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개발방식 따라 웃고 우는 서울 달동네
한영준 2016. 10. 13. 17:25
서울에 몇 안남은 달동네 백사·구룡·북정마을백사마을, LH가 지난해 개발 포기 선언후 표류구룡마을, 시-강남구 갈등 끝나니 일방적 개발북정마을, 대기업 손뗀후 마을공동체로 살아나
유난히도 긴 여름이 끝나며 많은 사람들이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지만, 가을 추위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의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 주민들이다.
달동네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어 간단한 집수리도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지역 개발 사업이 예상처럼 진척이 되지 않아 주민들은 마음마저도 추운 가을을 맞이해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로 꼽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강남구 구룡마을의 주민들은 지역 개발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예전의 밝은 분위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박원순표 1호 재개발' 백사마을 무기한 표류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은 지난 4월 주민대표협의회까지 해산된 뒤 개발사업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마을 입구에 위치하고 있던 협의회 사무실은 6개월째 굳게 닫혀 있다. 지난해 시행사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존지역 규모를 그대로 유지한 채 추진하면 사업성이 없다"며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개발이 좌초된 것 같아서 주민들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상태"라며 "어떻게 된다는 말은 무성한데 반년 가까이 제대로 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전 협의회와 갈등을 이어온 비상대책위원회가 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다. 비대위는 서울시 안대로 가면서 서울도시공사를 시행사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서울시 안을 받아들여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협의회와 법적인 분쟁이 진행되고 있어 당장 협의회를 구성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사마을 G공인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보존지역을 그대로 살려도 사업성이 있다고 하지만 쉽게 단언하기 힘들다"며 "저평가 받고 있는 이 지역이 감정평가를 받을 때 주민부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개발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오면서 주민 간 반목이 이어진 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백남산 중계본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가난해도 항상 주민들 간에 정이 많은 곳이었다"며 "그런데 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민들끼리 충돌하면서 많이 과격해졌다"고 전했다.
■오는 18일 도계위 상정 앞둔 구룡마을… "개발에 거주민 소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처음 만난 60대 최모씨는 "최근에 추워졌는데 방한이 안 돼서 잠도 잘 안 온다"며 "차라리 '너희끼리 예쁘게 집 고치고 살아라'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개발방식으로 강남구와 서울시 간 진통을 겪던 구룡마을은 지난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보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 자체에 대한 찬반이 있어서는 아니고, 도계위원들이 지난 2012년 구역지정 당시와 많이 달라져서 현황 파악 등을 다시 하기 위해 보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박모씨(64)는 "현재 시가 구체적인 사업방식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2018년에는 착공할 예정이라고 들어서 그 희망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9일 다시 도계위에 상정돼 통과되면 사업시행자 지정, 거주민과 지주 보상, 이주 등을 거쳐 오는 2018년에 공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역 개발에 거주민들의 의견이 소외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주민은 "거주민 중 대부분이 자기 땅 소유가 아니다"라며 "지주 쪽이랑은 협의가 잘 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거주민들의 의견이 쉽게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협의회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에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 거주민은 "이미 서울시로 넘어갔다고 주민들과 소통이 너무 안 된다"며 "주민 대표들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마을공동체' 추진하는 북정마을… '제3의 길' 찾아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은 다른 마을들에 비해 활기를 띠고 있다. 한 주민은 "토요일(15일)에 축제를 연다"며 "오면 메주 만들기도 하고 공연도 하니깐 꼭 오라"고 마을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은 마을 중심에 위치한 노인정에서 주민 간 교류가 많았다. 마을축제를 열어 수익을 주민들끼리 공유하고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지방 교체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성북2지구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외지인 중심으로 재개발이 추진되긴 했다"며 "롯데건설 등 대기업들도 들어와 조사했지만, 고도제한에도 걸리고 성곽 등 문화재도 걸려 있어서 결국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위는 재개발을 포기하고 '마을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북정마을의 공동체 활성화와 재정비에 대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지역으로 묶여 간단한 보수공사도 못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마을 곳곳에서 집을 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죽공예가는 지난 4월 결혼 후 미술을 하는 아내와 이곳으로 이사했다.
