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 가계 빚 그대로 둬도 되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최근 가계부채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어…저소득층·자영업자 부채 증가 유의해야]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 총액은 1257조원을 넘어섰다. 1년 만에 125조7000억원(11.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증가율은 1% 안팎에 머물렀다. 빚이 소득보다 10배가량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는 올해 안에 1300조원이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저금리 장기화가 맞물린 결과지만 우리 경제가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된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부동산과 직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 8월 은행 가계대출은 8조7000억원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이 중 70%인 6조1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9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6조1000억원 중에서도 87%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2013년 4분기 가계대출의 48.2%였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올해 2분기 50.9%(640조원)으로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급속히 부동산 경기가 꺼질 것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이나 집단 대출 가이드라인 등의 대책은 아직 정부의 관심영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향후 금융안정 리스크를 감안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일부 국제기구는 우리나라의 DTI 규제비율을 나른 나라 수준에 견줘 30~50%까지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며 “앞으로도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할 경우 이 규제비율을 환원하는 문제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소득·저신용 과다 채무자들도 가계부채 뇌관이 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동시에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이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는 134만가구로 1년새 4만가구 증가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전체 가계대출 중 70%가 변동금리 대출인 점을 가정할 때 금리가 100bp(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는 143만가구로 종전보다 9만가구 증가하고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도 31.8%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변동금리에 이자율이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증가한 점은 가계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됐다는 반증”이라며 “단순히 돈을 빌릴 수 있는 통로를 막기보다는 일자리 대책을 병행해서 저소득층 실질 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부채 증가율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차주(借主) 성격상 기업대출로 구분되지만 실질적인 가계부채로 인식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9월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56조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43.5%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17조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 8~9월은 자영업자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을 웃돌았다. 법인은 부채를 상환했지만 개인사업자는 빚을 많이 늘렸다는 얘기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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