산모시 장인의 혼을 체감할 수 있다. 마지막 목적지는 신성리 갈대밭이다. 이곳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추억으로 남기며 설렘 가득한 서천 여행을 마무리한다.

● 둘째 날, 늦가을 청취 따라가기

<10:30 판교마을>

낡은 느낌의 건물과 간판 그리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판교마을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자랑할 만한 문화재가 있는 것도, 낑낑대는 강아지가 새 주인을 기다리는 북적이는 장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골목 이곳저곳을 걷다보면 소소한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마을 곳곳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광경에 한 박자 느리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주소 : 충남 서천군 판교면 종판로 901번길 45 일대

<12:00 동생춘>

“좀 시끄러워도 놀라지 마러. 면 뽑는 소리니께” 열 살 때부터 일흔 살이 넘은 지금까지 60년 넘게 수타 반죽만 고집해 온 사장님이 서늘한 날씨에도 민소매를 입고 면을 뽑는다. 팔에 따닥따닥 붙은 잔 근육이 꿈틀대기를 멈추면 채 썬 돼지고기, 싱싱한 오징어와 조개가 어우러진 짬뽕이 등장한다. 적당히 칼칼해 감칠맛이 일품인 짬뽕은 아삭아삭한 단무지는 먹을 겨를도 없이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짜장면과 탕수육도 추천한다.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판교면 종판로 893

<13:30 문헌서원>

고려의 대학자 가정 이곡 선생과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1576년 세웠다. 기린산의 울창한 송림을 배경으로 들어선 서원에서는 보물 제1215호인 ‘목은 이색 영정’을 만날 수 있다. 입구의 홍살문을 지나면 우측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연못과 그 위를 버티고 있는 정자가 늦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한산소곡주 발원 샘인 수각에서 약수도 한 모금 마시면 갈증 해소는 물론 해묵은 스트레스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월요일 휴관.

주소 : 충남 서천군 기산면 서원로 172번길 66

<14:30 한산모시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산모시짜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 한산모시관 내 전통공방에서는 모시풀 재배부터 모시짜기 등 장인들이 세모시를 직조하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널뛰기, 투호, 굴렁쇠, 그네뛰기 등 다채로운 전통놀이 체험과 한산모시를 이용해 머리핀, 부채 등 모시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은 덤이다.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6시

주소 :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089

<16:00 신성리 갈대밭>

우리나라 4대 갈대밭 가운데 하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람이 불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갈대밭에서 영화 속 주인공인 돼 보는 것도 좋겠다. 누런 갈색 물결이 일렁이는 장관 속에 숨어 있는 적당한 폭의 호젓한 길로도 들어가 보자. 오솔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시구가 쓰인 나무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소 :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로 500

[MK스타일 이진욱 기자/도움말 사진제공 : 월간 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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