그는 "서울 같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이곳으로 왔다"며 "외지인들이 들어오고 인위적으로 개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서울에 몇 안남은 달동네 백사·구룡·북정마을
백사마을, LH가 지난해 개발 포기 선언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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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마을, 대기업 손뗀후 마을공동체로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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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긴 여름이 끝나며 많은 사람들이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지만, 가을 추위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의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 주민들이다.
달동네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어 간단한 집수리도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지역 개발 사업이 예상처럼 진척이 되지 않아 주민들은 마음마저도 추운 가을을 맞이해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로 꼽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강남구 구룡마을의 주민들은 지역 개발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예전의 밝은 분위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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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1호 재개발' 백사마을 무기한 표류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은 지난 4월 주민대표협의회까지 해산된 뒤 개발사업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마을 입구에 위치하고 있던 협의회 사무실은 6개월째 굳게 닫혀 있다. 지난해 시행사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존지역 규모를 그대로 유지한 채 추진하면 사업성이 없다"며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개발이 좌초된 것 같아서 주민들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상태"라며 "어떻게 된다는 말은 무성한데 반년 가까이 제대로 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전 협의회와 갈등을 이어온 비상대책위원회가 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다. 비대위는 서울시 안대로 가면서 서울도시공사를 시행사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서울시 안을 받아들여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협의회와 법적인 분쟁이 진행되고 있어 당장 협의회를 구성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사마을 G공인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보존지역을 그대로 살려도 사업성이 있다고 하지만 쉽게 단언하기 힘들다"며 "저평가 받고 있는 이 지역이 감정평가를 받을 때 주민부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개발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오면서 주민 간 반목이 이어진 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백남산 중계본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가난해도 항상 주민들 간에 정이 많은 곳이었다"며 "그런데 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민들끼리 충돌하면서 많이 과격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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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도계위 상정 앞둔 구룡마을… "개발에 거주민 소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처음 만난 60대 최모씨는 "최근에 추워졌는데 방한이 안 돼서 잠도 잘 안 온다"며 "차라리 '너희끼리 예쁘게 집 고치고 살아라'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개발방식으로 강남구와 서울시 간 진통을 겪던 구룡마을은 지난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보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 자체에 대한 찬반이 있어서는 아니고, 도계위원들이 지난 2012년 구역지정 당시와 많이 달라져서 현황 파악 등을 다시 하기 위해 보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박모씨(64)는 "현재 시가 구체적인 사업방식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2018년에는 착공할 예정이라고 들어서 그 희망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9일 다시 도계위에 상정돼 통과되면 사업시행자 지정, 거주민과 지주 보상, 이주 등을 거쳐 오는 2018년에 공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역 개발에 거주민들의 의견이 소외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주민은 "거주민 중 대부분이 자기 땅 소유가 아니다"라며 "지주 쪽이랑은 협의가 잘 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거주민들의 의견이 쉽게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협의회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에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 거주민은 "이미 서울시로 넘어갔다고 주민들과 소통이 너무 안 된다"며 "주민 대표들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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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추진하는 북정마을… '제3의 길' 찾아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은 다른 마을들에 비해 활기를 띠고 있다. 한 주민은 "토요일(15일)에 축제를 연다"며 "오면 메주 만들기도 하고 공연도 하니깐 꼭 오라"고 마을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은 마을 중심에 위치한 노인정에서 주민 간 교류가 많았다. 마을축제를 열어 수익을 주민들끼리 공유하고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지방 교체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성북2지구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외지인 중심으로 재개발이 추진되긴 했다"며 "롯데건설 등 대기업들도 들어와 조사했지만, 고도제한에도 걸리고 성곽 등 문화재도 걸려 있어서 결국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위는 재개발을 포기하고 '마을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북정마을의 공동체 활성화와 재정비에 대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지역으로 묶여 간단한 보수공사도 못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마을 곳곳에서 집을 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죽공예가는 지난 4월 결혼 후 미술을 하는 아내와 이곳으로 이사했다.
그는 "서울 같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이곳으로 왔다"며 "외지인들이 들어오고 인위적으로 개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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