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2013년 10월 23일 이후 멈춘 홈페이지.. 삼성경제연구소는 왜 입을 닫았나
국내 최고의 민간 싱크탱크(두뇌집단)로 꼽혔던 삼성경제연구소(SERI· 이하 '세리')의 공식 홈페이지는 2013년 10월 23일에 멈춰 있습니다. 그날 공개한 '안티에이징의 3대 키워드' 보고서 이후 새 보고서는 없습니다. 홈페이지만 보면 마치 문 닫은 연구소 같지만, '세리'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 150여명은 여전히 근무 중입니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외부 활동은 일절 멈춘 채, 삼성그룹의 수뇌부와 계열사가 주문하는 '인하우스(in-house·회사 내부의)' 연구만 하고 있습니다.
1986년 '한국판 노무라연구소'를 표방하며 출범한 세리는 1998년 외환위기 땐 'IMF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개혁·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2002년엔 부동산 버블과 집값 폭락을 경고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2001년엔 '강소국론', 2004년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가는 길' 같은 국가적 어젠다를 제시하기도 했죠. 알찬 보고서 덕분에 기업인들 사이에 '비서실장보다 낫다'는 평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입을 닫아버렸을까요? 세리는 해마다 내놓던 경제성장률·환율 등의 전망이 2010년 무렵부터 정부 전망과 괴리가 생기면서 부담을 느꼈다고 합니다. 2011년 말 세리는 이듬해 성장률은 3.6%로, 한국은행은 4.7%를 내놨습니다. 2012년 실제 성장률은 2.3%로 세리가 더 정확했지만, 이 전망치 때문에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세리는 이후 경제 전망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세리의 활동이 위축된 다른 이유는 그 무렵 삼성에서 강조되기 시작한 '실용주의' 영향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삼성의 태평로 본사와 차로 10분 이상 떨어져 있던 서울 용산 시절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2007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 입주하면서 삼성 미래전략실이나 계열사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더구나 연구원들의 외부 활동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상당수 인재가 퇴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나 일본 노무라연구소 같은 유력 민간 연구소들은 국제 경제·정치에 관한 폭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한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세리'가 그런 역할을 지향하다가 갑자기 중단해버려 재계·학계의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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