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만 무료 입장? "고궁 한복 무료입장 규정 변경하라"
[경향신문]

16일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십수명의 젊은이들이 남성한복인 도포자락 차림으로 모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번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성별 이분법! 고궁 한복규정! 내가 여자게 남자게 아님 뭐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남성은 바지만, 여성은 치마만 입어야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복궁 한복 무료입장규정이 성별 이분법에 근거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한복을 입게 하게 하면서 내국인에게는 성별 이분법적인 한복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퀴어페미니스트 파티 슬램파티 기획단’ 소속 회원들이다. 슬램파티 기획단은 한국 퀴어문화축제의 공연팀이 모여 만든 단체다.
슬램파티 기획단은 “전통은 변화한다. 입장 규정 변경하라” “남성 여성 규정짓는 성별이분법 반대한다” “정체성은 다양한다.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차례로 외친 뒤 댄스 플래시몹 행사를 시작했다. 플래시몹 행사는 샤이니, 엑소, 세븐틴 등 케이팝 가수 노래 세 곡에 맞춰 춤을 추는 방식으로 약 30분동안 진행됐다.

실제로 문화재청 경복궁 홈페이지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보면 ‘남성은 남성한복, 여성은 여성한복 착용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사를 기획한 30대 직장인 ‘이서’씨는 “성별 이분법적인 고궁 한복규정에 반대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2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바지 한복을 입고 춤을 추기로 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플래시몹 행사를 지켜봤다. 직장인 김준범씨(42)는 “한복무료입장 규정에 남자는 남자 한복만, 여자는 여자 한복만 입게 돼 있는 줄은 이제야 알았다”며 “구시대적이고 불필요한 규정 같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안지윤양(17)도 “한복 규정이 변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멋지다”고 말했다.
슬램파티 기획단의 김유진씨(26)는 “앞으로도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위해 힘쓰겠다”며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비온뒤무지개재단과 같은 인권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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