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우스꽝스러운 남자들의 삶 가볍게 써봤죠"

2016. 10. 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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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출간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남자들은 어둠을 밝혀줄 전깃불을 만들고/노아가 방주를 만든 것처럼 배를 만들어./여기는 남자들의 세상, 남자들의 세상이지./하지만 여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소용없어./황무지에서 길을 잃고 쓰라림에 헤맬 뿐."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중)

소설가 천명관(52)은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예담) 맨 앞에 미국 가수 제임스 브라운(1933∼2006)의 동명 노래(It's A Man's World) 구절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멋있는 척 폼을 잡지만, 알고 보면 허점 투성이에 실수도 많은 건달들이 이런저런 사건으로 얽혀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 '카카오페이지'에 지난 3월부터 4개월 동안 연재돼 8만여 독자들을 먼저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뒷골목 건달들의 잡다한 얘기가 머릿속에 있었는데, 인터넷 연재를 하게 되면서 이런 얘기가 적당하겠다 싶어서 소설로 쓰게 됐어요. 제목은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한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이 작품을 잘 설명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왔습니다. 남자의 삶은 황무지에서 길을 잃고 헤맬 뿐이라는 건데, 그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작가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소설에는 많은 인물과 여러 가지 사건이 등장한다.

인천 연안파의 두목 '양 사장'은 큰 수익이 난다는 성인오락기 사업을 제안받고 바지사장으로 앉힐 인물로 입담이 좋은 '뜨끈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뜨끈이는 사채업자 '박 감독'에게 사기를 치고 거액을 빼돌려 베트남으로 도망간 상태다. 양 사장은 오른팔인 '형근'을 시켜 뜨끈이를 데려오는데, 그가 그 전에 사기를 쳐 큰 손해를 입힌 전남 영암의 조폭 '남 회장' 일당이 공항에서 그를 끌고 간다.

한편, 양 사장은 해외에서 '주얼리 박람회' 전시용으로 들여온 2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빼돌리는 일에 뛰어드는데, 이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일당이 한둘이 아니다. 그 사이 양 사장의 부하인 '원봉'이 부산에서 경마 결과를 조작하는 일에 손을 대고 그 일을 행동대원 '종식'에게 시키는데, 종식이 동원한 초짜 건달 '울트라' 등이 종식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말 한 마리를 훔쳐온다. 알고 보니 이 말은 최고의 족보를 지닌 종마로 그 가격이 35억 원이나 한다. 말의 주인인 부산의 조폭 두목 '손 회장'은 눈에 불을 켜고 말을 찾는다.

사기꾼 뜨끈이와 다이아몬드, 말을 두고 벌어지는 각각의 쟁탈전이 결국 양 사장을 중심으로 한데 모여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이 소설은 건달들이 등장하지만, 조폭 누아르 장르에서 흔히 보는 무거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욕심만 많고 마음이 앞서는 인물들이 무턱대고 일을 벌이고 우연으로 얽히고설켜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빚어내는 블랙코미디 장르에 가깝다. 소설의 문체와 인물들의 대사도 경쾌하고 코믹해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장르소설이나 범죄소설 같은 걸 써보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까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장르라는 건 일정한 관습과 규칙을 따라야 하는 건데, 제가 장난기가 많아서인지 이리저리 비틀게 되고 결국 예측 못 한 방향으로 가게 됐죠. 장르적 요소는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니고 문학적 의미가 있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저도 정체성을 모르는 소설이 됐어요(웃음)."

그는 이런 작품의 탄생이 나름대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런 소설이 한국 문단에 없었잖아요. 새로운 걸 해본다는 재미도 있고, 진지한 문학을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요. 남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뒤섞어 보여주고 옴니버스 같은 구성이 나중에 합쳐지는 결말이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진지한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실망한 것 같은데, 저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도 있고요."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합쳐지는 구성이나 생생한 대사와 장면 묘사가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오랫동안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그는 실제로 이 소설을 나중에 영화로 만들 계획도 있다고 했다.

그가 전작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후 4년 만에 이번 소설을 낸 것도 영화 때문이다. 3년 동안 다른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제작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영화 작업에 도전한다고 했다. 한 영화제작사와 손잡고 김언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뜨거운 피'를 영화화하기로 했다. 그는 이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직접 연출을 맡기로 했다.

"김언수 작가는 저와 '영혼의 짝' 같은 친구예요. 비슷한 시기 건달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요. '뜨거운 피'는 저도 참 좋아하는 작품이라 영화로 잘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끝나면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도 영화로 만들고 싶고요. 그러다 보면 당분간 새 소설은 못 쓰겠죠."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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