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중국은 지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프트산업 확장 中

2016. 10. 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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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이세진 기자]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나우 유 씨 미 2’의 한 장면. 마술쇼를 펼치다 쫓기게 된 주인공들은 뉴욕의 한 건물 꼭대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탈출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들이 떨어진 곳은 마카오의 한 술집. 이때부터 화려한 마카오의 밤을 배경으로 나머지 반 이상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대만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주걸륜도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영화의 감독은 중국계 미국인인 존 추다. 

영화 나우 유 씨 미 2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대륙 관객을 노린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대목이다. 동시에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시장의 빅 파이가 할리우드에서 베이징으로, 상하이로, 마카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나우 유 씨 미 2’는 미국 내에서 6460만 달러(약 725억 원)를, 중국에서는 9711만 달러(약 1090억 원)를 벌어들였다.

최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소비 대국’으로 굴기 하면서 차이나머니의 보폭도 커지고 있다. 하드웨어(공산품) 생산에서 눈을 돌려 소프트웨어(콘텐츠)를 창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이다.

미국 거대 극장체인이 중국에 팔리고, 미국 최고 감독의 제작사는 중국 최고 전자상거래 업체와 손잡았다. 영화뿐만 아니다. 식음료, 호텔, 테마파크 등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먹고, 즐기고, 마시는’ 소프트산업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이미 장악력이 큰 업체들을 통째로 사들여와 기술혁신도 이루고, 내용물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전략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바바픽쳐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제작ㆍ투자배급사 엠블린 파트너스와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엠블린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마윈(馬雲) 회장은 엠블린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다. 지분 규모나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2014년 설립된 알리바바픽쳐스는 중국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미션 임파서블-로그 네이션’, ‘스타트렉 비욘드’ 등 할리우드 영화에도 투자를 감행해 왔다. 스필버그 감독의 엠블린 파트너스는 지난해 드림웍스를 재편해 설립한 제작사다. 이번 파트너쉽 계약으로 두 회사는 영화를 공동 제작ㆍ투자하고 중국 내 배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가상현실(VR) 콘텐츠 개발과 제작에도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한 중국 영화계가 아직 발전시키지 못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능력, 전 세계적 배급망을 할리우드 시스템을 사들이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는다고 보고 있다.

완다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콘텐츠 산업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부동산 재벌에서 콘텐츠 재벌로 거듭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 2012년 미국 극장체인업체인 AMC엔터테인먼트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완다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 극장체인인 오디언앤드유아이씨, 호주의 호이츠 등 꾸준히 극장을 사들여 세계 1위 극장체인으로 올라섰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완다극장[출처-FINTS]

올해 1월에는 미국 영화제작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했고, 파라마운트 지분 인수에도 뛰어들었다. 완다그룹이 전 세계 영화산업의 ‘처음과 끝’인 제작ㆍ배급ㆍ상영관까지 장악한 셈이다.

또 왕 회장은 초대형 테마파크인 ‘완다시티’로도 문화산업에 발을 넓히는 중이다. 놀이공원, 워터파크, 호텔, 극장, 쇼핑몰로 이뤄진 토종 테마파크인 완다시티와 얼마 전 상하이에 문을 연 디즈니랜드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완다는 2020년까지 15곳으로 테마파크를 늘릴 예정이다. 
 

중국 난창에 개장한 초대형 테마파크 완다시티 [출처-IBT]

중국 인터넷 메신저 위챗과 중국 트위터 웨이보를 운영하는 텐센트는 전세계 게임업체의 패권을 잡았다. 지난 6월 모바일게임 세계 1위 업체인 핀란드의 슈퍼셀을 인수하는 데 10조 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모바일게임을 만든 업체다.

텐센트는 “슈퍼셀의 독립적인 운영은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LoL)’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를 통째로 사들이기도 했다. 텐센트는 또 카카오, 넷마블게임즈, 파티게임즈 등 국내 게임관련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해외기업을 사들여 ‘품질 업그레이드’에 나선 것은 문화산업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든든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최근 식품산업에서도 활발히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과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다. 소비 시장 전체의 파이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 시장규모는 천문학적이다. EIU에 따르면 중국 가계소비 지출액은 2012년 3조1000억 달러(약 3479억 원)에서 2015년 4조3000억 달러(약 4826조 원)로 급증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소비시장을 갖추고 있다. EIU는 2020년 중국 소비시장을 14조4000억 달러(약 1경6164조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육류가공업체인 WH그룹은 지난 2013년 미국 돈육회사인 스미스필드(Smithfield)를 69억 달러(약 7조7452억원)에 인수했다. WH그룹의 완롱(Wan Long) 회장은 이듬해인 2014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부호 27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그의 자산은 9억 달러(약 1조102억원)에 달했다.

중국 대표 곡물기업인 중량그룹(中粮集团ㆍCOFCO)도 2014년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네덜란드 곡물거래업체인 니데라(Nidera)의 지분 전부를 인수했다. 총 인수액은 50억 달러(약 5조6125억원)로 추정된다.

국유 식품업체인 광밍식품(光明食品)은 호주 제빵업체인 마나센푸드, 영국 시리얼업체 위타빅스, 이스라엘 유제품업체 트누바푸드 지분을 인수해 ‘식품업체 포식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 인수에 쓴 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200억 달러(약 22조4800억 )규모로 115건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한 중국은 머지않아 ‘기업 포식자’가 될 전망이다.

jinlee@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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