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빚내 집사라" 던 정부, 브레이크는 없었다

류순열 2016. 10. 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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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 경제정책 2년간/ 가계부채 의존 경기부양 급급/ 물밑 경고에도 "괜찮다" 큰소리/ 경제는 수렁·서민은 빚더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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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도 나와야 잘못을 체크할 텐데, 그런 논의 과정 자체가 없다.” 경제정책을 다루는 정부 기관 고위직에서 최근 물러난 경제학자 A씨의 촌평이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 경제정책)를 비롯한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A씨는 17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견을 나누고 누군가 책임지고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장관은 여기저기 행사장 끌려다니기 바쁘다”며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은 정부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탓에 지금 정부는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더 수렁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 가계부채를 늘려 집값을 띄우는 부양책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 어디에서도 ‘브레이크’는 작동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실세, 최경환 의원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취임한 2014년 7월 이후의 일이다. 그해 8월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 주택금융규제 완화’의 정책조합을 단행하면서 가계부채가 무섭게 늘기 시작했는데 정부나 한은은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물밑의 분위기는 달랐다. 금융당국 내부에서 1∼2년 전부터 걱정들이 쏟아졌다. 일찌감치 한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는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계부채, 저거 어쩔 거야”라며 혀를 차곤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는데 가계부채는 폭증했고, 전셋값 고공행진에 서민의 주거난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2013년 말과 비교하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1257조2776억원으로 23.4%(238조원) 늘었고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2015년 말 = 100기준, KB국민은행 통계)는 2013년 1월 87.0에서 지난달 102.4로 17.7% 뛰었다. 전성인 한국금융학회장(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은 가계빚에 의존한 부양정책에 대해 “경제 전체를 위험 속에 빠뜨렸다”고 혹평했다.

정부는 뒤늦게 주택공급 물량 축소를 주 내용으로 한 8·25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지만 역부족이다. 오히려 이후 집값이 더 뛰면서 정책의 한계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경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오해”라며 “매크로(거시)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지 활성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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