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실수요자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 검토할 때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2016. 10. 1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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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최근 국내 주택시장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분양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청약경쟁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등 분위기가 뜨겁다. 서울의 분양권 거래는 하우스푸어 논란이 제기됐던 2013년만 해도 1477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2942건으로 다소 회복됐고 2015년에는 4701건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최근 9월까지의 분양권거래가 5520건으로 이미 전년 실적을 초과다. 경기지역의 분양권 거래도 서울 이상으로 매우 뜨겁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경기지역의 분양권 거래건수와 금액은 각각 2만3240건에 8조8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7월 한달만 거래금액이 약 2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가수요자들의 분양권이 실수요자에게 넘어가는 손바뀜 현상이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분양권이란 무엇인가. 일정한 청약자격을 갖춘 주택 수요자가 청약을 통해 당첨되면 분양계약을 하고 분양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분양권은 주택이 아니다. 분양권은 주택이 준공되면 그 시점에 주택분양 계약상의 모든 금액을 지불하고 주택을 살수 있다는 계약권이다.

분양부터 준공 시점까지 약 30개월의 기간은 가수요자에겐 계약권의 프리미엄 거래를 통한 최종 수익시현 시기다. 이 기간 동안 가수요자에게서 실수요자에게로 분양권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분양권 거래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불법적인 다운계약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모두가 주택을 짓기도 전에 먼저 돈을 받고 분양하는 선분양제도가 낳은 부정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후분양제 하에서는 분양권 거래도 없다.

선분양의 본래 취지는 실수요자의 분양대금을 보호하고 주택공급의 안정성을 준공시점까지 확보하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실수요자가 가수요자에 의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수요자의 증가는 실수요자의 분양 당첨 기회를 줄이고 가수요자의 분양권 프리미엄 거래는 결국 실수요자의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

분양시장의 분양권 거래가 기존 주택시장의 재고주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분양시점과 준공시점의 시차인 약 3년 이내의 기간 동안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현재의 주택시장 안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선분양구조는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주택 준공 전까지 주택가격의 상승이 기대되기라도 하면 분양시점에 분양권 거래 등이 활발해지면서 주택시장은 투기적 시장으로 변질되고 반대로 주택가격의 하락이 기대되면 준공시점에 미입주사태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나타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심지어 건설업 전반에 걸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선분양 구조 하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은 최초 분양자가 준공시점의 입주자가 되는 실수요 중심의 정책 중 하나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은 수도권 민간택지의 경우 6개월에 불과해 이 기간이 지나면 분양권 전매가 집중된다. 이 전매제한을 30개월로 연장한다면 청약자가 실제 입주자가 되는 실수요 위주의 분양시장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매 제한이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사이의 30개월 기간 동안 주택시장 건전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살아나고 있는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분양권 전매 제한이 깰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 가수요자들을 걸러내는 유효적 수단임에도 경기 조절을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실제로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정도의 경기 조절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전매 제한이 주택시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과학적 분석 근거를 찾기가 힘들다.

오히려 우리의 경험은 선분양구조 하에서 분양시점의 과열이 준공시점에 미입주 사태로 연결되면서 결국에는 건설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정립이 일시적인 경기 조절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책당국은 더욱 유연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분양권 전매 제한이 지역별로 맞춤형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적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과거 선분양 구조가 건설산업의 주택공급 용이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 이제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완되기를 바란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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