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가팔라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거품 경고등도 켜졌다

2016. 10.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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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번주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 1년 만에 최고치
3년새 강남구 18.46%, 광명시 24.61% 뛰어올라
강남·서초·송파구 ‘버블3’ 경고음

부동산업계에선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 거품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송파구와 함께 ‘버블 쓰리’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도 일대 아파트단지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김정빈(가명·45)씨는 최근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2㎡를 15억5000만원에 서둘러 매입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압구정동으로 이사할 계획을 갖고 집값 움직임을 지켜봐왔는데, 최근 강남권의 재건축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가격이 뛰는 게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1월에 샀더라면 지금보다 2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이 정도로 가격이 급등할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정규형(가명·40)씨는 최근 광명 소하동 휴먼시아아파트 전용면적 84㎡를 4억8500만원에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연초 매매 시세가 4억6000만원 안팎이었는데 하반기 들어 2000만~3000만원 정도 값이 뛰어올랐다. 김씨는 “광명시내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데다,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지긋지긋한 전세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이사철을 맞아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대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1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22% 올라 지난해 10월19일 조사 때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아파트값도 0.08%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봄 이사철만 해도 안정세를 보였던 수도권 아파트값이 가을 이사철을 맞아 요동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 외곽 경기지역에서는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어든 아파트를 타깃으로 투기세력의 속칭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남 재건축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지난 7일 기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은 3.3㎡당 4012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의 3635만원에 견줘서도 3.3㎡당 377만원이나 높은 것이다. 압구정동과 개포동 등지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들어서만 매맷값이 2억~3억원가량 뛰어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도 사상 최고치다. 지난 8월 공급된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정부의 분양가 인하 압력을 받은 끝에 3.3㎡당 4137만원에 공급됐다. 하지만 강남 3구의 올해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3729만원으로, 이는 지난해(2974만원)보다 25.4%나 상승한 수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통계상 나타나는 집값 상승률이 높지는 않은 편이라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 국가 공인통계인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대비 9월 현재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서울이 1.83%, 수도권이 1.04%로 지난해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서울 6.71%, 수도권 6.19%)에는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구 매맷값은 9월까지 4.14%나 올라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강서구(2.64%), 서초구(2.54%) 등의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점은 올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맷값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의 아파트값 변동 통계치를 보면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 판도가 더 확연해진다. 2013년 9월 대비 올해 9월 현재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서울에서 아파트 매맷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구(18.46%)였고 경기도에선 광명시(24.61%)가 상승률 1위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맷값 평균 상승률은 11.51%, 경기도는 10.6%였다. 하지만 이런 두자릿수 평균 집값 상승폭조차 최근 3년간 거의 꿈쩍하지 않았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연간 1% 안팎)에 견줘볼 때 상당히 높은 편이다.

부동산업계에선 벌써부터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2006년 때처럼 집값 거품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6년 집값 급등기 때 이른바 ‘버블세븐’으로 불렸던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 등 7개 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닥친 5년여간의 부동산경기 침체로 2014년까지만 해도 집값 회복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9월말 현재 서초구 아파트 매맷값(3.3㎡당 3181만원)이 전고점(2886만원)을 이미 넘어섰고 강남구(3483만원)는 전고점의 98.3%, 송파구(2405만원)가 91.6% 수준으로 바짝 다가섰다. 말하자면 버블세븐은 붕괴됐지만 강남 3구가 새롭게 ‘버블스리’로 떠오른 모양새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보다는 초저금리를 이용한 투기 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가격 거품이 생길 우려가 커졌다고 본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 분양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시 기존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재건축 분양권 시장에 뭉칫돈이 흘러든 데 따른 비이성적 과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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