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만 조장한' 부동산 대책]투기 과열엔 기름, 서민에겐 찬물..'헛다리 대책'만 연발
[경향신문] ㆍ잇단 부양책에 서울 아파트 3.3㎡ 분양가 3년 만에 33% 급등
ㆍ8·25 대책, 청약 광풍만 부추기고 실수요자 집 마련은 어렵게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가구당 평균 아파트값이 2년10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오르는 등 집값이 급등한 데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탓이 크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면서 오히려 투기 열풍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분양권 전매제한 등 정부가 그동한 풀었던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온갖 규제를 대폭 풀었다. 2013년에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으며 주택 취득세율도 인하했다. 2014년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해 주택 대출의 길을 넓혀줬다. 이어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3년 유예하는 등 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지난해에도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정부의 시그널에 시장에 투기꾼들이 몰렸다. 지난해 주택거래량(119만여건)과 아파트 분양물량(52만여가구)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3.3㎡당 4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2013년 말 1631만원에서 지난 14일 2172만원으로 2년10개월 만에 541만원(33.2%)이나 상승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해 전매제한이 풀린 아파트 10개 단지 2782가구 중 880가구(31.6%)의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 분양권 전매차익은 178억3152만원으로 한 가구당 2026만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고가의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변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올라갔다. 이달 초 기준 서울 강남 3구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4012만원을 기록, 사상 처음 4000만원을 돌파했다.
재건축시장의 과열이 주변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올들어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등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양가 인하는 오히려 웃돈이 더 붙는 효과를 내면서 이 단지가 100.6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투기광풍이 더욱 거세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부가 지난 8월25일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내놓은 대책도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부추기고 실수요자들만 옥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공급 축소 방침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강남 등 희소성이 부각된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실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아크로 리버뷰’는 지난 5일 청약 접수에서 306.6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분양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이 중도금 집단대출의 심사 강도를 높이면서 금리가 크게 올라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서민들의 대표적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신규 공급이 일부 서민층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과 부산에 분양할 예정인 6개 단지 5528가구의 집단대출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를 억제할 보다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해 전면 대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요건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을 선도하는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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