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낙원 꿈꾸는 '집' 짓다

조상인 기자 2016. 10. 1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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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재단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 집(ZIP)' 문열어, 미술권력 꼬집는 '유스풀 솔라리스', 개관전 작품으로 내세워, 소신있는 유망작가 발굴 적극
뮌 ‘유스풀 솔라리스(Useful Solaris)’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올 초 인터넷 공간에서 ‘웹아트(web art)’로 선보여 화제가 된 2인조 미술작가그룹 뮌(최문선·김민선)의 ‘아트솔라리스(artsolaris.org)’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미술계 권력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논란의 작품이다. 은하계의 별처럼 각자 떠 있는 작가·기획자 등 미술인들은 전시를 많이 할수록 크기가 커지고, 함께 전시하면 두 점 사이에 선이 생기고 횟수가 늘어나면 선이 굵어지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국공립미술관 전시, 비엔날레, 기업 문화재단의 사회공헌 전시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작품’이다. 그 결과 가장 크게 빛나는 별은 다양한 비엔날레와 국제전 이력을 가진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과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이었고 작가 박찬경이 그들 못지않은 커다란 별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공개됐을 당시 ‘미술계의 강력한 카르텔을 보여준다’는 얘기까지 돌았던 이 작품이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처음 문 연 ‘파라다이스 집(ZIP)’ 개관전에서다.
뮌 ‘양각접속’ 팝업북처럼 세워진 미술관 사이에 무게중심 격인 인물들이 서 있다.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미술관 등 공공기관이 팝업북처럼 세워져 있고 그들 사이에 선 3명의 인물이 무게중심을 이루는 철제 조각 ‘양각 접속’, 영향력 있는 미술계 존재를 전구작업으로 만들어 미술권력을 시각화 한 ‘유스풀 솔라리스’ 등이 전시됐다. 3개 층 전시공간과 건물 내외부를 채운 작품들은 한시적·일시적이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계적 존재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실재와 가상을 넘나드는 SNS 생태를 보여주는 노란색 이모티콘들이 공사장 비계 위에 걸터앉아 ‘중간계 무대’를 이루는가 하면 교통사고 장면을 5방향의 시선에서 본 ‘공
파라다이스 집 전경. 건축가 승효상의 재능기부로 80년된 주택이 하얀색 새 옷을 입었다. 공사중인 듯한 외부 구조물 등은 개관전 작가 뮌의 설치작품 ‘퍼블릭 킬러’이다.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공극장’은 여론재판의 위험성을 꼬집는다. 동선 유도와 통행 금지의 양면성을 갖는 주차금지 꼬깔을 본 뜬 ‘골드 몰드’ 등 예쁘장한 작품들이 내포한 의미는 묵직하다 못해 비장하다.

얘기하기 어려운 미술권력을 주제로 공론화한 뮌을 개관전 작가로 택했다는 점은 향후 파라다이스 집의 운영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친분에 얽매이지 않고 권력에 편향되지 않으면서 소신있게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려는 것. 이는 고(故) 전락원 파라다이스그룹 창업주가 재단을 운영할 때부터 일관됐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지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젊은 작가를 발굴해 뉴욕에서의 작업기회를 주는 ‘아트 오마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미술계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명성을 쌓았다.

최윤정 이사장은 “파라다이스 집은 예술공간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내 집처럼 편안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이번 서울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제주에 ‘파라다이스 파크’, 내후년에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갤러리’ 등 순차적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대중을 위한 문화예술 거점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집은 장충동 본사 옆 80년 된 주택은 건축가 승효상의 재능기부로 탈바꿈한 것으로 주택의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전시장과 공연장 등으로 쓸 수 있게 꾸몄다. 개관전은 11월26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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