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총리 "DTI 규제 조정" 첫 언급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부채상환비율(DTI)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DTI를 낮추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 부동산 시장을 조이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2014년 DTI 규제완화 이후 고위 당국자가 DTI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부총리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서울 강남 지역의 청약 과열 등을 막기 위해 DTI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8ㆍ25 (가계부채) 대책이 9월이나 10월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그 뒤에 문제가 있다면 DTI 조정이나 집단대출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 등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에 대해서는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해 왔다. 불과 며칠 전인 5일에도 유 부총리는 기재위 국감에서 DTI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제 2년 정도 된 정책이라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바꾸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외국 적용 기준과 비교하면 현재 수준인 60%는 높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DTI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 동안 금융권에선 DTI 등 한도 규제를 조이지 않고서는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DTI는 최경환 전 부총리 시절인 2014년 7월 최저 50%이던 것을 일률적으로 60%로 완화했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 3,000만원(6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규제완화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며 2014년 1분기 967조원이던 가계대출은 올해 2분기 1,191조원으로 급증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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